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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리뷰 /마의

'마의' 이요원, 존재감 회복할 최후의 방법

빛무리~ 2013.03.05 09:00

 

 

50부작의 기나긴 여정을 달려온 드라마 '마의'도 이제 어느 덧 종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꽤나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던 초반에 비해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점이 많았지만,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의 끝없는 선의와 성실성은 볼수록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이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주제면에 있어서는 경쟁작인 '야왕'보다 확실히 높은 수준으로 앞서 있음을 느끼며, 저는 한동안 '야왕' 쪽으로 돌렸던 채널을 다시 '마의'쪽으로 고정했습니다. 중반의 혼란스러움과 지루함을 거쳐 대단원을 앞둔 지금은 초반의 긴장감이 살짝 돌아온 터라 다시금 흥미진진한 시청이 가능해졌더군요.

 

지나치게 외과술에만 치중하던 스토리가 다시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게 되면서 치열함도 더해졌습니다. 사랑과 복수, 은혜와 원망, 갈등과 회한이 교차하는 중에 바야흐로 악인들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네요. 백광현이 꼼꼼히 수집한 증거들에 인해 이명환(손창민)은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에 몰렸고, 설상가상 임금 현종(한상진)이 백광현을 믿고 의지하니 코 앞에 닥쳐온 운명의 시간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이는데, 평생 그를 후원해 주던 대비 인선왕후(김혜선)는 마침 이 절묘한 시기에 쓰러짐으로써 이명환에게 마지막 소생의 기회를 주는가도 싶습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과거의 책임에서 발뺌하고, 새로운 악행을 저지름으로써 현재의 위기상황에서만 탈피하려는 이명환의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그를 위해서 안타까운 게 아니라, 덩달아 깊이 상처받게 될 아들 이성하(이상우)와 양녀 강지녕(이요원) 때문입니다. 백광현이 이명환의 죽어 마땅한 악행을 잘 알면서도, 친부와 양부와 사부를 모두 그의 손에 잃은 피해자로서 이명환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그의 목숨이나마 살리려 했던 것은 오직 사랑하는 강지녕 때문이었죠. 아무리 악인이지만 강지녕이 평생 아버지로 섬겼던 자이기에 마지막으로 뉘우칠 기회나마 주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환은 여전히 자기 욕심을 위해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겼고, 급기야 사향을 이용해서 숙휘공주(김소은)의 두창 병세를 일부러 악화시키는 악수까지 두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는 행여 그 사실이 탄로나게 될까봐 함께 모의했던 의원 최형욱을 암살하려고도 했었죠. 이제 대비의 병세가 악화되고 유일한 치료수단이라 할 수 있는 백광현의 외과술을 대비가 극구 거부함에 따라 이명환에게 다시 한 번 왕실 인물을 치료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그의 능력으로는 대비의 병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고, 언제나처럼 간악한 편법을 써서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 할 것입니다.

 

 

죽을 뻔한 딸자식을 백광현이 살려주었는데도 여전히 은혜를 인정하지 않고 백광현을 미워하는 대비를 보며 그 완고함에 혀를 내두르긴 했지만, 결국 대비의 운명도 숙휘공주와 다를 바 없게 될 것입니다. 쉽게 나을 수 있었던 병을 이명환 때문에 키워서 실컷 고생한 다음, 최후엔 백광현의 손에 의해 완치되는 수순을 밟을 테니까요. 천한 마의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낯선 외과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백광현을 줄창 미워하던 대비였지만 정작 자신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나면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게 될 것이고, 대비의 반대를 극복하고 나면 현종이 명한 의금부 조사는 더 이상의 장애물 없이 진행되겠죠. 결과적으로 대비의 병은 이명환에게 기회가 아니라 독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공주와 대비의 치료 과정에서 행했던 말 못할 악행들까지 밝혀져 이명환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친을 닮지 않아 올곧은 성품을 지닌 이성하의 고통이야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양녀 강지녕도 마음의 고통을 피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강지녕에게는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백광현과 자기 자신의 출생의 비밀입니다. 갓난아기일 때 뒤바뀐 광현과 자신의 운명... 그 후로 이제껏 광현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그가 누려야 했던 모든 것을 빼앗아 누리며 살아온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잔인한 운명을 강지녕은 결국 알게 되고 말았으니까요.

