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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에밀레종의 끔찍한 전설을 왜 주입시키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아빠, 어디 가' 에밀레종의 끔찍한 전설을 왜 주입시키나?

빛무리~ 2014. 6. 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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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일요일 저녁이면 '아빠 어디 가'를 재미있게 시청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괴이한 내용이 방송됨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물 귀신이 아빠를 잡아갔다고 속여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게 한다든지, 여자아이 두 명을 놓고 계속 남자아이들에게 "누가 더 예쁘냐?"고 묻는다든지 하는 것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들이었다. 물론 사람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는 경솔한 언행을 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수많은 시청자가 지켜보는 방송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할 일이다. 특히 이번 주 방송분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을 견학하러 간 아빠들의 행동은 약간 섬뜩할 만큼 괴이했다.

 

에밀레종에는 매우 끔찍하고도 슬픈 전설이 있다. 신라의 제35대 경덕왕은 부왕이신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봉덕사에 커다란 종을 만들라고 명했는데, 갖은 공을 들이고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어 제작한 종에서는 왠지 소리가 나질 않았다. 정성이 부족하여 부처님이 노하신 듯하니 시주를 더 많이 거두어서 더욱 정성들여 만들라고 경덕왕은 명을 내렸다. 그래서 봉덕사의 스님들은 전국을 다니며 시주를 받았는데, 어느 날 주지스님이 꿈 속에서 부처의 목소리를 들었다. "며칠 전에 시주를 받으러 갔다가 그냥 돌아온 집의 아이를 데려오너라. 그 아이가 들어가야 되느니라."

 

 

"시주할 게 아무것도 없다던 그 집 아이를 말하는 것이로구나!" 스님이 그 집으로 찾아가 꿈 이야기를 전하니, 아기 어머니는 애통한 눈물을 흘리면서도 결국 부처님의 뜻을 어길 수 없다며 아기를 내놓았다. 주지 스님이 데려온 아기는 펄펄 끓는 쇳물 속에 넣어지고 종은 다시 만들어졌다. 새로 만든 종을 치자 아주 맑은 종소리가 울려퍼지는데, 그 소리 안에는 마치 아기가 울먹이며 엄마를 찾는 것처럼 '에밀레~' 하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종을 '에밀레종'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전설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단순한 전설일 가능성이 높다.

 

혹자들은 사람의 뼈에 들어있는 인(燐) 성분이 청동의 주조성을 좋게 하기 때문에 그 전설의 내용에는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에밀레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종을 만들 때 아이를 넣었다는 역사적 사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27톤의 쇳물 속에 아기의 뼈가 녹아들었다 해도 거기서 추출되는 인의 양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그 쇳물을 모두 한 가마에 끓인것이 아니라 도가니 100개 이상을 동시에 사용했기 때문에, 주조 과정에서 아기를 넣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실 그러한 전설이 생겨난 이유는 백성들의 고통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시대 백성들은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강제로 끌려가 노역에 참여해야 했고, 집집마다 시주라는 명목으로 재물도 내놓아야 했다. 가난해서 내놓을 것이 없으면 끌려가 매를 맞거나 곤욕을 치르게 되니, 눈물을 머금고 자식을 팔아 시주를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경덕왕과 혜공왕 시절은 신라의 문화 예술이 한창 꽃피던 시기로서 불국사, 석굴암, 에밀레종, 황룡사 종, 만불상 등이 모두 그 때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속에는 끊임없이 노역에 끌려다니며 재물과 자식마저 빼앗겨야 했던 백성의 한이 녹아들어 있었다.

 

거대한 성덕대왕 신종을 만드는 동안 노역에 동원된 백성들은 엄청난 피땀을 흘렸을 것이고, 그 와중에 슬프고도 끔찍한 전설이 발생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제시대 이후 에밀레종 설화는 연극, 영화 등으로 제작되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여부도 불분명한 데다가 이토록 끔찍한 내용의 설화를 어린아이들에게 학습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도대체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그 설화의 내용을 학습 자료에 포함시켰을까? 그리고 김성주는 무슨 생각으로 민율이에게 "종 속에 정말 아기가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단정적으로 들려 주었을까? 

 

 

김성주는 종이 울릴 때마다 그 속에서 아기가 "에미(엄마)때문에~ 에미때문에~" 라고 울면서 엄마를 원망한다는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전해주었고, 곁에 있던 윤민수도 장난스레 동조했다. 윤민수가 "에미때문에~"라는 목소리를 휴대폰에 몰래 녹음하여 종소리와 함께 들려주니 아이들은 살짝 의심하면서도 거의 진짜로 믿는 눈치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설화 자체가 검증된 사실도 아닐 뿐더러, 아기가 엄마를 원망한다는 내용까지 첨부해서 각색한 이야기는 오싹하도록 괴기스러웠다. 믿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도록 강제 주입시키는 아빠들의 행동은 교육에 아주 해로운 것이었다.

 

설상가상 '에미'라는 단어부터가 어린이에게 가르칠만한 것이 아닌데, 어린 아들을 속이며 놀리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는 듯 계속 "에미때문에~"를 외쳐대는 김성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저러나 싶어서 짜증이 솟구칠 지경이었다. 아이들은 '종 속에 아기가 들어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정확한 설화의 내용은 끓는 쇳물 속에 아기를 넣어서 죽였다는 것이니 이는 상상만으로도 정신에 해악을 끼칠만큼 흉측한 일이라,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그 설화가 사실이라 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가르쳐야 옳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방송이니만큼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아빠들과 제작진이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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