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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로 인해 알게 된 인간 정우성의 놀라운 가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이지아로 인해 알게 된 인간 정우성의 놀라운 가치

빛무리~ 2014. 8. 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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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에 이지아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별다른 관심이나 기대는 생기지 않았다. 어차피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속시원히 털어놓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지아는 초반부터 "내가 힐링캠프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좀 다른 지점에 있는 것 같다"는 말로써 시청자의 과한 기대를 종식시켰다. 그녀의 화법은 매우 세련되었고 조심스런 태도는 제법 진실해 보였다. 그래선지 방송 후 이지아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 할 수 있는 20대 초반의 7년이라는 시간을 비밀스런 사랑의 굴레에 갇혀 숨죽인 채 건너와야만 했던 그녀의 범상찮은 인생을, 이제 대중은 차가운 의혹보다 따스한 연민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의혹이 다 풀린 것은 아니다. 세상에 밝히기가 힘들다면 그냥 비밀연애만 해도 될 것을 나이도 어린데 굳이 결혼까지 해야만 했는지, 아무리 톱스타라지만 왜 그렇게까지 꽁꽁 숨겨야만 했는지, (이 부분들은 서태지의 선택이었겠지만 아무튼 속시원한 해명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혼 소송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등,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지아는 "그건 남녀 문제잖아요. 저한테만 해당하는 문제도 아니고... 그래서 제 이야기가 끊어진 다리 같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해 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태도와 말솜씨가 어찌나 예의바르고 세련되고 설득력 있었던지, 아무도 그녀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은폐를 비난하거나 털어놓기를 강요할 수 없었다. 더할 수 없이 매끄럽고 완벽했다.

 

이지아의 '힐링캠프' 출연은 그녀를 향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는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뛰어난 외모에 고상한 말솜씨와 지성미를 갖춘 그녀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비춰진 이미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서태지와 정우성이 사랑했던 여자라면 최소한 어느 정도는 되겠지' 했던 예상에서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진실성의 문제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을 양해해 달라'는 그녀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그녀의 인생 자체가 '말하지 못한' 부분들에 너무 많이 가리워져 있기 때문에, 그래도 믿으려면 '덮어놓고 믿어야' 하는데 그녀의 태도나 말솜씨가 나에게 그 정도의 설득력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제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꽁꽁 숨겨왔던 이지아의 과거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내가 그녀를 괘씸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한 때 서태지의 아내였기 때문도 아니고,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 때문도 아니고, 그 당시 정우성의 연인이라는 것 때문도 아니었다. 한 사람의 연예인으로서 너무나 앙큼하게 대중을 속여 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일종의 배신감이랄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숨길 수밖에 없었던 이지아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녀가 '나도 꽃'으로 좀 이르다 싶은 컴백을 결정했을 때까지만 해도 편하게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이르러서는 거부감이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비밀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엄청난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왔을 그녀에 대한 연민은 찜찜한 심경을 비교적 빨리 떨쳐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토록 큰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 어째서 하필 연예인이 되었는지도 의문스러웠는데 '힐링캠프'에 나와서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나 드라마틱한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믿기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뭐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 생각하면 무작정 의심의 잣대를 적용할만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이혼 소송에 큰 쟁점으로 얽혀있을 '돈' 문제라든가 '친일파'의 손녀라든가 하는 불편함이 남았지만, 따지고 보면 이혼 소송은 그녀 주장대로 '남녀 문제'라서 제3자가 상관할 바 아니었고, 친일파의 후손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그녀가 비난받는 것은 더욱 타당치 못한 일이었다. 태어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그런 것을 어쩌라고? 뻘소리지만,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은 인조 시절 대표적 간신이었던 김자점의 후예라던데.


