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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갑질 논란의 부작용, 소비자는 억울하다 본문

스타와 이슈

과도한 갑질 논란의 부작용, 소비자는 억울하다

빛무리~ 2015. 1. 1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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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바비킴이 대한항공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며 여승무원을 상대로 성희롱까지 했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비킴을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바비킴 측의 입장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오히려 대한항공 측의 부당한 처사를 비난하는 쪽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이는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옛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경우로서, 조현아를 비롯한 오너 일가에는 철저한 '을'이었던 대한항공 직원들이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갑질'을 했다는 비난조차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바비킴은 유명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 처했으니, 그보다 평범한 일반인들은 훨씬 더 억울한 일을 겪어도 항변하기 어려웠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바비킴은 자신의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이코노미 석을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줄 것을 미리 요청했고 대한항공 측에서도 분명 수락했으나, 막상 탑승하려고 보니 직원의 실수로 좌석 업그레이드가 안 되어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직원의 이 실수는 대한항공 측에서도 두말없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좌석 문제로 실랑이하느라 비행기 이륙이 15분 가량 늦어지자, 바비킴은 다른 승객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이코노미 석에 타겠다"며 비행기에 올랐다고 한다. 미국까지 줄곧 이코노미 석에 앉아서 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항공사의 실수였으니 마땅히 중간에라도 좌석을 변경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인터뷰에서 "실랑이가 길어지자 바비킴이 '그럼 이코노미 석에 앉아서 가겠다'며 탑승했고, 이륙 후 기내에서의 자리 이동은 원칙상 불가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바비킴의 앞 좌석에 앉아 있었다는 일반 승객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대한항공에 불리해졌다. 바비킴은 탑승하면서부터 줄곧 좌석을 옮겨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설상가상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다른 여자 승객은 중간에 비즈니스 석으로 옮겨 갔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의 주장대로 원칙상 이륙 후 좌석 이동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그 여자 승객의 자리 이동의 타당성은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여승무원을 향한 성희롱 논란 역시, 처음에 알려진 것처럼 신체 접촉을 통한 성추행이 있었던 게 아니라 "나중에 같이 식사나 하자"는 정도의 말을 건넸을 뿐이라고 한다. 물론 그렇게 술에 취해서 여승무원에게 말로 치근덕거린 행위 역시 매우 점잖치 못한 추태이지만, 신체 접촉을 통한 성희롱과는 크나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의도적 몰아가기'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을 기화로 가진 자들의 갑질 논란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 경우에는 과연 어느 쪽이 갑이고 어느 쪽이 을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기내에서 소란을 피운 바비킴이 마땅히 사과를 하고 정해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땅콩 회항' 사건 이후로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는 '갑질 논란'에는 과연 긍정적인 측면만 있을까? 갑과 을의 관계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갑이 강자이고 을이 약자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선량한 편의점 주인과 못된 알바생이 있다고 치자. 편의점 주인은 정해진 날짜에 월급을 꼬박꼬박 주었고 평소 친절하게 대우해 주었다. 그런데 알바생은 cctv 사각지대에서 몰래 편의점 물건들을 빼돌려 왔다. 수개월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주인이 해고하려 하자, 알바생은 근로기준법을 들먹이며 법대로 하자고 오히려 대든다. 과연 이 경우에도 주인이 갑이고 알바생이 을일까?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소시민에 가까운 계층으로서 4년제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지만, 과거 취업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이 사회의 '절대 을'에 해당하는 직업인 '텔레마케터'로서 대략 2년 정도 알바 및 직장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다. 홈쇼핑이나 택배사 콜센터에 앉아서 전화를 받다 보면 '욕설받이'가 된 것처럼 아무 이유없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직장 생활이 다 그렇겠거니 생각하면 견딜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긍정적 마음으로 친절하게 응대하니 몇 차례는 '이 달의 우수 상담원'으로 뽑혀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미생'에서는 드라마적 설정 때문인지, 여직원 안영이(강소라)가 못된 상사 하대리(전석호)에게 매일처럼 호통과 욕설을 듣고 집어던지는 서류를 얼굴에 맞아 종이에 벤 상처가 생기기도 했는데, 그 정도라면 나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지만 텔레마케터 생활은 솔직히 그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었다.



 

이렇게 절대 을로서의 직장 생활도 경험해 본 나지만, 솔직히 요즘은 매일 불거지는 '갑질 논란'을 볼 때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즉시 떠올라 불쾌해지곤 한다. 최근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 알바생을 무릎 꿇렸다는 '백화점 모녀' 사건을 볼 때도 그러했다. 백화점의 고객이라는 이유로 상전처럼 행동하며 주차 알바생을 무릎까지 꿇렸다는 것은 물론 과한 처신이긴 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주차 알바생이 부모뻘 되는 50대 중년 여인의 눈앞에서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는 주먹질 등의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현재 비난의 집중폭격을 당하고 있는 모녀 측의 입장에도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사에 따르면 알바생은 "주차된 차량이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으니 다시 주차해달라" 요청했고, 중년 부인은 "딸이 이제 곧 올테니 금방 차를 뺄거다"라고 하면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모녀 측의 주장에 따르면 알바생은 두말없이 물러나는가 싶더니 부인이 앉아있는 차량의 보닛 앞에서 위협적으로 주먹질을 했다고 한다. 


