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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MC 이휘재의 민망하고 황당한 진행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연기대상, MC 이휘재의 민망하고 황당한 진행

빛무리~ 2009. 12. 3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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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기대상의 사회를 이휘재가 맡은 것은, 적어도 이번에는 실패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휘재라는 연예인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팬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사회자로서 평소에 보여주던 그의 진행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며, 깔끔하고 신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바람' 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또한 절반 이상이 컨셉일 거라고 생각했으며, 다소 그런 면이 있다 하더라도 미혼의 남성으로서 그다지 흠잡힐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연기대상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그간 제가 생각해 왔던 그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거의 모두 와장창 깨져 버렸습니다.

큰 행사의 진행을 맡았다고 해서 무조건 고품격으로 무게를 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진행은 우선 너무 지나치게 가벼웠고, 수준이 낮아 보였습니다. 이런 표현까지 쓰면 좀 미안하지만, 저급해 보였습니다. 연기대상을 무슨 집안 잔치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상했던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지만, 우선 '보석비빔밥' 팀에게로 다가가 고나은과 인터뷰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작가들이 써 준 그대로 질문 좀 할게요. '보석비빔밥'은 어떻게 먹는 건가요?" 이렇게 말을 꺼내 놓고는 고나은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덧붙입니다. "이것도 무슨 개그라고, 이렇게 써 놨어요, 작가들이.."

한숨이 나왔습니다. 물론 굉장히 요령부득이고 재미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어떤 신출내기 작가가 실수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휘재는 베테랑 MC입니다. 적절치 못한 질문이라고 판단했으면, 본인의 재량으로 삭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왕에 질문을 했다면 저런 멘트를 덧붙이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작가를 대놓고 비웃는 MC라니... 그런 행동을 해서 대체 무슨 좋은 결과가 있단 말입니까? 오히려 고나은은 그런 황당한 질문에도 차분한 태도로 "보석비빔밥은 재미있게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라고 재치있게 답변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휘재의 입에서는 고나은을 향한 질문이 계속되었습니다. "고나은씨는 집이 어디죠?" ... 이번에는 정말로 살짝 당황한 고나은이 "네?" 하고 되묻자 이휘재는 마치 여자에게 작업을 걸려다가 한발 뒤로 빠지면서 눙치듯이 혼자서 "네? 네?~" 하면서 얼버무리더군요. 대체 그건 뭐하는 짓이었을까요? '이바람' 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좀 재미있게(?) 해보려던 거였을까요? 설마 그게 재미있을 줄 알았다면, 그가 비웃었던 작가보다도 못한 유머감각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덕여왕' 팀으로 다가가 비담 역의 김남길과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휘재는 또 뜬금없는 소리를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좀전에 알천 역의 이승효와 김춘추 역의 유승호, 두 사람의 이름을 헛갈려서 실수한 것을 무마하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비슷한 이름을 걸고 넘어지며 썰렁한 농담을 시작한 것입니다.

팬클럽에서 "남길이 오빠!" 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대선배이신 강남길 선배님이 다시금 재기하셔서 오빠부대를 몰고다니시는 줄 알았다는 말은 거의 봉창에 가까웠습니다. 요즈음 김남길의 인기라 하면, 좀 과장을 섞어,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사는 산골소녀조차도 그의 이름을 알만하건만... 방송가의 베테랑 MC가 그걸 모르고 강남길과 착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썰렁한 말을 꺼냈더라도 빨리 수습이나 하고 끝내면 될 것을 그는 멀찌감치 '인연만들기'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강남길에게 손짓까지 하면서 말을 길게 이어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약간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는 강남길의 얼굴이 잠깐 화면에 잡혔습니다.

이휘재가 하도 강남길과 김남길을 억지로 연관시키면서 인터뷰를 시작하는 바람에 김남길이 마이크를 잡고 제일 먼저 꺼낸 말조차 "우선 강남길 선배님께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대체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그렇게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남자 우수상을 받게 된 김남길을 호칭하면서도 MC 이휘재는 계속 '남길이 오빠' 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정말이지 값싸 보이더군요. 무슨 밤무대로 착각하기라도 한 걸까요?


미실 역의 고현정과 인터뷰 중에도 매끄럽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휘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화면에 잡히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고현정이 앉은 자세에서 이휘재를 올려다보더니 대뜸 이런 말을 내뱉더군요. "이휘재씨 표정 마음에 안들어요. 미친거 아냐?"

