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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신혜라의 발목을 잡을 의외의 두 사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적자

'추적자' 신혜라의 발목을 잡을 의외의 두 사람

빛무리~ 2012. 6. 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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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THE CHASER'는 상당히 남성적이고 굵은 터치의 드라마이며 핵심 배역도 모두 남자들입니다. 처음에는 백홍석(손현주)과 강동윤(김상중)이라는 양대 기둥이 이끌어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오그룹의 노회한 구렁이 서회장(박근형)의 존재가 히든카드였군요. 게다가 평범하고 정이 많으면서도 적당히 속물적인 중년 서민의 전형같은 황반장(강신일)과 거칠지만 정의로운 젊은 지성을 상징하는 최정우(류승수) 검사 등, 탄탄한 연기력의 조연들은 잘 짜여진 대본에 힘을 더해주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그런데 이 남성적인 드라마 속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빛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습니다. 무릇 남성 위주의 드라마에서 여성들이란 그저 예쁘기만 한 민폐덩어리거나 존재감 없는 쩌리 신세에 머물게 마련인데, '추적자'의 여성들은 이토록 쟁쟁한 남자들 사이에서 여성 특유의 매력(외모와 상관없는)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색다른 빛을 발하고 있으니, 중심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면서 세부적인 캐릭터 하나 하나를 기막히게 배려하는 박경수 작가의 저력에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저는 이 포스팅에서 대략 3명의 여성 캐릭터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뱀보다 강하고 무서운 여자, 신혜라

 

 

신혜라(장신영)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건 처음부터 직감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야심만만한 늑대 강동윤은 물론이거니와,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뱀 서회장마저도 결국은 그녀의 손아귀에 놀아나는군요. 일각에서는 장신영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도 있던데,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장신영의 차분한 목소리와 냉혹한 무표정은 100% 신혜라처럼 느껴지거든요. 제가 보기에 여배우 장신영은 이 작품으로 한 단계의 관문을 통과한 것 같습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싸워대던 서회장과 강동윤은 놀랍게도 신혜라의 중재(?)를 통해 상부상조의 관계로 전환되었습니다. 강동윤에게 팽 당하고 꼼짝없이 옥살이를 하게 될 것만 같던 신혜라는 순전히 자력(自力)으로 그 위기를 빠져나와 절대 우위의 자리를 점령한 것입니다. 서회장과 강동윤은 꼼짝없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서로를 돕게 되었으니, 강동윤은 그 매끄러운 세치 혀로 한오그룹을 위기에서 건져 주고, 서회장은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기로 약속했군요. 공격을 포기하니 상대를 무너뜨릴 수는 없게 되었지만, 최소한 자신의 것은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윈윈 전략이네요.

 

 

이 플러스 마이너스 전략 가운데 신혜라는 독특한 조건 하나를 끼워 넣습니다. 바로 강동윤과 서지수(김성령)의 이혼이었죠. 그들이 이혼하면 서회장은 더 이상 호시탐탐 한오그룹을 노리는 강동윤의 발톱을 경계하지 않아도 되고, 남편을 따라 아버지를 배신했던 큰딸 서지수와의 관계도 호전될 것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강동윤을 사모하는 기색을 수차례 드러냈던 신혜라는 정식으로 그의 옆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얻게 되겠죠. 그런데 이 무서운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상대함에 있어서도 인정사정이 없습니다. 마치 "네가 감히 나를 버리려고 했어?" 하는 것처럼, 강동윤을 노려보는 신혜라의 눈빛에는 차가운 분노가 가득하더군요.

 

서지수와의 이혼을 원치 않는 강동윤의 입장에서는 신혜라의 강압에 의해 이혼서류에 기명날인하는 것이 매우 뼈아픈 상실과 굴욕이겠지만, 신혜라는 모든 면에서 그보다 한 수 위에 있으니 강동윤은 절대 신혜라를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10년의 세월을 통해 신혜라는 강동윤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더욱이 PK준의 휴대폰까지 움켜쥐고 있으니, 강동윤은 완전히 목숨줄을 저당잡힌 셈이라, 아무리 발버둥쳐 봐야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겠네요.

 

 

이 모든 계획을 통해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서회장이 묻자, 신혜라는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강동윤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절반을 가진 shadow power... 이게 제가 원하는 겁니다!" 야심과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발언을 듣는 순간, 저는 신혜라에 대해 약간이나마 품고 있던 연민의 정을 버렸습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상처받아 한오그룹에 복수하려고 강동윤과 손잡은 여인... 그런데 복수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랑의 덫에 걸려버린 비련의 여인...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천하의 몹쓸 짓을 해도 밉기보다는 가련했는데, 알고 보니 하찮은 복수 따위가 그녀의 목적은 아니었네요.

