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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만세' 오정희가 가장 행복한 여자인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애정만만세' 오정희가 가장 행복한 여자인 이유

빛무리~ 2011. 10. 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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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애정만만세'가 최근 들어 상당히 볼만해졌습니다. 그 동안에는 불륜남 불륜녀들의 철면피한 행각이 너무 짜증스러워서 대충 보다가 말다가 했었는데, 요즘 그 뻔뻔한 인간들에게 차례로 철퇴가 내려지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통쾌한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는 중입니다. 남녀 주인공인 강재미(이보영)와 변동우(이태성)의 달콤한 사랑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저는 솔직히 그쪽보다 한정수(진이한)와 채희수(한여름)가 어떻게 몰락하는지에 훨씬 큰 관심이 있습니다.

한정수는 강재미와의 결혼 생활에서 불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음을 결국 병원에서 확인했습니다. 자연 임신의 확률은 거의 없다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채희수 뱃속의 아이는 자기 핏줄이 아닐 가능성이 99%겠지요. 저의 예상대로 찌질남 한정수는 광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채희수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그녀의 말을 믿어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좁아터진 마음 속에 그런 여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의사와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채희수가 그의 손을 잡자, 한정수는 "어디다 손을 대? 불결한 손 치워!" 라고 사정없이 막말을 시작했습니다.

"너 임신한 채로 나한테 접근했지? 나한테 덤태기 씌웠지? 제 몸 간수도 제대로 못하고 남 등쳐먹고 사는 계집애!" 한정수의 거센 분노 앞에서도 채희수는 나름 차분했습니다. "아무리 멍청한 애엄마라도 자기 뱃속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느낌으로 알아. 나는 이 아이가 당신의 아이라고 확신해!" 하지만 그녀의 애원은 한정수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너 같으면 99%와 1%중에 어느 쪽을 믿겠냐?" 그러자 채희수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확률 따위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믿을 거야. 내가 당신 입장이라면, 확률이 0%라고 해도 나는 당신을 믿을 거야!" 그러나 한정수는 말했습니다. "나도 너를 믿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만삭의 채희수를 뿌리치고 나와서 혼자 괴로워하던 한정수는 불현듯 전처 강재미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강재미는 새 연인 변동우에게 달콤한 프로포즈와 키스를 받고 사랑의 행복을 만끽하던 참이었습니다. 뜻밖에도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정수를 발견하고 강재미는 깜짝 놀라는데, 예고편에서 들려오는 한정수의 목소리는 "나 다시 받아줄래?" 이것이었습니다. 철면피도 이 정도 되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군요. 심지어 그의 뻔뻔함에 분노하는 변동우 앞에서 한정수는 "어디 두고 봐. 내가 붙잡는데 강재미가 나를 받아주지 않을지..." 라는 말로 당당히 선전포고를 합니다. 강재미는 벌써 그에게 오만정이 다 떨어졌건만, 이 어리석은 남자는 아직도 그녀가 예전처럼 일편단심 자기를 사랑할 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역시 예고편을 보니 한정수는 채희수의 임신 문제로 조폭 처남에게 대들다가 퍽퍽 얻어 맞더군요. 강재미와는 결코 재결합할 수 없을 것이고, 채희수와 이혼을 하든 못 하든간에 이제 한정수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이혼하면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 테고, 못 하게 되면 평생 남의 자식을 뼛골 빠지게 키워야겠죠. 채희수도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막말을 하는 한정수에게 "나는 죽어도 당신하고 살 거야!" 하며 매달리는 것을 보니 그래도 진심으로 한정수를 사랑한 모양인데, 이제 한정수는 평생 그녀를 사랑하거나 귀하게 여겨주지 않을 테니까요. 자기 잘못은 제쳐놓고 그녀 잘못만 따지는 한정수의 마음 속에서, 이미 채희수는 가장 더럽고 쓰레기 같은 여자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또 다른 불륜남 강형도(천호진)과 그 아내 변주리(변정수)에게도 불행이 닥쳐오고 있습니다. 툭하면 가슴에 깊은 통증을 느끼고 약을 복용하는 강형도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아요. 다시 그를 사랑하고 있는 전처 오정희(배종옥)는 볼 때마다 안색이 좋지 않다고 걱정하지만, 철없는 현재의 아내 변주리는 남편의 안색이 어떤지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명품 쇼핑 중독에도 모자라, 이제는 엄청나게 비싼 헬스클럽 이용권을 끊어달라고 조릅니다. 지난 번 대출금은 갚았으니까 또 대출을 받아서 끊어 달라고 떼쓰는데,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더군요. 이런 마누라와 사는 강형도는 너무 불쌍한 남자라서 차마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강형도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조강지처와 딸을 외롭게 내팽개쳐 두었던 죄에 대한 천벌을 이제 와서 톡톡히 받게 될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을까 싶군요. 그렇게 되면 철없는 아내 변주리는 어린 딸을 데리고 청상과부가 되겠지요. 지금도 크리스탈 박(김수미)은 딸에게 경제적 지원을 거의 해주지 않아서, 강형도가 매일 야근까지 해가며 변주리의 씀씀이를 간신히 메꾸어 왔는데, 이제 그가 죽으면 마음의 상처뿐만 아니라 생활의 타격도 몹시 클 것입니다. 밑빠진 돈 항아리 같은 이 여자에게 아이까지 딸려 있으니, 어떤 남자가 선뜻 그 짐을 짊어지려 할지도 의문이구요.

