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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이어티 게임' 나는 정치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소사이어티 게임' 나는 정치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빛무리~ 2016. 12.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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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사이어티 게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고 있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14일 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합숙을 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다. 매일 한 명씩은 반드시 탈락자가 발생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더 지니어스'와 같은 형식이지만, 양 진영 리더의 권한이 매우 막강하여 탈락자를 자기 뜻대로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정치적(?)인 측면이 강조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란 과연 무엇일까? 

이쯤에서 먼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라는 인간의 어리석은 착각 한 가지를 고백해볼까 한다.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정치'라는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었다. '정치'라는 단어를 네*버 국어사전에서 검색하면 그 뜻은 이렇게 정의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 나는 바로 저 사전적인 의미로만 정치를 인식하고 이해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형성하여, 이 나라가 잘 굴러가도록 열심히 일하면서 조율하는 일... 뭐 그런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틀렸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자기 편 만들기'이며, '패거리 짓기'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권력을 얻는 데 성공하면 오직 '자기네 이득만을 위해서 그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개뿔... 그렇다면 진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정치' 말고 무슨 단어로 지칭해야 하는 것일까? 


'소사이어티 게임'은 그 제목처럼 이 사회의 축소판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나라를 다스리는 높은 위치에 있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정치는 언제나 성행하고 있다. 불과 22명의 작은 사회 속에서, 출연자들은 맨 첫날부터 '패거리 짓기'를 시작했다. 잽싸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편을 먹고, 자기 편이 아닌 사람들을 적으로 돌렸다. 물론 매일 탈락자가 발생하는 서바이벌 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실제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본질적으로 정치를 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한 명의 친구를 사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그 외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언제 어디서나 원칙과 투명함과 공평함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나 같은 천치 먹통이 무슨 정치를 하겠는가? '소사이어티 게임'에서도 소위 정치를 잘 한다는 인물들은 매우 순발력이 좋을 뿐 아니라 가면을 쓰는 능력, 즉 속마음을 숨기는 능력이 탁월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능력 또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내가 결혼 전까지 활동하고 있던 성가대의 지휘자님과 나는 20년지기로서 거의 의남매같은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무슨 기자 출신의 신입단원이 들어오더니, 평온하던 단체 내부의 이쪽 저쪽을 들쑤시며 평지풍파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른바 '프로 정치꾼'이었다. 그는 속닥속닥 순식간에 자기 패거리를 모으더니 최단 기간내에 단장 자리에 올랐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외부에서 끌어들여 지휘자와 반주자 자리에 앉히려는 계획을 암암리에 드러냈다. 그야말로 '자기 세상을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당연히 내 눈에는 그 사람이 곱게 보일 수가 없었다.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나는 거의 노골적으로 그를 냉대했다. 매주 두 번씩 얼굴을 마주치면서도 가볍게 목례만 할 뿐 웃지도 않고 말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나를 볼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꾸준한 호의적 태도와 관심을 보였다. 결코 내가 마음에 들어서였을 리는 없고, 약간은 쓸모가 있는 인물이라 판단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고, 그의 마음속에서 나의 존재는 지휘자님과 더불어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결혼과 동시에 다른 도시로 이사하며 성가대를 떠나던 날까지도 호의적 태도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굳이 적개심을 보여서 일부러 적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는 계산에서였을 것이다. 인간의 얄궂은 운명이란 훗날 언제 어디서 또 마주칠지도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사람좋게 웃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는 약간 소름이 돋는다.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나는 그처럼 가면쓰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참 무섭고 싫다. 앞에서는 웃으며 거짓말하고 돌아서면 뒤통수치는. 


결국 내가 떠난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지휘자님도 성가대를 그만두셨다. 그분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평생 정치질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에게나 진심을 다하는 그 성실한 태도가 많은 사람들을 감복시켰기 때문이다. 성질이 못되고 냉정한 면이 있는 나와 달리, 지휘자님은 동정심이 많고 성품이 유순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을 정으로 감싸안았다. 하지만 프로정치꾼의 고단수 앞에서 정과 의리 따위의 순박한 가치들은 너무나도 허망한 것이었다.


 

'소사이어티 게임'에도 극소수이긴 하지만 지휘자님과 나처럼 정치를 할 줄 모르는, 또는 정치질을 싫어하는 출연자들이 있었다. 첫날부터 잽싸게 친분을 만들고 패거리에 동참해야 했는데, 바보처럼 혼자서 게임 연습만 열심히 했던 윤태진 아나운서는 바로 그 첫날의 첫번째 탈락자가 되었다. 높동의 막강 체력을 담당했던 임동환은 감각과 두뇌 영역에서까지 멋진 활약을 보여주는 만능 플레이어였지만, 정치질을 거부하며 뻣뻣한 독자노선을 추구하다가 리더에게 밉보여 블랙리스트 탈락자가 되고 말았다. 


