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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 서' 선방한 이연희, 우려되는 배수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구가의 서

'구가의 서' 선방한 이연희, 우려되는 배수지

빛무리~ 2013. 4.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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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딸을 사랑하여 인간이 되고자 했던 신수(神獸) 구월령(최진혁)의 간절한 소망은 '구가의 서' 제2회에서 꺾이고 말았습니다. 전설의 여주인공으로는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윤서화(이연희)의 사랑은 구월령의 정체를 알게 되자마자 무너져 내렸고, 그녀의 배신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이었죠. 만일 윤서화의 뱃속에 잉태된 생명이 없었다면, 구월령이 담평준(조성하)의 칼에 찔리는 그 순간 모든 희망은 사라져 버렸을 것입니다.

 

구월령은 '구가의 서'를 얻어 인간이 되기 위해 꼬박 90일 동안이나 무사히 금기를 지켜 왔지만, 경솔하게도 혼자 나물을 캐러 나갔던 윤서화는 관군에게 붙잡혀 버렸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금기를 깨지 않을 수 없었죠. 꿈을 이룰 수 있는 100일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지만, 처참히 끌려가는 그녀를 바라만 볼 수 없었기에 구월령은 기꺼이 수호령의 정체를 드러내고 신묘한 능력을 발휘하여 관군을 물리쳤습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살생도 불가피한 일이었고요. 하지만 애써 구해 주었어도 윤서화는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짐승의 자태를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발톱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구월령의 모습은 윤서화에게 충격 그 자체였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만났던 단 하나의 사랑... 깊은 산중에서 단 둘이 부부의 연을 맺고 석 달 동안이나 알콩달콩 살아온 구월령의 정체가 짐승이었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랑을 지속하기엔, 윤서화는 너무 평범한 여자였습니다. 구월령의 사랑에 몰입된 마음으로는 그녀의 배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윤서화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지난 석 달 동안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만큼, 배신감도 크게 느껴졌을 겁니다. 자신의 정체를 숨겼을 뿐만 아니라 남동생 윤정윤(이다윗)과 몸종 담이(김보미)가 죽었다는 사실마저 숨기고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월령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사랑이었지만, 서화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기만하는 행동이었을 뿐입니다. 관군들의 공격에 상처입고 혼절한 구월령을 남겨두고 도망쳤던 윤서화는 며칠 후, 스스로 관군을 이끌고 월령의 은신처를 찾아왔습니다. 관군을 인솔하고 온 담평준의 칼에 찔린 구월령은 한 줄기 푸른 빛이 되어 어디론가 날아갔는데 그 운명은 아직 알 수가 없군요.

 

 

"유한한 것은 영원한 것보다 훨씬 더 숭고하다네!" 인간이 되기를 꿈꾸던 구월령은 유일한 친구 소정법사(김희원)에게 이렇게 말했었죠. 하지만 인간이 되지 못했으니, 그는 여전히 영원한 존재로 남아 있을 겁니다. 죽음이나 소멸조차 허락되지 않은 영원한 삶... 소정법사는 인간이 되려다가 실패한 수호령은 '천년악귀'가 되어야 할 운명인데, 그것을 피하려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여인으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거나, 또는 배신한 여인의 심장에 산사나무 단도를 찔러넣어야 한다고 말했죠. 윤서화가 배신을 했으니 남은 길은 한 가지뿐, 하지만 구월령은 끝내 그녀의 심장을 찌르지 못했습니다.

 

담평준의 칼이 더 빨라서 미처 찌를 틈이 없었던 걸까요?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달려나갈 땐, 어쩌면 진심으로 죽이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천년악귀의 운명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배신당한 남자의 상처 때문이죠. 하지만 담평준이 막아서지 않았더라도, 구월령이 윤서화를 죽이지는 못했을 듯 싶네요. 소정법사의 말대로라면 이제 구월령은 천년악귀가 되어야 할텐데요. 악귀가 되어버린 생부의 존재가 주인공 최강치(이승기)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자기가 구월령의 아이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서화는 어떻게든 낙태를 시키려고 발버둥칩니다. 서슴없이 독초를 씹어먹고,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기를 수없이 했지만, 뱃속의 질긴 생명은 끄덕도 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났군요. 괴물이 태어날 거라고 확신한 윤서화는 만삭이 되자 홀로 산에 들어가 아이를 낳고 곧바로 죽여버릴 결심을 합니다. 모진 산고 끝에 새 생명이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나고, 윤서화는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아이를 향해 낫을 치켜드는데, 예상치 못한 아기의 뽀얀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괴물이 아니라 귀여운 사람의 아기였던 거죠.

