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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자식 목숨값 챙겨가는 부모들, 궁극의 비정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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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자식 목숨값 챙겨가는 부모들, 궁극의 비정함

빛무리~ 2014. 6.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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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간 헤어져 양육비는 커녕 연락조차 끊고 살았다 해서 무조건 '버렸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먹먹한 그리움과 아픔을 간직한 채 그 오랜 세월을 홀로 견디어 왔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토록 아프게 헤어지고 그리워하던 자식이 불의의 사고로 어린 나이에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얼른 가서 보상금과 보험금의 절반을 받아 챙겨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 리는 만무하다. 현재의 삶이 얼마나 퍽퍽한지는 몰라도,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비극이 닥쳐오면, 많은 경우 더러운 후폭풍이 불어온다. 부모의 사후에 유산을 놓고 싸움을 벌이다 의절하는 형제가 많다는 것 또한 더러운 후폭풍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유산을 놓고 벌이는 자식들의 싸움보다 더욱 끔찍하고 추악한 것은, 버린 자식이 십 수년 만에 죽었다 하니 이제 와서 목숨값을 챙기겠다고 덤벼드는 파리떼 같은 부모들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현행법이 자녀 양육에 대한 기여도를 따지지 않고 친권을 가진 생물학적 부모에게 법정상속인으로서 권리를 똑같이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당한 권리를 합법적으로 박탈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故 신○○ 상사가 2010년 10월 천안함 침몰 사고로 숨지자, 그가 두 살 때 집을 나간 후 연락을 끊었던 생모가 28년만에 나타났다. 그녀는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한 군인사망보상금 2억원과 군에서 가입한 단체보험금 1억원에서 각각 절반을 가져갔다. 이후 매달 지급되는 월 80만원의 군인유족연금 중 절반을 꼬박 꼬박 수령했고, 신 상사 유족에게로 전달된 국민 성금 5억원 중에서도 1억5000만원을 챙겼다. 이에 홀로 신 상사를 키웠던 부친은 전처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청구 소송과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 결과 전처는 군인연금만 포기했을 뿐 보상금 절반의 권리는 인정받았다.

 

이와 같은 사례는 몇 건이 더 있다. 故 정○○ 병장의 모친 역시 22년만에 나타나 보상금 절반을 타간 전남편을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해서 법원 조정을 받아야 했다. 이 탐욕스런 부모들은 상속권자로서 법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국민 성금까지 탐냈는데, 당시 성금 모금 주체였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여론을 감안해 이혼 후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성금을 배분하지 않으려 했으나, 故 신 상사의 경우처럼 친권자가 법정에서 권리를 주장하면 일부를 지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희생자 윤○○(19)양의 아버지는 12년 전 이혼한 생모가 갑자기 나타나 보상금 5억9000만원에 대한 절반의 권리를 주장하는 바람에, 현재 법정에서 시비를 다투고 있다.

 

그리고 이제 무려 250여 명 고등학생들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이 수습 단계에 있다. 희생된 학생들 중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 및 조손 가정 학생은 5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4월 16일 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6일만에, 12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한 여학생의 생부가 나타났다.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듯, 그는 발인이 끝나자마자 잽싸게 보험금의 절반을 타 갔다. 그 보험은 혼자 딸을 키워 온 어머니가 개인적으로 든 것이었는데, 이제껏 한 푼의 보험금도 내지 않은 생부가 그 절반을 낼름 집어 삼키고 만 것이다. 생부는 이 외에도 단원고 학생들이 가입한 동부화재 단체여행자보험의 사망보험금 1억원과, 청해진해운이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에서 지급될 3억5000만원에도 50%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런 황당한 사태를 막을 수가 없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만 나올 뿐이다. 보험회사 측에서는 "사망확인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을 챙겨오면 보험금을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서 배우자도 자녀도 없는 미성년자가 사망하면 친권자인 부모에게 각각 50%씩 상속권이 주어지는데, 조부모가 키웠더라도 부모 상속권이 우선이니 혹시라도 부모에게 버림받은 손주를 애써 키우신 조부모가 계시다면 더욱 통탄할 노릇이다. 이와 같은 상속권 분쟁은 천안함이나 세월호 같은 큰 사고뿐만 아니라 일상 교통사고 등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혼 증가 등으로 한부모, 조손 가정이 급증하고 있으니, 양육 기여도를 법적 권리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국회와 법조계에서는 양육 기여도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상속법의 한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천안함 침몰 당시 비정한 부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을 때, 양육 기여도를 고려해 유족급여를 차등지급토록 하는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한 무소속 의원에게서 발의되었으나 무관심 속에 자동 폐기되었다. 왜일까? 한국 사회에서는 튀는 행동을 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특히 많으니, 모두 '전례에 따르느라' 그러는 것일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법적 문제의 대표적 예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비난 여론이 거셀 때마다 재판부 측에서는 항상 '전례에 따랐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지만, 결국은 그거다.)

 

예상컨대 맨 처음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재판부에 가해자 측 연관 인물이 있었거나, 비양육 부모의 보상금 문제가 발생했던 초기에 법 개정을 논의하던 사람들 중 비양육 부모가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터무니 없이 낮은 형량을 선고하고, 모순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법 개정을 거부하고, 선배들이 그런 전례를 남겨 놓았으니 후배들은 그에 반대하며 튀는 행동을 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봐서 계속 따라하고, 뭐 그런 식으로 이어지는 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당최 이해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힘 없는 개인으로서 법적 문제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개인 보험의 경우는 계약할 때 수익자를 지정해 놓으면 이런 문제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하니, 차후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에서 자녀 앞으로 보험을 들 때는 반드시 참고해야 할 듯 싶다. 그런데 아무리 '만약'이라지만 "자녀가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 수령자는 누구로 해주세요!" 라고 말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부모로서는 누구나 소름돋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아...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인간답게 살려는 사람들만 점점 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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