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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리뷰 /공부의 신

'공부의 신' 멜로없는 학교 드라마, 김수로 덕분?

빛무리~ 2010.01.27 11:30


'공부의 신'은 여러가지로 참 독특한 드라마입니다. 이제껏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공부'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모든 스토리가 흘러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군요. 한편으로는 공부의 현실적인 중요성을 날카롭게 강조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는 공부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는 드라마... 지금까지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학부모들에게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특히 '공부의 신' 7회에서 강석호(김수로)가 학부모들을 모아 놓고 힘차게 외쳤던 "어느 쪽도 상관없다!" 라는 구호(?)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오직 천하대 합격을 위하여 천금같은 아이들을 열악한 환경에 합숙까지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학부모들을 향해 오히려 '합격을 기대하지 말라' 는 어조의 일장연설을 한 것은 현실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억지설정이었지만, 이 드라마의 주제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또 한 가지의 특이한 점은 '멜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울물에 발 담그는 식의 멜로는 존재합니다만, 몸을 바다에 던지는 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벌써 8회까지 방송되었는데도, 감질나게 러브라인이 생성될 듯 말 듯한 분위기만 보여주고 있을 뿐, 뭔가 제대로 이루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네요.

물론 방향 자체가 멜로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드라마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멜로는 메인 주제와 더불어 사이좋게 진행되는 것이 보통의 경우였던 데다가, 멜로에 맞춤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여주인공 배두나를 데려다 놓고도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비록 유승호와 이현우의 인기가 폭발적이긴 합니다만, '천하대 합격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는' 학생들의 멜로는 지금까지처럼 개울물에 발 담그는 식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공부는 뒷전이고 연애에 정신 팔린다면 드라마 자체가 완전히 산으로 가게 될 테니까요.


멜로의 가능성을 가장 농후하게 띠고 있는 인물은 아무래도 김수로입니다. 능력있는 변호사에 싱글 남성이며, 강력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하고 있는 매력남이지요. 그리고 미모의 젊은 이사장 오윤아는 이미 그에게 반해버린 설정이구요. 게다가 끊임없이 배두나와 부딪히며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가고 있는 상황은 충분히 멜로의 기운을 진하게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좀처럼 멜로는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군요.


위의 저 장면에서, 만약 김수로가 아니라 다른 배우였다면, 예를 들어 차승원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두 남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스파크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절해 있는 배두나의 얼굴을 보면 멜로드라마였다가, 부축하고 있는 김수로의 얼굴을 보면 일종의 형사드라마(?)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참 기묘한 조합입니다.

제가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닙니다만, 김수로의 멜로 연기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가 멜로를 한 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한번쯤 꼭 보고 싶군요. 그 정도의 훌륭한 연기력을 가지고도 멜로와는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니, 이제껏 몰랐던 연기자 김수로의 특이한 약점(?)이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멜로의 분위기 자체가 아예 생성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너무 딱딱한 느낌이 문제인 것 같군요.


일례로 '아이엠 샘'에서 주연을 맡았던 양동근은 결코 출중한 외모를 지니지 못했으나, 미모의 두 여배우 손태영과 박민영 사이에서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절절한 멜로의 중심축이 되었었지요. 물론 '아이엠 샘'은 공부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아니라 일종의 학원 멜로물이었지만요.

저는 일드를 모르기 때문에 원작과의 비교는 할 수가 없고, 그저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공부의 신'을 보면서, 제작진의 처음 의도가 지금처럼 멜로 없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김수로를 주연으로 삼아서 찍다 보니까 아무래도 멜로는 아니다 싶어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 지는군요.


덕분에 어떤 장르의 드라마든 간에 결국은 멜로 드라마로 변질되어 버리곤 하던 일종의 병폐(?)를 깨고, 순수한 입시 드라마가 탄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은 것 같네요.
8회에서 순수남의 캐릭터로 등장한 과학선생님 심형탁의 존재가 왠지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약간 걸리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공부의 신'은 '멜로 없는 학원물'로서 또 하나의 특이한 전례를 남기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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