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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만세' 한정수에게 내려진 뼈아픈 천벌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애정만만세' 한정수에게 내려진 뼈아픈 천벌

빛무리~ 2011. 9. 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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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불륜과 이혼 등의 소재는 무척 싫어하는 저에게 있어 '애정만만세'는 처음부터 그닥 애정을 가질만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동시간대에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무심히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변주리(변정수)와 채희수(한여름)라는 두 명의 불륜녀가 등장하는데, 이 여자들의 뻔뻔함이 어찌나 지독한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원래 여주인공 강재미(이보영)의 남편이었다가 지금은 채희수의 남편이 되어 있는 불륜남 한정수(진이한)의 뻔뻔함은 짝꿍 채희수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이제껏 선량한 사람들은 점점 더 억울해지고,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내팽개쳐 버린 그 뻔뻔한 인간들은 점점 더 행복해지는 전개에 몹시 짜증이 났던지라, 굳이 그 내용을 되새기며 포스팅까지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방송된 22회에서는 그야말로 속이 시원해질 정도의 한 방이 터졌습니다. 최고의 찌질남에 뻔뻔남인 한정수에게 천벌이 내려진 것입니다. 이제 그는 끝없는 고통 속에서 자기가 지은 죄의 댓가를 처절히 치르게 될 것입니다.

한정수는 강재미와 더불어 3년간 부부생활을 했습니다. 그들은 '왕죽'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죽집을 운영했는데, 3년만에 적잖은 단골을 확보할 '왕죽'을 키워놓은 것은 전적으로 강재미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상품개발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맛갈스럽게 요리를 하는 것도, 잠정적 고객들을 찾아가 홍보를 하는 것도 모두 강재미의 일이었습니다. 무능한 한정수는 그저 이름만 내걸고 있었지만, 그를 끔찍히 사랑하는 강재미는 언제나 '왕죽'의 사장으로 남편의 이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한정수는 나이 어린 채희수와 바람이 나 버렸습니다.

강재미가 절대 이혼해 주지 않으리라 생각한 한정수는, 그 동안 너무 일만 하고 살았으니 모처럼 장모님과 함께 외국 여행이라도 다녀 오라며 강재미의 등을 떠밀어 비행기에 태웁니다. 강재미는 남편의 속도 모르고 그저 고마워하며 신이 나서 엄마 오정희(배종옥)와 이모 오정심(윤현숙)과 함께 여행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며칠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한정수는 모든 재산을 빼돌리고 잠적한 후였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가짜 강재미와 함께 법원을 찾아가 합의 이혼 수속까지 마쳐 놓은 상태였던 것입니다.

한정수의 상상초월할 배신으로 강재미는 삽시간에 돈과 사랑을 모두 잃고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다행히도 여행 중에 우연히 알게 된 변호사 변동우(이태성)의 도움으로 소송을 걸고 일정 부분의 보상을 받아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어이없게도 진심을 가장하여 애원하는 한정수에게 속아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맙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지난 3년간의 기억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물렁한 태도를 보이자 한정수와 채희수의 악행은 점점 더 강도를 높여 갔습니다. 강재미의 힘으로 일구어 놓은 '왕죽'이라는 상호를 빼앗아 다른 곳에서 죽집을 개업한 것입니다.

강재미는 최소한 죽집만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하필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 강형도(천호진)가 나타나 한정수를 폭행한 사건으로 고소를 당하게 되고, 한정수와 합의를 하지 못하면 아버지가 옥살이를 하게 될 처지에 놓이자, 어쩔 수 없이 '왕죽'을 넘기겠다는 각서를 써 주고 맙니다. 이렇게 해서 강재미는 그 동안 '왕죽'이라는 상호 밑에 일구어 놓았던 모든 기반과 단골을 잃게 되었고, 맨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배운 것과 아는 것이 그것뿐이니, 강재미도 다른 이름으로 죽집을 개업했습니다. 그런데 한정수와 채희수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질 않았습니다. 강재미로부터 기존의 모든 것을 빼앗고도 모자라, 그녀가 새로 개발해낸 이유식 아이템까지 도둑질해다가 자기네 가게에서 더욱 저렴한 상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피해를 입혔던 것입니다. 이들은 끝내 강재미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거머리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티끌만한 양심이나 죄의식이라도 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강재미의 희생을 딛고 그 위에서 희희낙락하는 한정수와 채희수의 행복은 당분간 깨어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 보였습니다. 이제 2개월 후면 태어날 아기까지 있으니, 그들의 미래에는 단란한 3인 가족의 모습만 그려질 듯 싶었지요. 사실 한정수는 7개월 전에 만났던 채희수와 한 번의 잠자리를 가졌고, 그 후에 채희수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 모든 일을 꾸몄던 것입니다. 강재미와의 사이에서는 3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는데, 채희수와의 관계에서는 한 방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남자로서 그의 자존심을 높여 주기도 했습니다. 강재미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불임클리닉에 찾아가 검사를 받긴 했지만, 벌써 사기 이혼을 결심하고 있는 한정수에게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동참할 의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훨씬 뒤늦게서야 진실이 밝혀집니다. 일련에 불어닥친 사건들로 인해 정신없던 강재미는 나중에서야 검사 결과를 알게 되는데, 불임의 원인은 강재미가 아니라 한정수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채희수의 뱃속에 들어있는 아이는 당연히 한정수의 핏줄이 아니겠지요. 한정수와 처음 만났을 무렵 채희수에게는 다른 연인이 있었고, 그 남자의 집안에서 결혼을 반대하여 힘들어하던 중이었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헤어질 것을 결심했는데, 그 때 한정수를 알게 되어 잠자리를 함께 했던 것이지요. 시기가 절묘하게 겹치는 바람에 채희수 본인도 자기 뱃속에 들어선 아이가 누구의 핏줄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차피 연인과는 헤어지기로 결심한 상태에서 한정수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니, 채희수는 이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뱃속의 아이도 한정수의 씨앗이라고 스스로 믿어 버립니다. 조폭에 사기꾼인 친오빠를 동원하여 한정수의 이혼을 독촉하고, 모든 사악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한정수를 끊임없이 꼬드긴 것도 채희수 이 여자였습니다. 그런데 새로 개업한 죽집의 운영을 방해받으면서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강재미는 채희수 앞에서 진실을 발설하고 맙니다. 불임의 원인은 자기가 아니라 한정수에게 있었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우연히 한정수가 그 말을 엿듣게 되면서 바야흐로 천벌이 시작됩니다.

