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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김C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김C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

빛무리~ 2010. 6. 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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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경주'편을 마지막으로 김C가 '1박2일'에서 하차했습니다. 어느 새 깊은 정이 들어버린 그들은 갑자기 다가온 이별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군요.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지만, 헤어짐은 항상 어쩔 수 없는 서글픔을 남깁니다. 이수근이 하도 우는 바람에 덩달아서 저도 눈물을 약간은 찔끔거렸지만, 사실 저는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듯한 김C의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강호동의 말처럼 "독하게 용기를 내어서" 떠나기로 결심한 그에게 타인의 잣대를 들이밀고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갖고 있기에 자기 손에 쥔 것은 놓지 않으려고 하는 법인데, 김C는 현존 최강의 예능인 '1박2일'을 스스로 놓고 물러났으니, 과연 보통 사람은 아닌듯 하군요. 본업인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과,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에 대한 배려와, 또한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과...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내린 결단이었겠지요. 결심하기까지가 힘들었을 뿐, 모든 것이 결정되고 난 지금은 김C의 모습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니, 김C는 '1박2일'을 통해서 우리에게 몇 가지 소중한 깨달음을 남겨 주었네요. 그의 처음 모습과 마지막 모습을 비교해 보면 왠지 흐뭇한 마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희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가 알려주는 것 같아요.

1. 꾸준히 노력하면 어디에서나 적응할 수 있다

그가 예능에 적응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김C의 '1박2일'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했고, 한동안 그 우려는 현실이었지요.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고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지원과 이승기가 번지점프대 위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용기를 내려고 애써 보았지만 실패하고 말았을 때, 김C는 대타로 도전하여 망설임없이 뛰어내렸습니다. 그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대낮부터 어둑해질 무렵까지 촬영했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누군가 그에게 묻자 "제가 너무 하는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항상 미안한데... 이거라도 해야지요." 라고 대답하던 김C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워서, 그날 이후로는 아무리 병풍처럼 서 있어도 그를 탓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1박2일' 속으로 완벽하게 스며들어 버렸습니다. 어느 시즌에는 김C가 '1박2일'의 에이스였던 적도 있습니다. 특히 생고생을 하는 역할에 당첨되었을 때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불쌍해 보이는 외모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그는 대박 웃음을 창출해낼 수가 있었습니다. 도무지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그의 진지함이 오히려 얼마나 웃겼는지 모릅니다. 한여름에 김C가 홀로 털점퍼를 입고 겪었던 '혹서기 체험'의 강렬한 기억은 아마도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그저 성실하게 노력했을 뿐인데, 김C는 예능감이 철철 넘치는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강 예능에 완벽 적응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거의 인간승리였습니다. 아무리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있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으며 자기 자신도 모르는 능력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사실을, 김C는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2.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하는 마음이다

제가 기억하는 김C의 가장 정겨웠던 모습은, 산 속의 야외취침에서 그 홀로 가장 먼저 일어났던 어느 초여름 새벽의 모습이었습니다. 김C, 이수근과 더불어 야외취침을 했던 강호동이 나중에 일어나서 "내 생애 최고의 추위를 여름에 느껴본다."고 말했을 정도로 산중의 새벽은 싸늘했고, 가늘게 비까지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예능에 적응을 못 하고 있던 김C는 추위와 불편함에 한동안 뒤척이다가 아예 잠들기를 포기하고 일어나, 카메라 앞에서 혼자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산 속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PD에게 진지하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도 하고, 은박지를 프라이팬 삼아 달걀프라이를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무감각한 것처럼 새벽이슬과 가랑비에 몸을 노출시킨 채 잠들어 있는 이수근을 깨워서 지붕 밑으로나마 피신시키고, 금새 또 잠들어버린 수근에게 어디선가 따뜻한 이불을 찾아다가 덮어주던 장면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밤새 한 잠도 못 자고 일어난 김C의 얼굴이 어찌나 초췌해 보였던지 본인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어 보였기에, 그렇게 동생을 위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퍽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잠시 후, 달걀프라이를 먹이려고 깨워 보았지만 일어나지 않으니 그것은 혼자 다 먹어 버렸지만 말입니다..ㅎㅎ


그리고 잠시 후에 강호동이 추위에 덜덜 떨면서 일어나자, 선뜻 그를 위해 은박지로 컵을 만들어 뜨거운 커피를 타서 대접합니다. 은박지만 있으면 프라이팬도 뚝딱, 컵도 뚝딱, 그 때의 김C는 착한 마술사 같았습니다. 커피를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 강호동은 "아~ 좋네" 하며 김C를 향해 더없이 고마운 시선을 보냈습니다. 공복과 추위에 떨다가 삼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얼마나 그를 행복하게 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도 김C는 그의 부족했던 존재감을 배려심으로 키워갔습니다. '1박2일'에서 '엄마' 포지션을 맡고 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멤버들을 아끼고 챙기는 김C의 든든한 역할은, 빵빵 터지는 웃음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기둥이 되어 갔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성실함과 더불어 김C를 '1박2일'에서 살아남게 해 준 소중한 덕목이었습니다. 어디에서나 남을 배려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김C는 몸소 우리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것을 남겨주고 떠나는 김C를 위해 멤버들이 준비한 이별 선물은 따뜻한 아침식사였습니다. 그의 하차 소식을 들은 멤버들은 각자 준비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음식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가지고 왔던 것입니다. 김C를 홀로 기상미션에 당첨시켜 불국사 관람을 보내 놓고, 다른 날 같으면 쿨쿨 자고 있었을 멤버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분주하게 요리를 하며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피를 나눈 가족과도 같은 애정이 느껴져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 아침 밥상이 더욱 귀했던 것은, 값비싼 고기와 해산물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좀처럼 웃지 않고 너무 진지하기만 했던 김C가 '1박2일'에서는 고맙게도 정말 여러 번, 아낌없이 많이 웃어 주었군요. 마지막까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동료들을 안아주던 모습에 겹쳐,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사랑 노래 '고백'이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울려퍼지니, 제가 방송에서 목격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습니다. 이제 더욱 아름다운 나날이 그들 앞에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그리고 2년 전, 그토록 유명했던 '신입PD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인 유호진PD도 이번이 '1박2일'의 마지막 촬영이었다니, 왠지 더욱 더 감개가 무량합니다. 조용하고 성실해 보이더니만 그가 'PD계의 김C'라고 불렸다면서요? ㅎㅎ 어느 새 신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3년차 PD가 되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떠나는군요.


사실은 '승승장구-원더걸스편'에서 얼핏 그의 얼굴을 보았지만, 설마 비슷한 사람이겠지 하고 넘겨 버렸는데, 정말 그였다니 왠지 반갑네요. 유피디도 입사 처음부터 지독한(?) 프로그램에 배정되어 그 동안 참으로 고생 많았습니다. 그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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