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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강호동의 후계자는 혹시 엄태웅?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강호동의 후계자는 혹시 엄태웅?

빛무리~ 2011. 10.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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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빠진 상태에서 촬영된 '1박2일'이 처음으로 방송을 탔습니다. 리더이자 맏형이자 구심점이었던 강호동의 존재감을 메꿔야 한다는 부담감이 멤버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5명 멤버는 모두 평소보다 2배는 더 열심히 방송에 임하더군요. 뿔뿔이 흩어져 전국의 5일장을 돌아다니며, 각자 혼자서도 충분한 방송 분량을 뽑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여실했습니다. 특히 제일 먼저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은지원과 이승기는 아톰 헤어쇼를 선보이며 깨알같은 웃음을 주었습니다. 멋쟁이 청춘 스타로서 헤어스타일을 처참히(?) 망가뜨리면서까지 방송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진 이승기의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아직까지 강호동의 자리를 대신할 리더의 자리는 뚜렷한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기가 막내가 아니라 중간 정도의 나이만 되었더라도 강호동의 후계자는 단연 그의 차지가 되어야 마땅할 듯 싶지만, 아무리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역시 막내인지라, 그것도 형들과 나이차가 무척 많이 나는 막내인지라, 가족적인 분위기가 강조되는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리더를 맡는다는 것은 적절치 못해 보입니다. 나이나 경력으로 보았을 때는 이수근이 괜찮을 듯도 싶지만, 리더로서는 어딘가 부족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앞잡이 캐릭터 등에서 비롯된 깐죽 이미지를 비롯해 평소 이수근의 예능은 전형적인 2~3인자의 패턴이었을 뿐, 1인자의 리더쉽이나 무게감이나 카리스마를 발견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이수근보다는 은지원 쪽에서 대장의 카리스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김C와 MC몽이 아직 있을 무렵, '1박2일'은 한동안 OB팀과 YB팀으로 나뉘어져서 진행되었지요. 은지원은 MC몽과 이승기를 데리고 YB의 팀장을 맡아 자기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었습니다. 그 때는 '은초딩'이 아니라 명실상부 '은대장'이었어요. 자기 팀의 입장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그 뚝심은 형들과의 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동생들은 기꺼이 은대장의 리더쉽에 복종했습니다. 게다가 은지원의 예능감은 멤버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며, '지니어스 원'이라는 또 하나의 별명까지 있을 만큼 잔머리도 천재적으로 잘 돌아갑니다. 이쯤 되면 은지원이 적임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막상 그림을 상상하다 보면 굉장히 어색함을 느끼게 됩니다.

동생들만 데리고 있을 때는 은지원의 카리스마가 부족함 없이 발휘되지만, 엄태웅과 이수근이라는 형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은지원에게는 '초딩'이라든가 '꼬마'의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리고 은지원 자신이 형들보다 윗자리에 거론되는 것을 무척이나 부담스러워합니다. 엄태웅이 합류하고 나서 고작 3주 가량 지났을까, 그 시점에서 나영석 PD는 은지원과 엄태웅을 한 팀으로 묶어 놓고서 은지원에게 리더를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하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따끈한 신입인데다가 생판 예능 초보인 엄태웅에게 팀을 이끌라고 할 수야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은지원은 매우 당황하면서 "왜 저예요? 형이 있는데..." 하면서 보기 드물게 안색이 어두워지더군요.

오히려 이승기는 강호동과 더불어 '강심장'을 진행하면서,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게스트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능숙하게 다루는 방법을 터득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아까도 말했지만 이승기가 막내가 아니라 은지원 정도의 나이만 되었더라도, 충분히 리더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은지원은 이승기와 같은 경험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그는 가족적인 예능 '1박2일'에 최적화된 멤버로서, 동생들에게는 기꺼이 형 노릇을 하지만, 형들에게는 철저히 동생 노릇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은지원이 지니고 있는 능력만을 본다면 리더로서의 자격이 충분하지만, 이렇게 본인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네요.

그런데 말이죠... '5일장 투어' 제1편을 감상하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복병이 한 사람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투입된 후 반 년이 지나도록 좀처럼 예능감을 익히지 못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바람에 병풍이라는 욕까지 먹었던 엄태웅입니다.