 

 

 

하지만 오래된 유리병 밑바닥에 눌러붙은 앙금처럼 남아있던 찜찜함을 말끔히 씻어내 준 것은 그 어떤 논리적 생각도, 이지아의 솔직한 해명(?)도 아니었다. 만약 수년 전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정우성의 모습을 대중이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면, 과연 이지아의 말들이 지금의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그 고마움을 알고 있는 듯 이지아 역시 정우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저절로 스며나오는 따뜻한 눈빛과 애틋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였다. 자신이 정말 어렵게 어렵게 과거를 털어놓았을 때 그 이야기를 들은 정우성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게 뭐 어때서? 나도 예전에 10년 넘게 사귄 여자 있었는데" 라고 말해줄 때, 그녀가 느꼈을 안도감과 후련함과 행복감을 어찌 타인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이지아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차가웠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멀쩡한 킹카 정우성에게 흠집을 내고 그를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로 지목된 정우성이 방송에 출연하여 매우 쿨하고 담담하면서도 따스한 어조로 이지아를 감싸니, 그녀를 비난하던 대중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정우성은 이지아와의 사랑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조차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 늘 책을 가까이하는 이지아의 모습은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못 했던 자신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노라고 했다. MC 강호동이 가장 민감한 질문을 던졌을 때도 정우성은 역시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누가 처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나요?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천천히 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하지... 그 사람도 그렇게 하려던 참이었어요."

 

 

멀쩡한 남자를 속여 바보로 만들었다고, 정우성이 그녀의 과거를 알기만 했더라면 절대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대중은 광분했었다. 그리고 만약 정우성이 속 좁은 남자였다면, 얼마든지 배신감에 치를 떨만도 한 일이었다. 그녀의 과거가 밝혀지며 온 세상이 떠들썩해졌던 바로 그 시점에 정우성이 모르고 있었다면, 그 역시 대중과 똑같이 기사를 통해서 그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면, 솔직히 쿨하고 따뜻하게 이해해 줄 남자가 몇이나 되었을까? 평범한 연애도 아니고 세상이 다 아는 유명인과의 결혼이었는데, 그 엄청난 비밀을 감쪽같이 숨긴 채 자신과 연애를 시작했다면 가증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욱이 자신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유명 연예인으로서 세간의 입방아에 덩달아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자신의 입장에서 분노하기보다 그녀의 입장에서 이해했고, 세상을 뒤집어 놓은 스캔들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큼 그녀에게 진심이었다. 남들은 정우성이 절대 배신감을 견디지 못할 테니 금세 헤어질거라 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과거의 스캔들이 밝혀진 후로도 한참이나 지속되었고,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를 향한 애틋함과 좋은 감정을 품은 채였다. 최근 '해피투게더'에 출연했던 방송인 김성경이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발언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흔하지 않을 뿐 아름다운 이별도 어딘가에는 분명 있지 않겠는가? 정우성과 이지아의 이별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헤어진 사람을 생각할 때 눈빛이 따스해지며 진심으로 상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그런 이별.

 

 

하지만 정우성이라는 남자가 특별히 큰 그릇과 따뜻한 가슴과 호탕한 인품을 지니지 못했다면, 두 사람의 사랑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추운 겨울 날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함께 걷다가 호주머니 없는 코트 차림에 장갑도 끼지 않은 여자의 손이 차갑게 얼어 있자 남자는 망설임 없이 그 손을 꼭 잡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넣었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파파라치의 사진에 찍히면서 열애는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 때는 아직 전남편과의 스캔들이 터지기 전이었다. 어쩌면 가장 행복했을 그 시절을 추억하며 이지아는 꿈꾸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사진이 찍히는 것보다, 소문이 나는 것보다) 그 분은 그 순간 제 손이 차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어쩌면 그녀에게는 무참히 폭로된 과거보다도 그와의 이별이 더 아픈 상처가 아니었을까? 이별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가치있는 사람을 사랑하고도 결국 떠나보내야 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남달리 큰 비밀을 간직해서 힘겨웠고, 그 비밀이 밝혀지면서 폭풍처럼 쏟아지는 질시와 비난에 휩쓸려 침몰할 뻔했던 한 여자의 인생은, 한 남자의 진실한 사랑을 통해 다시 빛을 찾게 되었다. '힐링캠프' 이지아 편을 시청한 후 가슴에 남은 것은 오직 정우성이라는 남자의 놀라운 인품과 그에 대한 경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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