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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총기난사 사건, 처참한 비극은 왜 계속되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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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총기난사 사건, 처참한 비극은 왜 계속되는가?

빛무리~ 2014. 6. 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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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1일 저녁 8시 15분경,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휴전선을 지키는 일반전초)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임모 병장(22)이 K-2 소총을 난사해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 병장은 완전 무장 상태로 GOP 근무 직후 복귀하던 도중 소지하고 있던 슈류탄 한 발을 꺼내, 소초 인근 부대 보급로와 통하는 삼거리 지역에서 역시 근무를 마치고 이동 중이던 7명의 장병들을 향해 투척했다. 장병들이 수류탄 폭발에 놀라 도망치자 임 병장은 K-2 소총을 이용해 수발의 사격을 가하며 소초에서 30~40m 정도 떨어진 생활관(내무반)으로 이동했고, 생활관에 진입하여 비무장 상태의 병장들에게 추가로 소총을 난사했다. 사망자 중 3명은 생활관 밖에서, 2명은 생활관 안에서 발생했으며, 수류탄이 아니라 모두 소총 사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지향성 조준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이번 사고가 '무차별적' 난사는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약 15~20여발의 사격을 가한 후 임 병장은 곧 인근 야산 방향으로 도주했다. 군은 즉시 부대 남측 도회지로 향하는 길목에 차단선을 설치해 임 병장의 남하 및 민간인 접촉을 막고, 22사단 전지역에 대한 '진돗개 하나'를 발령해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사건 발생 20여 시간이 흐른 현재, 임 병장은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군과 최소 60발 이상의 총격전을 벌인 후 대치 중에 있다. 임 병장과 그를 검거하려는 군의 총격전은 22일 오후 2시 13분경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소대장 1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었다.

 

애초 무장 상태로 탈영한 임 병장은 K2소총과 실탄 60여발을 소지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290여 발일 수도 있다고 한다. 탈영을 감행하기 직전, 숨진 동료 장병의 실탄을 탈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인근 지역인 고성 명파리 등 주민 540여 명에게는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원래 주민들은 군 당국의 협조 공문을 받고 가정내 대기중이었으나, 현재는 대진3리에 위치한 대진초등학교 내 체육관으로 긴급 대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발 추가 인명 피해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세월호의 어마어마한 비극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후 이제 겨우 2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어째서 또 이렇게 참혹한 비극이 발생하고 말았을까? 눈물과 한숨에 짓무른 가슴을 이제 겨우 진정시키고 애써 월드컵의 열기에 동참하려던 국민들은 또 다시 호되게 뒤통수를 맞았다. 홍명보호가 러시아를 상대로 승점을 챙기며 예상보다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자, 아직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국민들은 애써 환호성을 올렸다.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고 우리 장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슬픔을 떨쳐내고 다시 기운내서 살아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때 국가의 부름을 받고 청춘을 바쳐 험난한 휴전선을 지키던 우리 국군 장병들이 동료의 총기 난사에 무려 5명이나 생명을 잃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울어야 비극의 악순환이 멈추어질 것인가?

 

임 병장이 사고를 일으키게 된 명확한 경위는 현재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고 역시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다. 임 병장은 군 복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관심 병사'였다. 국방부는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군 총기난사 사건 이후 '보호 관심 병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현재 육.해.공군에서 집계된 '관심 병사'의 수는 7천여 명에 달한다. 관심 병사는 특별 관리대상인 'A급'과 중점 관리대상인 'B급', 기본 관리대상인 'C급' 등 3단계로 나뉜다. 'A급'은 자살 계획을 세웠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등 사고 유발 고위험군에 속하며, B급은 가혹 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부류 등에 해당한다. 'C급'은 주로 입대 100일 미만자와 허약 체질 보유자 등이다.

 

2012년 12월 입대한 임 병장은 2013년 4월, A급 관심 병사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임무수행에 지장 없다고 판단한 지휘관은 임 병장을 B급 관심 병사로 판정하고 GOP 근무에 투입시켰다. (규정상 A급 관심병사는 GOP 근무가 불가능하지만, B급과 C급 병사는 GOP 근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9월16일 전역을 앞두고 있던 임 병장이 끝내 이런 비극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동료 병사들을 향해 '지향성 조준사격'을 가했다면, 평소 악감정을 품은 동료에게 살의를 품고 저지른 계획적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힘든 군 생활 중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 한두 가지였을까만,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을 보면 확실히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정신적 질병의 명확한 진단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A급 관심 병사로 지정되었던 사람을 하필 위험천만한 GOP 근무에 투입한 것은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입대 초기에 A급 관심 병사로 지정되었을 정도라면, 아무리 그 이후에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고 해도 GOP 근무에서는 제외시켰어야 하는 게 아닐까? 군에서 특별한 치료가 이루어졌을 리도 없는데,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불과 7개월만에 저절로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군은 임 병장이 GOP에 배치된 후 지난 3월 인성검사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B등급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GOP 근무에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의 결과로 무고한 사람이 5명이나 죽었는데, 아직도 형식이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잘못된 형식과 관습은 고쳐져야 마땅한 것일 뿐, 책임회피용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한 군 관계자는 "GOP 근무는 그 자체가 단절과 고독의 연속이다. 그래서 마음의 병이 있다면 계속 생각하면서 그 마음의 병을 키울 수 있는 구조적 상황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혹자들은 인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을 거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설득력은 매우 약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동부전선 22사단은 30년 전부터 최근까지 불명예스런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여 기강 해이에 대한 지적을 수차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4년 6월 26일, 동부전선 22사단에 근무하던 조모 일병이 내무실에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해 병사 1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9년 10월에는 민간인이 22사단 철책을 절단하고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철책과 우리 군의 경계를 뚫고 GOP까지 내려와 귀순한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부대는 귀순 병사가 내무반 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표명할 때까지도 철책이 절단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부대에서 이처럼 대형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군의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은 물론, 부대 내의 가혹 행위라든가 또 다른 원인들도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하필 A급 관심 병사로 지정되었던 임 병장을 GOP 근무에 투입시킨 이유에 대해서도 철저한 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 동안 부대 내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도 자세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생떼같은 자식을 잃으신 부모님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쓰리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 아들의 모습은 푸른 잎 싱싱한 나무 같았을텐데... 그리고 현재 군과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중인 아들을 향해 투항하라고 설득 중이라는 임 병장의 부모님은 또 어떤 심정이실까?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 또 일어났다.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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