그 외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나름의 정치 활동을 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8회까지 시청하는 동안, 나는 높동의 리더 엠제이킴(본명 김민지)의 놀라운 정치 능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찌감치 탈락한 올리버장이나 현재 마동의 리더인 이병관의 경우는 상당히 순진하게 정치를 한다. 그들의 방식은 강하고 거칠고 노골적이다. 그들의 패거리는 매우 경계가 뚜렷하며, 다른 패거리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내비치는 일도 피하지 않는다. 나는 차라리 그런 솔직함(?)이 마음에 들지만, 정치적으로는 명백한 하수다. 


하지만 엠제이킴의 정치는 매우 유연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녀는 실력이 있다. 여성이면서도 남성 못지 않게 강한 체력과 더불어 두뇌와 감각까지 겸비한 그녀의 실력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능력은 게임이 아니라 그 밖의 생활에서 드러난다. 그녀는 웬만한 남자보다 강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여자로서의 섬세함과 나약함(?)을 어필할 줄 안다. 자기 손으로 두 번이나 임동환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써서 탈락시켜 놓고는, 임동환의 탈락을 가슴 아파하는 파로 앞에서는 글썽글썽 울먹이며 자기도 똑같이 슬퍼하는 연기를 했다. 

그리고 하루 동안 리더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진 파로에게 욕심없이 양보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오빠가 해도 상관없어, 나는..." 하지만 잠시 후 인터뷰에서는 그녀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냥 이제 대놓고 독재자를 할 생각이에요. 동환 오빠가 탈락하고 나서 마음이 아주 편해졌어요." 그러면서 씨익 미소를 짓는 엠제이킴의 얼굴은 진짜로 속 편하고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단언컨대 '소사이어티 게임'의 참가자들 중 그 누구도 정치력에서는 그녀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엠제이킴은 사실 진작부터 독재를 하고 있었지만, 워낙 유연하고 부드러운 태도 때문에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자의적으로 탈락시킬 결심을 굳히고 있으면서도, 최후의 순간 호명하기 직전까지는 결코 내색하지 않는다. "나는 네 편이야" 라는 식으로 끝까지 연막을 치는 것이다. 그리고 탈락시키고 나면 꼭 슬퍼하며 눈물을 쏟는다. 게임의 룰 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아는 동료들은 오히려 그녀를 위로할 뿐 누구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이렇게 높동 주민들은 그녀의 독재에 속아가며 기꺼이(?) 순응하는 중이다. 


마동의 현경렬과 높동의 홍사혁은 두뇌 플레이의 양대 산맥으로서 언제나 준수한 실력을 보여주지만, 상대적으로 정치 능력이 부족한 탓에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마동에서 같은 대학 후배들인 이해성과 정인직에게 줄곧 핍박(?)을 당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경렬의 모습은 정말 안스러워 보일 때가 많다. (나는 평소 정인직을 좋게 생각해 왔는데, 8회에서 현경렬을 지나치게 무시하며 겁박하는 태도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을 딱히 응원하지 않는 이유는, 임동환처럼 정치질을 거부한 게 아니라 나름 열심히 해보려 했으나 그 쪽 능력이 부족해서 궁지에 몰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대부분의 탈락자들은 실력이 아니라 정치에 의해 결정되었다. 높동의 윤마초는 2회에서 엄청난 실책을 거듭하며 팀의 패배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니 일찌감치 탈락해야 할 것이었지만, 당시 리더였던 파로의 연맹인 탓에 살아남았고, 대신 파로가 지목한 탈락자는 경쟁자 홍사혁의 연맹인 신재혁이었다. 마동의 권아솔과 최설화도 부진한 활약으로 팀의 패배에 공헌했던 날, 리더 양상국의 연맹인 탓에 살아남았고, 그 회차의 탈락자는 이해성 연맹의 양지안이었다. 훗날 이해성이 리더가 되었을 때는 그의 연맹인 정인직이 패배 원인을 제공했으나, 탈락자는 상대 연맹의 수장인 양상국이었다. 


하지만 게임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몇 명 남지 않은 인원 중에서, 자기 연맹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카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은 게임의 승리와 궁극적 이익을 위해서는, 자기 연맹을 희생해서라도 좀 더 능력있는 팀원들을 살려두어야 겠다는 리더의 결단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채지원은 엠제이킴의 굳건한 연맹이었음에도 8회에서 탈락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소사이어티 게임'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이익 앞에 치졸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탓에 보기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에게는 제법 공부할만한 교재가 된다. 실생활 적용에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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