그 직후 딸이 와서 어머니와 합류했고, 알바생의 행위에 격분한 모녀가 일종의 과도한 응징을 한 것은 맞는 듯하다. 물론 그 모녀의 처신은 백번 잘못된 것이다. 전혀 비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얼마나 불쾌했을까 생각이 든다. 만약 나라면 큰소리를 낼 용기조차 없어서 불쾌함을 꾹 참고 그냥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낯모르는 청년이 종주먹을 들이대던 불쾌한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두고두고 몸서리쳤을 것이다. 물론 그 청년의 행동은 부인을 위협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그저 무심히 행해진 것일 수도 있다. 이 사건의 경우만 떼어놓고 보자면 사소한 오해가 큰 파문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상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도 불친절하고 뻔뻔하고 포악한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다. 물론 그들은 사회적 약자이고 못된 고객을 만나면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인 것도 인정하지만, 다수의 선량한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그들이 포악을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일일이 주워섬길 수 있을까? 백화점 판매 직원, 인터넷 설치기사, 편의점 알바생, 스튜어디스, 텔레마케터 등 절대 을로 여겨지는 모든 사람에게서, 나는 지독한 불친절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미칠듯이 억울했지만 꾹 참고 넘어간 기억이 있다. 비행기 안에서 고객의 질문에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냉소치듯 대답하는 스튜어디스를 보았고, 고객의 전화를 받으면서 괜히 짜증내는 텔레마케터도 경험해 보았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고 자정이 다 된 늦은 밤에 방문하고도 사과 한 마디 없더니, 설치 도중에 우리 집 전화기를 이용해 다른 집 업무를 상담하는 뻔뻔한 인터넷 기사도 보았다. 그럴 때마다 너무 기분 나쁘지만 싸우기 싫어서 꾹 참으며, 나는 스스로 참 힘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고 비참한 심경에 젖어들었다. 


내 생각에 갑과 을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솔직히 나는 현재 물살을 타고 있는 '갑질 논란'이 불편하다. 이 기회를 틈타 자기가 '을'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오히려 특권 의식을 갖게 되어 그 뻔뻔함이 사회에 더욱 만연해질까봐서다. 바비킴을 향한 대한항공의 행위 역시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바비킴은 난동이라도 부리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는 자신의 합당한 권리조차 챙기지 못한 채, 그저 억울해도 꾹 참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 생각엔 '손님이 왕'이라는 것은 모두 옛말이다. 받은 가격에 걸맞지 않게 허접한 음식, 허접한 물건, 허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당당한 그들이 왕이다. 그렇게 뻔뻔한 왕들 앞에, 얌전하고 선량한 소비자는 항상 억울하다. 대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 


현재 송일국의 아내이자 삼둥이의 엄마인 정승연 판사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SNS에 '친구 공개'로 해서 올린 글의 어조나 표현 등을 이유로 갑질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 아닐까 싶다. 대중이 비난하는 것은 '인턴에 불과하여' 라든가 '알바생에 불과했으니', '4대보험따위는 내주지 않았다' 라는 등의 부분인데, 나는 솔직히 뭐가 기분나쁜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4대보험을 따위라고 표현했으니 4대보험 납입자 모두를 비하한 거라는 억지까지 나오고 있던데, 어떻게든 물어뜯고 싶어서 혈안이 된 것 같다. 불과하다는 표현이 당최 어때서? 엄연히 인턴이나 알바생은 정직원과 차이가 있으니, 내가 볼 때는 그 선을 구분하기 위한 어법에 지나지 않는다. 따위라는 표현이 좀 거칠긴 하지만 '친구 공개'로 올린 글이니 양해할 수 있다. 오히려 책임이 있다면 그 글을 캡처해서 대중에게 공개한 임윤선 변호사에게 있을 것이다. 


어조나 표현과는 별개로, 인턴이든 어쨌든 국회에서 일하던 사람을 개인적 매니저로 차출했다는 점에서는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국회 인턴을 완전히 그만둔 후 송일국의 매니저로 취업한 게 아니라 짧게나마 두 가지 일을 '겸직'했던 기간이 존재했다면 ("휴대폰으로 전화받는 것이 주된 업무였으니, 출퇴근은 대부분 종전대로 국회로 해서 자기 업무를 보았다" 는 부분..) 국회에서 일하는 도중에 연예인 매니저로서 전화를 받기도 했다는 셈이라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도의적 추궁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친 김을동의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가족 편의를 위한 도구로 손쉽게 이용했다는 느낌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의 비판이라면 타당하겠지만, '따위'라든가 '불과하다'는 등의 표현을 이유로 갑질이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라 여겨진다. '땅콩 회항'과 같은 재벌가의 부당한 갑질은 당연히 질타받고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경우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갑질' 논리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평범한 소시민의 정당한 권리가 위축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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