내막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나중에 이휘재가 해명했듯이, 정말로 '분장실의 강선생님' 안영미를 흉내내어 농담을 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순간적으로 이휘재 때문에 너무 기분이 상해서 나온 말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겠지요...... 설령 농담이었다 해도, 그런 자리에서 갑작스레 그런 단어를 내뱉은 고현정의 태도도 옳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날 밤 이휘재의 상태를 보아......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휘재가 충분한 원인 제공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잠시 후, 해명을 한답시고 "여러분, 절대 오해하지 마십시오. 고현정씨랑 제가 원래 친하다 보니까, 강선생님 흉내를 내면서 농담을 하신 겁니다." 라고 말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휘재는 또 값싼 멘트를 덧붙입니다. "고현정씨랑 정말 친해요. 우리 문자 주고 받는 사이예요. 그렇죠, 누나?"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건만, 대체 무엇에 홀렸는지 그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거기서 또 멈추지 않고 잠시 후, 대상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그는 다시 고현정의 이름을 부르며 불필요한 제2차 해명을 시도했습니다. "고현정씨, 어려 보이려고 볼에 바람 넣는 거 그만 하세요... 왜냐하면... 지금 오해하는 분들 계시거든요. 좀 전에 저랑 친해서 나온 행동 때문에 오해하는 분들 계시니까, 저한테 사과하세요." ...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앞뒤가 맞지도 않고... 정말이지 민망해서 못 볼 지경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연예대상'을 수상하지 못한 후유증이 너무 컸던가 봅니다. 그런 줄 몰랐는데 그는 본인의 대상 수상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대회의 사회를 맡아 이끌어 가는 사람이 그렇게 참지 못하고 중간 중간 본인의 개인적인 감정을 토로할 정도면, 그 서운함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던 모양입니다.

여자 사회자인 박예진이 "대상 발표를 앞두니까 괜히 제가 다 떨리고 긴장되네요" 라고 말하자, 이휘재는 생뚱맞게 "저도 어제까지 굉장히 떨렸었는데..." 라는 부적절한 멘트로 받더군요. 그래 놓고서는 박예진이 민망한 상황을 무마하느라 웃으며 "이휘재씨, 내년에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라고 하자 말을 탁 자르면서 "그만!" 이라고 외쳤습니다. 저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상 받고 나서 수상 소감을 길게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감사드릴 분들이야 오죽 많겠습니까마는, 그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언급을 해야만 그들에게 보답하는 것일까요? 그런다고 해서 듣는 사람들이 그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그 자리에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저는 그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므로 저의 견해를 강요할 수야 없겠지만, 하여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상을 받은 고현정이 비교적 짧게, 포괄적인 언급만 하고 수상 소감을 끝냈을 때, 저는 그녀의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사드릴 분들께는 추후에 따로 인사하고 보답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휘재가 "성함이라도 몇 분 말씀해 주시죠" 하며, 물러서는 고현정을 붙잡아 다시 마이크 앞에 세우더군요. 그러나 고현정은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생각나는 분들이 있기는 한데... 말하기가 좀..." 하면서 머뭇거렸습니다.

이휘재는 "나중에 후회하십니다. 저는 어제 얼마나 연습을 해왔다구요." 하면서 계속 고현정을 재촉했습니다. 또 그 자리에서 왜 자기의 이야기를 했던 걸까요?

그래도 고현정은 좀처럼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멘트도 더 이상 없는 것 같았고, 더 길게 말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습니다. 간신히 "아이들도 보고 있으면 좋겠다." 면서 엄마로서의 애틋한 마음을 살짝 내비쳤을 뿐입니다. 물러서는 고현정을 그쯤에서 자연스럽게 놓아주었으면 모양새가 좋았으련만... 이휘재는 "아, 얘기해요~ 부모님 얘기도 하시고~ 좀 더 얘기하세요" 하면서 다시 그녀의 팔을 잡아끌어 마이크 앞에 세웠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제껏 주워섬긴 것들 외에도, 이휘재는 전체적으로 매우 공격적이고 무례한 태도로 진행했으며, 틈틈이 그가 날린 부적절하고 값싼 멘트들은 산산이 깨져버린 유리컵 조각들처럼 여기저기에 수없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처참했습니다.

애써 그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면, 이제 그의 나이도 적지 않은데, 오래된 방송 경력과 네임 밸류에 비해서, 지금껏 상복은 참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모처럼, 진심으로 기대했던 것 같은데, 유재석의 이름이 호명되기 직전까지도 본인의 수상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은데, 마지막 순간에 어이없게 좌절되어 버렸던 모양입니다. 그 지독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연기대상을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연기대상의 사회자로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너무나 프로답지 못했습니다. 어른답지도 못했습니다. 언제나 그에게 호감어린 시선을 보내던 시청자로서, 많은 안티들에게 수시로 공격당하는 그의 처지를 안스럽게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이번에 보여준 그의 모습에 얼마나 실망했는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좀 안된 일이지만, 한동안은 이미지 회복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얼른 마음 추스르고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아무리 큰 실수를 했어도 만회할 기회는 주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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