 

 

광현의 생부 강도준(전노민)은 양반 출신의 의원이었으며, 좋은 가문과 많은 재산을 지닌 유복한 인물이었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었지만 몇 년 후에는 복권이 되었고, 그의 자식으로서 누릴 혜택은 모두 바뀐 운명의 딸인 지녕에게로 돌아갔죠. 정작 강도준의 친자식인 백광현은 천민 백석구의 아들이 되어 평생토록 신산한 삶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강지녕의 잘못이 아닐 뿐더러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역모의 누명을 쓴 강도준의 자식이 아들이면 곧바로 죽이라는 어명이 있었고, 도준에게 은혜를 입은 백석구가 그의 자식을 살리기 위해 선의로 벌인 일이었으니까요. 진실을 알면서도 후처리를 도왔던 의녀 장인주(유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그 뒤바뀐 운명이 백광현의 목숨을 살리고, 현재의 어진 명의를 탄생시킨 거였죠.
 
 

하지만 강지녕이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현실입니다. 그녀의 올곧은 성격으로 타인의 인생을 빼앗아 살았다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든 일인데, 더구나 그로 인한 희생자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백광현이기 때문이죠. 천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백광현이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일부러 진실을 숨기며 자기를 지켜주려 했다는 사실이 강지녕은 더욱 슬프기만 합니다. 진실이 밝혀지면 곧장 노비 신세로 떨어져 자신이 겪게 될 고통 따위는 아랑곳 없이, 자기 때문에 이제껏 광현이 겪어 온 고통만이 더욱 쓰라린 지녕입니다.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며 충격에 가늘게 떨리는 지녕의 얼굴... 이요원의 여윈 얼굴을 보니 저절로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는 비록 미실 고현정에게 좀 밀리긴 했지만, 타이틀롤 선덕여왕을 맡아 열연한 이요원의 존재감도 대단했었죠. 누구보다 외롭고 슬픈 운명을 지녔던 히로인 선덕여왕을 이요원은 썩 훌륭히 표현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 '마의'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여전히 주인공을 맡고 있음에도 이요원의 존재감은 미미하기 짝이 없군요. 숙휘공주 김소은을 비롯하여 소가영 역의 엄현경, 서은서 역의 조보아 등 조연들의 존재감이 오히려 히로인 강지녕을 능가하고 있으니 이요원으로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근본적 원인은 역시 대본에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요원의 연기력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대본상으로 강지녕 캐릭터가 매력있게 그려지질 못했어요. 총명한 '의녀님'으로서 백광현의 의생 시험을 도와주던 때가 그나마 제일 매력적이긴 했지만, 그 때도 역시 애인으로서보다는 충직한 동료나 은인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더구나 별로 하는 역할도 없었어요. 이대로 종영해 버린다면 어쩌면 '마의'는 이요원의 필모그라피 중 최악의 굴욕적인 작품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50부작 중 벌써 44부가 방송되었으니 이제는 고작 6회가 남았을 뿐인데, 이요원은 그 동안 어떻게든 존재감과 매력을 회복해야만 할 거예요.

 

 

백광현이 그토록 강지녕에게 숨기려 했던 출생의 비밀을 결국 알게 되었으니, 그녀의 역할은 이제부터입니다. 상처와 죄책감에 짓눌려 주저앉은 채 울고만 있다면 그런 히로인에게 누가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제 강지녕은 과감히 일어나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양반댁 아가씨로 살아온 자신의 운명이 비참한 노비 신세로 바뀔 것을 알면서도 용감히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멋질 것 같지 않나요? 강지녕의 그런 용기는 대비 인선왕후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만날 "천한 마의 주제에!"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백광현을 무시하던 대비였지만, 사실 백광현이 혁혁한 양반가문 출신임을 알게 되면 더 이상 그를 인정하지 않을 명분도 없지 않겠어요?

 

물론 원칙대로라면 강지녕은 노비가 되어야겠지만, 그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건 현실이 아니고 드라마니까요. 세자와 공주, 대비까지 살려낸 백광현은 그 공을 인정받아 특혜를 청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를 총애하는 현종은 기꺼이 강지녕을 면천시켜 그와 짝지어 주지 않을까 싶군요. 그러니 강지녕 자신이 직접 폭로하는 출생의 비밀이야말로 여기서는 해피엔딩을 위한 신의 한 수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 이요원에게도 존재감을 회복할 최후의 방법이 될 테고요. 이제 오늘 밤 방송될 45회에서 강지녕이 어떤 용기를 보여줄지, 살짝 조금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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