원래 엄태웅은 초반에 '호동빠', '순둥이'라는 캐릭터를 갖고 들어왔지요. 기본적으로 강호동이 곁에 있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 만큼 강호동의 갑작스런 하차는 특히 엄태웅에게 큰 타격을 입힐 거라고 예상되었습니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특성상 '맏형'이라는 위치는 그 자체만으로 무거운 책임이 요구되는데, 아직도 신입에다 예능 초보인 엄태웅이 졸지에 국민예능 '1박2일'의 맏형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엄태웅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보다 더 곤혹스러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엄태웅은 이미 나름대로의 적응 방법을 찾아낸 듯 싶었습니다. 일단 누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서 발언을 하고 서슴없이 몸을 던지는 자세가 눈에 띕니다. 심지어는 "나이 순으로 해!' 라든가 "이제 내 위주로 해!" 라는 발언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정도로 뻔뻔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소극적이었던 자세로 미루어 보면,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해도 손사래를 치고 얼굴이 빨개지며 부인할 듯 싶었는데 말이죠. 그런 엄태웅의 변화를 보면서 제 머릿속에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 된 엄태웅은 차라리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맏형 노릇을 하기로 마음먹은 듯 싶었습니다. 사실 나이만 가장 많을 뿐이지 예능에서의 경력으로 따지면 엄태웅이 막내거든요. 동생들이 오히려 까마득한 선배이며 베테랑이니, 그 동안은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일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맏형'과 '둘째형'은 그 어감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지요. 맏형이 된 이상, 동생들에게 휘어잡히거나 너무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합니다. 그럴 바에는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민망함을 떨쳐버리고 선배들 앞에서 뻔뻔하게 형 노릇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또한 그 편이 훨씬 더 '예능적'입니다.

'5일장 투어'에서 엄태웅은 계속 '친근하고 뻔뻔한'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오프닝에서는 "내 위주로 해!" 하면서 이기적인 욕심(?)을 드러내더니, 시장에서 만난 어른들께는 염치도 없이 계속 뭔가를 받아 먹었습니다. 판매용으로 놓인 각종 김치를 자기 손가락으로 덥석덥석 주워먹더니, 한 어머니가 고들빼기를 먹여 주시겠다고 하자 좋아하면서 아기새처럼 입을 쩌억 벌립니다. 급기야는 길거리에서 짜장면을 드시는 어머니들 옆에 쭈그리고 앉아 "맛있어요?" 하면서 침을 꼴깍 삼키더니 서슴없이 "한 젓가락만 주세요!" 하면서 또 입을 쩌억 벌립니다.

그런데 그 뻔뻔함이 하나도 밉게 보이질 않습니다. 특유의 사람좋은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부리는 넉살은 차라리 살인애교라고까지 할만합니다. 한 어머니가 기꺼이 젓가락에 자장면을 돌돌 말아서 그 입에 넣어 주시며 "애구~ 이쁘다, 우리 아들!" 하고 흐뭇해 하시는군요. 벌써 그 사건을 가리켜 세간에는 '엄태웅의 미남계'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ㅎㅎ

엄태웅이 이만큼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1박2일'의 리더 자리를 그에게 맡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강호동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든든한 맏형으로서 중심에 자리잡아 주기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동생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서포트해 줄 것이고, 어쩌면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어떤 역할을 감당해 줄 리더보다는, 모두의 허전한 마음을 감싸며 안정시켜 줄 상징적 의미의 리더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전혀 예상치 않았던 엄태웅이 오히려 적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맏형이라고 해서 모두 강호동처럼 강한 캐릭터라야 하는 것은 아니죠. 순둥이같은 맏형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따스하고 포근한 성격의 아버지같은 맏형... 무섭지는 않지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맏형... 평소에는 유순하고 만만해 보이지만 가끔씩 결단이 필요할 때는 당당한 카리스마도 발휘할 줄 아는 맏형... 엄태웅은 충분히 이런 맏형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족한 예능감은 동생들이 채우면 됩니다. 오히려 엄태웅이 부담스런 자리를 맡아서 바탕을 깔아 주면, 어깨가 가벼워진 은지원과 이승기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그 위에서 더욱 신나게 뛰어놀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수근은 나이가 엄태웅과 거의 동갑이나 다를 바 없는 데다가 상당한 욕심까지 있어 보여서, 흔쾌히 받아들일지 어떨지 알 수가 없군요.

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호동 없이 진행된 첫번째 '1박2일'에서 엄태웅이 보여준 열정은 그만큼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비하면 아직도 예능은 너무 낯선 장소이기에 자신을 내던지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텐데, 과연 강호동으로부터 "동생이지만 존경한다"는 말을 들을만한 인물이었습니다. 저는 엄태웅의 결단과 노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지금의 힘든 시기를 잘 넘어서고 나면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찬란한 문이 열리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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