 

목표한 대로 이 나라 권력의 절반을 움직이는 쉐도우 파워를 갖게 되면, 이 잔혹한 여자는 그 힘을 이용해서 또 무슨 짓을 하려 들까요? 신혜라는 매우 강렬한 존재감과 아찔한 매력을 지녔지만 정말 위험하고 나쁜 ×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걸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도 밝혔듯이 강동윤과 서회장을 간단히 제압한 신혜라의 능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절대고수의 경지인데, 과연 누가 있어 그녀의 미친 질주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의리의 화신 조남숙, 감성의 아이콘 서지원

 

 

신혜라의 일처리는 언제나 깨끗하고 완벽하며, 그녀는 모든 일에 계획과 준비를 철저히 합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리고 일일이 대책을 세워 놓습니다. 예를 들면 서지수가 강동윤과의 이혼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하여 그 동안 차곡차곡 모아 두었던 서지수의 불륜행각 자료들을 근거삼아 이혼소송 서류까지 미리 준비해 둘 만큼 치밀한 사람이죠. 따라서 자신이 스스로 설계한 인생 계획 또한 빈틈없이 완벽하다고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예상컨대 신혜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손에 발목을 잡히게 될 것입니다. 자신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여기고 관심도 없었을 사람들에게 말이죠. 그 중 한 명은 백홍석의 후배 형사 조남숙(박효주)이고, 또 한 명은 서회장의 막내딸 서지원(고준희)입니다. 수완과 능력면에서는 신혜라보다 부족할 수 있겠지만, 이 두 여성은 신혜라에게 결핍된 한 가지를 지니고 있거든요. 평생 강동윤이나 서회장 같은 능구렁이들만 상대하며 살아온 신혜라는 세상에 또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다가, 순수의 결정체와도 같은 이 두 여자에게 제대로 허를 찔리겠죠.

 

 

조남숙은 혹시 백홍석의 여동생이 아닌가 싶을 만큼 그 우직한 의리를 꼭 닮았습니다. "우리 선배님, 한 번도 나를 혼낸 적이 없다. 비웃은 적도 없다. 그냥 내 편이 돼줬다. 그래서 나도 우리 선배님 편이 돼주는거다..." 조형사가 워낙 씩씩해서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젊은 나이에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면서 속으로 입은 상처가 꽤나 컸던 모양이네요. 너무 순진해서 사람을 쉽게 믿고 좋아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아픈 속을 위로하기보다는 훈계하거나 비웃었지만, 오직 백홍석 한 사람만은 무조건 이유불문 그녀의 편이 돼주었군요. 그건 참으로 백홍석다운 처신인데, 조남숙은 지금 그 은혜를 몇 배로 되갚고 있는 중입니다.

 

백홍석과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되고 형사의 신분으로 몇몇 범죄 행각에까지 동참함으로써, 여차하면 생업이 끊김은 물론 전과자가 될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조남숙은 한 번도 망설이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백홍석과 20년 지기인 황반장도 10억의 유혹에 넘어가 홍석을 배신했지만, 열혈 조형사는 끝까지 홍석과 함께 있었습니다. 백홍석이 총상을 입고 실종된 후, 조남숙은 끝까지 자신을 배려해서 그가 남긴 편지를 읽고는 몇 차례나 눈물을 펑펑 쏟으며 절규했지요. 이제 조남숙은 최정우 검사의 수사팀이 되어 백홍석의 행방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간절한 진심으로 뭉친 그 힘이 아직은 미약하지만, 머지않아 서지원과 협력하게 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잣집 딸인데다가 막내 특유의 순진함까지 더해져 가족들의 실체도 모른 채 행복하게만 살아왔던 서지원은 최근 진실을 깨닫게 되면서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사회부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정의감은 지녔으되 피는 물보다 진한지라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죠. 세상 물정 모르고 방방 뛸 때는 조형사처럼 강해 보이더니만, 진퇴양난의 고비에서 눈물만 흘릴 때는 몹시 여리게 보였습니다. 언니와 형부에게 자수를 권하다가 거부당하자 "아빠한테 다 말할거야!"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같기도 했지요. 워낙 그런 이미지다보니, 서회장도 강동윤도 신혜라도, 아무도 서지원에게는 경계심은 커녕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눈물을 거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그녀의 선량한 품성이 가족간의 이기심을 누르고 승리한 것이었지요. 서회장의 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특별 병동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서지원은 이제 중상을 입은 백홍석을 구하기 위해 그를 빼돌릴 것입니다. 강동윤의 손에 들어가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테니까요. 백홍석이 구출되면 그를 놓친 신혜라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고, 그녀는 더 이상 서회장과 강동윤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우위를 차지할 수 없게 됩니다. PK준의 휴대폰은 여전히 신혜라의 손에 있지만, 백홍석은 그 동영상에 못지 않은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지원에게는 한 가지의 빅카드가 또 있습니다. 백년 묵은 구렁이처럼 무섭지만 사실은 은근히 아들바보 딸바보인 서회장의 캐릭터 때문입니다. 새파랗게 어린 신혜라의 요구에 따라 강동윤을 돕기로 허락하는 것은 그 위신에 상당한 흠집을 내는 일일 수도 있는데, 뜻밖에 서회장은 불쾌해하지 않고 선선히 받아들이며 "사실은 내가 원했던 건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렸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떠올리는 말은 "잃어버린 따님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라고 단언하던 신혜라의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서회장에겐 다른 무엇보다도 큰딸 서지수를 되찾는 일이 더 중요했을지 모르겠어요. 괘씸해서 연을 끊으려 했지만 어디 정이 맘대로 끊어지나요?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딸 서지원을 향한 서회장의 애틋한 마음은, 아직까지 충분히 표현된 적은 없어도 큰딸 서지수에 대한 마음보다 더하면 더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더구나 서회장은 40여년 전, 어린 아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에 감동받고 눈물 흘렸던 기억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만큼, 속으로는 순수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맑고 순수한 막내딸의 눈물과 애원이라면 혹시 그 구렁이의 마음을 조금은 흔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여튼 서지원의 본격적인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똑똑하고 완벽한 신혜라는 좀 어리버리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두 여자에게 발목을 잡혀 평생의 소원을 눈앞에서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이 어두운 드라마에 조그만 희망의 불빛이라도 비쳐오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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