제목에는 오정희의 이름을 언급해 놓고, 그녀의 이야기는 맨 나중에야 하게 되는군요. 오정희와 강형도의 다시 시작된 사랑을 가리켜, 또 하나의 불륜일 뿐이라고 나쁘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륜이라면 치를 떨고 질색을 하는 제 눈에, 왜 오정희의 사랑은 하나도 더럽지 않게 보이는 걸까요? 더럽기는 커녕 오히려 가장 깨끗하고 순수해 보입니다. 강형도의 사랑까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오정희의 사랑은 더없이 깨끗한 순백색입니다.

왜냐하면... 오정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오직 한 남자 강형도만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요. 요즘처럼 사랑이 쉽게 변하고 바뀌는 시대에, 평생토록 단 하나뿐이었던 오정희의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구나 오정희는 남의 남자를 빼앗은 것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강형도는 그녀의 남자였고 딸의 아버지였습니다. 오정희는 단 하나뿐인 사랑을 비참하게 빼앗겼을 뿐입니다. 법적인 입장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변주리와의 관계에서 오정희는 영원한 피해자입니다. 미친 행동을 해서 남의 사랑을 빼앗고, 그 남자의 고달픈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살아 온 변주리는 영원한 가해자입니다. 오정희를 불륜녀 취급하면서 펄펄 뛰는 변주리의 그 모습은 가증스럽기만 합니다.

뼈아픈 배신을 당하고, 그 오랜 세월 동안 버림받은 외로움과 가난과 추위에 떨며 살아왔는데도, 오정희는 딸 강재미에게 말했습니다. "너희 아빠보다 더 멋진 남자를 못 만나서, 나는 연애도 못 하겠다..." 저는 그 한결같은 마음이 차라리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평생토록 그런 사랑을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이 부럽기조차 합니다.

그리고 결국 사랑은 그녀에게 돌아왔습니다. 변주리에게 피를 빨아먹혀서 만신창이가 되고 깊은 병까지 걸린 몸으로 돌아왔지만, 강형도라는 남자에게 있어 최후의 사랑은 바로 오정희였던 것입니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은 얼마 안 남았을지라도, 그와 상관없이 오정희는 사랑을 얻었습니다. 빼앗겼던 사랑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오정희는 가장 행복한 여자입니다. 훈남 변호사와 사랑에 빠진 딸 강재미보다도 오정희가 더 행복합니다. 강재미는 한정수와의 사랑에 실패했지만, 오정희는 단 하나뿐인 사랑을 끝내 이루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세번째의 사랑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요즘 세상에 정말 보기드문 오정희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오정희는 남자의 보호막이나 그늘에서 벗어난지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강형도가 떠난 이후에도 생활에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입니다. 그가 남겨둔 사랑만 고이 간직하고 때때로 추억하며, 이제껏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지요. 당장 강형도가 떠나면 징징 울면서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질 변주리와는 너무 다른 입장입니다. 결국 변주리도 그렇게 천벌을 받는 거겠죠.

강재미는 변동우의 프로포즈를 받고, 죽집 사업에 성공한 후 그와 결혼할 결심을 굳힌 듯합니다. 그러나 크리스탈 박의 천금같은 외아들을 데려오기에는 이혼녀 딱지부터가 너무 큰 걸림돌일 것입니다. 게다가 더욱 결정적인 장애물은 시누이의 남편이 바로 자기의 아버지라는 기막힌 현실이죠. 안타깝지만 이 둘의 사랑 역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드라마 '애정만만세' 속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는 오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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