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한그루는 '의붓' 동생이지 '이복' 동생은 아니다 본문
집안 좋은 연예인으로 알려졌던 배우 한그루가 결혼을 앞두고 뜻밖의 가정사가 폭로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본인의 노력과 행동이 중요하지 가족들이 무슨 상관일까만, 언니들과 오빠가 모두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라는 소문 덕분에 한그루의 이미지가 한층 고급스러워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그루의 의붓 언니'라고 밝힌 네티즌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우 한그루는 제 친동생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폭풍이 몰아쳤다. 명문대 출신의 언니들과 오빠는 한그루와 한 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은 혈연적 남남이라는 것이 글 내용의 핵심이었다. 논란이 일자 한그루 측에서는 곧바로 다음날 사실을 인정했다.
한그루는 재혼 가정의 딸이었고, 그녀가 언니 오빠라고 칭한 사람들은 의붓 아버지와 전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삼남매였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재혼은 삼남매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모양이다. 결국 삼남매는 아버지의 집을 나와 소식을 끊은 채 어머니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았고, 오직 자신들의 노력으로 명문대 진학 등의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라고 의붓 언니는 밝혔다. 한그루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수개월 가량 함께 살았던 적은 있지만 그 후로는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는데, 이제 와 자신들의 존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한그루)의 멋진 포장지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하소연과 함께였다.
한그루는 언니 오빠에게 죄송하다면서 고의는 아니었노라고 해명했다. 연예인으로 데뷔한 후 인터뷰 때마다 기자들은 형제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자주 했고, 한그루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없다고 하면 오히려 언니 오빠가 기분 나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가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니 두 명과 오빠 한 명이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였다. 해명을 듣고 보니 한그루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호적상 아버지의 다른 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형제가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랗다고 재혼이 어쩌고 하면서 구구절절 늘어놓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인터뷰 때문에 '엄친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언니 오빠가 상처받았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한그루는 입장을 밝혔다. 과연 한그루의 해명이 100% 사실인지, 아니면 명문대 출신 언니 오빠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약간이나마 좋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의붓 언니들과 오빠 입장에서는 불쾌하겠지만, 한그루의 입장에서는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붓 언니들이 수차례나 정정 보도를 요구했는데도 무시하고 방치해 두었던 한그루 소속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루는 뉴스 기사와 블로거들의 포스팅에서 너무나도 잘못된 '이복'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는 것을 보았기에,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바로잡기 위해 나는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의붓'과 '이복'은 완전히 다른 말이다. 뿐만 아니라 한그루는 해명글에서 '양언니, 양오빠'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역시 잘못된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그루에게는 두 명의 '의붓 언니'와 한 명의 '의붓 오빠'가 있을 뿐 '이복 언니', '이복 오빠'나 '양언니', '양오빠'는 없다.
피가 전혀 안 섞인 상태에서 부모님의 재혼으로 가족이 되는 경우가 '의붓'에 해당한다. '이복'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버지만 같고 어머니가 다른 형제를 의미한다. 이복은 친아버지가 같기 때문에 절반의 피가 섞인 혈연 관계이며 '이복'과 '배다른'은 같은 말이다. '양'은 부모가 자식을 입양한 경우에 사용된다. '의붓'과 마찬가지로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이 된 이유가 전혀 다르다. 한그루는 양부모에게 입양된 것이 아니라 친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의붓아버지)를 맞이하게 된 것이므로 '양'이라는 단어와는 상관이 없다.
피곤하게 뭐 그런 것을 따지면서 사느냐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도 같다. 대충 말해도 뜻만 전달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언어라면 몰라도 '의붓', '이복', '양'의 경우처럼 가족 관계를 표현하는 말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칫하면 말 한 마디로 큰 오해를 받거나 상처를 입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식 없이도 의좋게 살던 부부가 아이를 입양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 아이를 '의붓 자식'이라고 부른다면 어떻겠는가? 물론 재혼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의붓 자식이 흉도 아니지만, 사실이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가족 관계를 칭할 때는 어렵더라도 정확한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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