믿을 수 없다고 분노하며 펄펄 뛰는 한정수에게, 강재미는 병원측과 전화 연결을 해서 직접 들어 보라고 건네주지만, 한정수는 수화기를 내팽개쳐 버립니다. 그 태도는 한정수가 벌써 마음 속으로는 진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잖아도 채희수의 예전 연인측에서 아이의 존재에 의구심을 갖고 접근해 오던 터라, 정확히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현실 앞에서 한정수는 절망합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지만, 애써 부인해 보려 하지만, 엄청난 진실의 무게 앞에 한정수의 파닥거림은 그저 무력할 뿐입니다.

한정수는 결코 마음 넓은 대인배가 아닙니다. 그는 가장 이기적이고 찌질하고 못난 남자입니다. 그런 한정수가 자기를 철저히 속인 채희수를 용서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더구나 남의 자식을 기꺼이 자기 자식으로 키워줄 만큼의 인품을 한정수는 갖고 있지 못합니다. 더구나 그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씨없는 수박으로서 평생 자기 혈육을 가질 수 없다는 현실이 줄곧 그를 비참하게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정수가 넉넉한 사랑으로 채희수와 그 뱃속의 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을까요? 이미 그들과 한 가족으로 산다는 자체가 한정수에게는 더없는 고통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만약 여기서 한정수가 채희수를 용서하고 아이까지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전개가 된다면, 그것은 지극히 일관성 없는 인물 창조로서 한정수라는 캐릭터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 정도로 마음이 넓고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치졸한 방법으로 강재미를 배신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더구나 지금까지 그토록 뻔뻔하게 괴롭히지는 못할 것입니다. 쓰레기는 어디까지나 쓰레기일 뿐입니다. 한정수는 속았음에 분노하여 채희수를 버리려 할 것이고, 채희수는 다시 조폭 오빠를 동원하여 그를 압박하겠지요. 그렇게 전개되어야 정상입니다.

이제 한정수의 인생에 남은 길은 두 갈래 뿐입니다. 무서운 처남의 기세에 눌려 울며 겨자먹기로 채희수와의 결혼 생활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간신히 이혼에 성공하고 혼자가 되느냐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평생 뼛골 빠지게 일해서 마음에도 없는 남의 자식을 먹여 살리며 지옥같은 가정 생활을 해야 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채희수와 그 오빠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긴 채 빈털터리가 되어 바닥을 기게 될 것입니다. 그는 두 번씩이나 이혼했고, 씨없는 수박이며, 게다가 파렴치하고 무능합니다. 아무도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진실을 알게 된 한정수가 절망에 빠져 혼자 괴로워하는 모습이 어찌나 유쾌 상쾌 통쾌했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드라마 속 인물이긴 하지만 사람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통쾌한 심정이 될 수 있다니, 스스로 좀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 속에서 수많은 악역을 보아 왔지만, 한정수처럼 얄밉고 뻔뻔한 인간은 처음이었거든요.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라서 더욱 미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한정수에게 내려진 천벌이 이토록 고소할 수가 없네요.

제발 얼렁뚱땅 화해한답시고 어쩌고 하면서 어울리지도 않게 훈훈한 가족드라마 분위기로 전개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한정수는 어떤 식으로든 행복해져서는 안되는 인물입니다. 그런 인간이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드라마에서까지 봐야 하나요? 현실 속의 뻔뻔한 인간들은 잘 사는 경우도 많지만, 드라마 속에서라도 제발 끝까지 천벌을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얄미운 그녀 채희수도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만, 사실 그 쪽에는 큰 관심이 끌리질 않네요. 강재미의 헌신적 사랑과 진실한 믿음을 처절히 배신하고 농락한 남자 한정수가 훨씬 더 밉거든요. 그가 신의를 지키기만 했다면, 아무리 씨없는 수박이라도 강재미는 평생토록 그를 자신의 따스한 품에 안고 살아갔을 것입니다. 한정수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인과응보'가 무엇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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