 

사랑한 구월령을 배신하고 뱃속의 아이마저 죽이려 했던 윤서화지만, 아기의 얼굴을 보는 순간 본능적인 모성이 발동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의 아이로 자라게 해 주십시오!" 자기 품에서 키운다면 절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핏덩이를 바구니에 담아 강물에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윤서화의 마지막 모정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버려진 아기는 다행히도 호남 최고의 거상 박무솔(엄효섭)의 손에 거두어지니 반인반수 최강치, 그 운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청순 가련형 아름다운 외모와 막강한 소속사의 위력에 힘입어 번번이 대작 드라마의 여주인공 자리를 차지했지만, 한 번도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배우 이연희, 그녀의 이번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자기보다 어리고 경력도 일천한 배수지에게 여주인공 자리를 내주고, 초반에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남주인공의 어머니 역할을 선택한 것이 과연 그녀 본인의 의지였는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 '구가의 서'는 그녀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이 작품에서 보여준 이연희의 연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한층 성숙해져 있더군요.

 

출연 분량이 짧은 것도 오히려 이연희에게는 플러스 요인입니다. 이제 눈빛과 표정 연기는 거의 흠잡을 데 없지만 대사 처리와 발음 발성에서는 아직도 뻣뻣함과 어색함을 떨쳐내지 못했으니, 긴 호흡으로 끝까지 드라마를 이끌고 가다 보면 결국 밑천이 바닥나 부족한 기본기의 폐해를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거든요. 윤서화 역을 맡은 것은 것은 배우 이연희에게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2회 감상을 마치고 3회 예고편을 보는 순간, 제 마음속에는 갑작스런 그늘이 지고 말았습니다. 여주인공 '담여울' 역을 맡은 배수지의 대사가 불과 몇 마디 들려왔을 뿐인데,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고 손발이 저절로 오그라들면서 '해품달-한가인'의 악몽이 재현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사실 처음부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위력일 거라고는 예상 못 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오래 전부터 기대해 온 작품이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애써 생각해 왔던 거죠.

 

"아직 어리고 연기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많이 노력했을 거야... '건축학개론'과 '빅' 이후로 한동안 연기하는 모습을 못 봤는데, 그 동안 많이 성장했을 거야... 괜찮을 거야..." 하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더군요..;; 표정과 눈빛, 몸짓 등이 아무리 훌륭해도 대사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연기는 미안하지만 발연기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저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고 해도 상관없지만요.
 
 

 

작년 초반에 일으킨 센세이션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을 만큼 잘 만들어진 화제작 '건축학개론'을 통해 배수지는 국민 첫사랑으로 떠오르고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솔직히 그 당시에도 연기를 잘하는 편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대단한 미인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린 나이답게 청순하고 풋풋한 이미지가 공교롭게도 여주인공 '양서연'의 청춘시절 배역과 끝내주게 잘 어울렸을 뿐이죠.

 

작품의 인기가 식지 않는 만큼 수지의 인기도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곧이어 방송된 드라마 '빅'에서 공감받지 못한 배역으로 민망한 연기를 선보이며 추락하나 했지만, 시청률 낮은 드라마는 금세 잊혀졌고 '건축학개론'은 옆구리 시린 계절을 맞이하여 다시 화제로 떠오르며 첫사랑 수지에 대한 그리움을 배가시켰습니다. 그렇게 이 시대 최고의 핫이슈로 떠오른 소녀 배수지는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가수 활동, 예능 활동, MC 활동 등으로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 와중에 연기 연습도 열심히 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지나친 욕심과 기대였나 봅니다. 수지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상대역인 이승기는 1년 가량 쉬는 중에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연기력을 갖추어서 돌아왔더군요. 작년 '더킹투하츠'에서도 난해한 캐릭터 '이재하'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구가의 서' 예고편의 잠시 스쳐가는 몇 장면에서도 이승기는 아찔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뜨거운 슬픔이 가득찬 눈빛만큼이나 가슴 미어지는 목소리로 최강치가 말하더군요. "걱정 마... 이 강치 오라비가 지켜줄 테니까..." 아, 주인공들의 비극적 사랑이 시작되는구나... 하며 저절로 몰입하던 바로 그 순간, 날라리 여고생이 국어책 읽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제가 만약 그 인연을 피하지 않으면 어찌 됩니까?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면요?" 어이쿠... 감정 몰입은 삽시간에 와장창 깨어지고 당혹감만 남았습니다.

 

 

차라리 남녀 주인공이 함께 발연기를 선보인다면 고민스럽지나 않을텐데, 좁혀 볼 엄두도 못 낼 만큼 엄청난 격차가 느껴지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순간 순간, 장면 장면마다 극심한 비교가 될텐데, 그 불협화음을 참고 견디면서 시청할 수가 있을까요? 저는 작년 초반에 그토록 애정을 담아 시청하던 '해를 품은 달'을 한가인 합류 이후 5회 가량 버티다가 결국 못 견디고 도중하차한 후 아직도 뒷부분은 시청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어요.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데...

 

고작 예고편을 보았을 뿐이니 희망을 가져봐도 괜찮을까요? 아직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기에, 제발 이 느낌보다는 조금이라도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기도하듯 간절합니다. 초반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뒷심 부족으로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드라마가 너무 많아서 이젠 슬퍼질 지경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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