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불굴의 며느리' 신애라 자궁 이상? 막장도 정도가 있어야지! 본문

드라마를 보다

'불굴의 며느리' 신애라 자궁 이상? 막장도 정도가 있어야지!

빛무리~ 2011. 10. 13. 11:55
반응형




막장 없는 일일드라마, 따스한 가족드라마를 만들겠다던 초반의 포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맨 처음 계획은 시누이 김연정(이하늬)과 올케 오영심(신애라)이 한 남자 문신우(박윤재)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되는 거였지만, 오현창 PD는 그 설정이 막장스럽다 하여 삭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작가의 계획대로 진행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직 두 커플이 모두 결혼에 골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변이 없는 한 문진우(이훈)와 한혜원(강경헌) 커플에 이어, 오영심과 문신우 커플도 결혼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혜원이라는 여자는 정말 운이 좋군요. 귀여운 딸 비비아나(박민하)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해야겠죠?ㅎㅎ] 그런데 특히 메인 커플인 문신우와 오영심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외적 조건들을 비롯하여, 얄미운 비호감으로 잘못 표현되고 있는 여주인공 오영심의 캐릭터 때문에 좀처럼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응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의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문신우의 어머니 현명자(김동주) 여사에게로 공감과 동정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문신우와 오영심의 사랑은 주변의 온갖 방해공작에도 아랑곳 없이 깊어지기만 합니다. 문신우의 옛 애인 조은수(손가영)가 나타나 뒤늦은 집착을 보이며 매달렸지만 문신우는 끄덕도 없습니다. 급기야 현명자 여사가 조은수를 집으로까지 불러들이자, 문신우는 부모의 허락 없이도 결혼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절대적이고 굳건한 사랑은 웬만하면 멋있어 보이게 마련인데, 참 이상하게도 이들의 사랑은 어쩜 이렇게도 전혀 안 멋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영심의 몸에 심각한 이상까지 생겼네요.

문신우는 오영심에게 자신들이 살게 될 집 사진을 보여주며 "결혼하면 나 좋은 아빠가 될 거다. 적어도 세 명은 낳고 싶다"고 단란한 가정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오영심은 건강검진 받았던 병원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이어진 예고편에서 오영심은 자신의 자궁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고 충격을 받더군요. 의사는 "악성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수술로 난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쪽 난소만 제거한다면 임신과 출산에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내용이 그렇게 진행될 거라면 굳이 이와 같은 에피소드를 넣을 필요가 없었을 듯 싶군요.

구현숙 작가는 남들이 이해하든 말든, 공감하든 못 하든, 그저 문신우라는 한 남자의 사랑을 극단까지 끌어올려서 표현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랑이 그런 거였는지, 이번 기회에 여한이 남지 않도록 평소 그리고 싶었던 멋진(?) 남자의 캐릭터를 마음껏 그려 볼 생각인가봐요. 서른살의 잘 생긴 총각 문신우는 외적 내적으로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왕자이면서, 나이는 자기보다 네 살 많고 얼굴은 열 살 가량 위인 듯 보이는 과부 오영심을 끔찍히 사랑합니다. 재벌가의 둘째 아들에 유학파 출신인 문신우와 달리, 오영심은 고아원 출신에 경제적으로는 빈털터리이고 학벌은 고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상하게 오영심은 아직도 전남편의 집에 기거하며 시집 식구들의 만만찮은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녀의 친정이 아니라 예전 시집 식구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죠. 남자로서 치사해서라도 그 짓은 못할 것 같은데, 당장 그 집에서 나오라고 호통이라도 칠 것 같은데, 문신우라는 속 없는 남자는 그저 오영심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 주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녀를 사랑하는지 이유조차 뚜렷하지 않은데 참 눈물겨운 헌신입니다.

결혼을 한다면 최소 3명 이상 아이를 낳겠다는 이 남자의 말은, 식구 많고 다복한 가정에 대한 그의 열망을 짐작케 합니다. 그런데 오영심이라는 여자를 선택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가능성이 높게 되었습니다. 과연 문신우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의 사랑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결코 오영심의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몸이 아플 때야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지켜주어야 하는 법인데, 아프다는 이유로 오영심을 버린다면 그 동안 문신우가 보여준 사랑은 근본적으로 부인되는 셈입니다.

문신우는 오직 하나뿐인 사랑 오영심을 위해서 참으로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누구보다 자기를 믿어주던 부모를 배신했으니, 이 결혼을 강행한다면 이미 내정되어 있던 아버지 회사 후계자의 자리마저 내놓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돈과 권력과 가족을 모두 잃게 되겠죠. 그런데 이제는 오영심의 건강 상태로 인해, 자기가 오랫동안 염원해 오던 다복한 가정의 꿈마저도 포기해야 하겠군요. 이건 남자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완전히 '아낌없이 주는 나무' 로군요.

문신우와 오영심이 결혼에 성공하면, 한 집안의 동서지간이었던 두 며느리가 각각 과부와 이혼녀가 된 후, 또 다른 집안의 며느리로 나란히 시집을 가서 또 다시 동서지간이 될 것입니다. 심심할까봐 그랬는지 이번에는 위 아래도 바꾸었군요. 손위였던 오영심은 손아래가 되고, 손아래였던 한혜원은 손위 맏며느리가 되겠네요. 세상에 이보다 더 막장스런 설정이 또 존재할까요? 얼마 전까지 남의 집 며느리였던 것을 뻔히 알면서, 그 두 여자가 나란히 자기네 집 며느리로 서 있는 모습을 봐야하는 시부모는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던 걸까요? 

게다가 막장 설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만월당의 장녀 김연정은 직장 상사 장비(이승효)와 사랑을 키워가는 중인데, 공교롭게도 김연정의 어머니 차혜자(김보연)와 장비의 아버지 장석남(이영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를 연모하고 있다가 최근에 다시 만나 황혼의 로맨스를 시작한 연인들입니다. 이렇게 부모와 자식이 이쪽저쪽 연인 관계로 복잡하게 얽히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막장 코드 중 하나죠. 너무 흔해서 언제부턴가 무감각해지고 말았지만, 생각해 보면 얼마나 현실성 없고 추잡한 관계인지 모릅니다.

하여튼 오영심의 자궁 이상은 정말 황당의 극치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가진 것 하나 없는 오영심을 왜 아이조차 낳을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서, 사랑하는 남자의 마지막 꿈마저 무너뜨리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채,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무작정 남자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이 드라마의 황당한 내용은 여전히 여자로서의 저를 매우 부끄럽게 합니다.


*** 관련글 : 불굴의 며느리, 막장보다 염려되는 여성비하적 설정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