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김C 이혼과 열애, 산산이 부서진 '1박2일'의 환상 본문

스타와 이슈

김C 이혼과 열애, 산산이 부서진 '1박2일'의 환상

빛무리~ 2014. 8. 5. 12:51
반응형

 

가수 김C의 이혼 소식을 접한 것이 어제(8월 4일)였는데, 오늘(8월 5일) 재혼 전제 열애 소식을 접하게 되니 아무 상관없는 남의 일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열렬히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잔잔한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연예인을 향한 호감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김C는 해당 신문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무 변명 없이 "죄송합니다" 라고만 인사했다는데, 오히려 기자가 어떻게든 감싸주고 싶었던지 구구절절 해명이 길다. 요약하면 "지금 열애중인 여성과 김C의 이혼과는 절대 무관하다" 라는 이야기인데,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씁쓸함에는 별 차이가 없다.

 

 

어쨌든 기사 내용에 따르면 김C와 전부인이 합의 이혼에 관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한 것은 작년(2013년)이었지만, 그들 부부의 파경이 시작된 것은 이미 2010년경부터였다고 한다. 김C가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2011년부터는 별거를 했으며 부부 관계는 회복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재 사귀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박모씨와의 만남 때문에 이혼한 것은 아니며 시기적으로도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은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세간에는 이혼 발표와 재혼 전제 열애 발표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셈이니 곱지않은 오해(?)의 시선들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그런데 설령 시기가 겹치지 않는다고 해도, 콕 집어 김C의 외도 때문에 이혼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오히려 2010년부터 파경을 맞이했다면 더욱 실망스런 감정이 솟구칠 뿐이다. 2010년이면 김C가 '1박2일'에서의 활약으로 생애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다. 그야말로 흔해빠진 언어를 좀 써 본다면 "먹고 살만해지니까 어려운 시절을 함께했던 조강지처를 외면한 셈" 아니겠는가? 거의 무명에 가깝던 십여 년 세월 동안 그의 자식들을 낳아 키우고 집안의 경제적 책임까지 도맡아 가며 김C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던 아내가, 이제 드디어 남편이 유명세를 얻고 생활도 윤택해지려는 찰나에 갑자기 이혼을 원했을 리 있겠는가?

 

 

나는 '1박2일'을 보면서 그 안에 비춰진 김C의 모습을 참 좋아했었다. 속 깊고 따뜻하고 진실한 사람 같았다. 나 외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에 반해서 김C를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C는 한창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1박2일'을 스스로 버리고 떠났다. 때는 2010년 6월, 본업인 음악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것이 외부적으로 밝힌 이유였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기에, 김C의 과감한 하차 결정을 두고 강호동은 "정말 용기가 대단하다!"며 수차례나 감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하니 김C는 자신이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듯 싶다.

 

아무리 잡음이 많고 부침이 심했어도 '1박2일'은 현재까지 햇수로 8년째 지속되고 있는 국민 예능이다. 누가 뭐래도 '1박2일'은 주말 저녁 온 가족이 함께 웃으며 시청할 수 있는 가족 예능이며, 그만큼 시청자들은 '1박2일'의 순수성이 퇴색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비키니 논란'을 두고 시즌3의 수장인 유호진 PD는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설정이지만 시청자들이 '1박2일'에 적용하는 도덕적 잣대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객관적으로도 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지금도 그럴진대, 평균 시청률 40%를 윗돌던 그 시절의 '1박2일'에야 더 말할 나위가 있었으랴!


 

김C가 그런 '1박2일'을 떠나기로 결정한 데는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머지 않아 파경을 맞게 될 자신의 가정사가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탓도 있었을 것 같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바야흐로 인생의 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처럼 한창 좋던 시절에, 가정이 화목하기만 했더라면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했을 시절에, 왜 김C는 아내와 불화하며 독일로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언젠가 '1박2일'이 농촌 과수원을 방문했을 때, 탐스런 햇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어 보이며 딸의 이름을 부르던 김C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주야, 아빠가 이거 가지고 얼른 갈게. 이거 전부 다 우주 거다!"

 

봄햇살처럼 따사롭던 그의 미소... 딸을 위해 담배까지 끊었다던 좋은 아빠... 그런 김C가 이제 두 아이의 양육권을 아내에게 넘겨주고 이혼한 후, 또 다른 여자와 재혼을 하려 한다. 부부가 합의했다는데 남들이 시시콜콜 이유를 따지고 잘잘못을 가리며 성토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인생이란 게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김C가 '1박2일'에서 자진 하차할 때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동료 멤버들 못지 않게 시청자들도 깊었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그 아쉬운 마음을 담아 "김C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 이라는 제목으로 리뷰까지 썼었다.

 

 

당시의 리뷰를 보니 잊었던 또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감회에 젖는다. 김C가 마지막 촬영에 임하던 날, 제작진 중에도 그 촬영을 마지막으로 '1박2일' 시즌1을 떠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유호진 PD였다. 2008년 신입 PD로서 '1박2일'에 배정되어 오던 첫날부터 몰래카메라의 희생양이 되어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그가 2년여의 혹독한 수련(?)을 마치고 스튜디오 예능인 '승승장구'의 메인 PD로 옮기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이나 한꺼번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은 더욱 서운함을 금치 못했는데, 유호진 PD는 그로부터 다시 3년여의 세월이 흐른 후 고향같은 '1박2일'에 돌아와 침체되었던 프로그램을 조금씩 되살려내고 있는 중이다.

 

산산이 부서져버린 환상은 어른이 된 지금도 왠지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아니, 어쩌면 어른이 아니라서일까? '1박2일' 시즌1은 묘하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고, 따라서 '1박2일'과 그 안의 캐릭터들을 사랑한 시청자의 마음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이었고, 그래서 상처를 받거나 실망하게 되면 무디어진 어른의 감성이 아니라 예민한 아이의 감수성으로 받아들였기에 후폭풍이 거셌던 것이다. ('1박2일'에서 무리하게 하차하며 갖은 비난과 공격에 시달린 강호동은 국민 MC였던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군역 기피 문제로 '1박2일'에 오점을 남기며 쫓겨난 MC몽은 아직도 연예계에 컴백조차 못하고 있다.) 이제 수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김C의 개인사에 씁쓸해지는 마음은 결코 '1박2일'의 추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또 하나의 환상이 깨어지고, 우리 눈앞에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현실만이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