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청춘합창단' 소년원 방문의 커다란 의미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의 첫 공연은 바로 서울소년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청중은 물론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의 남학생들이었고, 더불어 국내 유일의 여자 소년원이라는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의 여학생들도 함께 자리하였습니다. 그래서 무려 600여 명의 관객들이 강당을 가득 채웠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청춘합창단'이 찾아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어젯밤부터 무척이나 설레며 기다렸다고 합니다.

'청춘합창단'의 대부분 어르신들에게 있어 채 스무 살이 되지 못한 이 아이들은 거의 손주뻘일 것이고, 50대의 젊은 분들께도 늦둥이거나 막내뻘의 어린 자식 같겠지요. 아무리 큰 죄를 저질렀다 해도 자식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그런 의미에서 '청춘합창단'의 소년원 방문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지나온 날들이 아무리 어두웠다 해도, 이 아이들의 삶에는 아직 너무나 긴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그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더 밝혀주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일 것이고, 김태원 지휘자와 '청춘합창단'은 단 한 차례의 방문으로 그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그 역할을 맡기기에 이분들보다 더 걸맞는 적임자는 없었을 것입니다. 생각할수록 너무나 절묘한 기획이었습니다. 

얼굴 위쪽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화면에 비춰지는 까칠한 얼굴들...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는 까까머리 뒤통수들... 조금만 덜 외롭고 덜 추웠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그 아이들이 '청춘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환히 웃고 있었습니다. 김태원 지휘자는 아직 연습이 덜 되었음에도 특별히 그들을 위해서 '아이돌 메들리'를 선물했고, 까르르 퍼져가는 웃음소리와 신나는 박수소리는 따스히 감싸 안아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품 속에서 얼어붙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드는 소리와도 같았습니다.

고봉중고등학교에도 합창단이 있더군요. 그쪽도 공연 1회 경력의 신생 합창단인데 '청춘합창단'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부족하지만 열심히 답가를 준비했다면서, 까까머리 소년들이 머뭇머뭇 단상에 올라 줄을 섰습니다. 'You raise me up'의 전주가 조용히 흐르는 동안, 아이들은 푹 숙인 고개를 좀처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 앞에서, 지나 온 시간들이 너무나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주가 끝나자 고개를 들고 지휘자를 보면서, 그들은 입을 열어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영혼이 지치고 힘들 때... 시련이 닥쳐 마음을 짓누를 때... 그럴 때 나는 조용히 기다립니다... 당신이 와서 내 곁에 앉을 때까지... 당신은 나를 일으켜 산 위에 설 수 있게 하고... 당신은 나를 일으켜 성난 바다를 건너게 합니다... 당신이 있기에 나는 강인합니다... 당신은 나를 일으켜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저 노랫말 속의 '당신'이란 누구일까요? 오늘 하루 만큼은 '청춘합창단'이 그 아이들에게 '당신'이라는 존재가 되어 주지 않았을까요? '청춘합창단'은 따스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엄마처럼 애틋한 마음으로 꼭 안아 주었습니다. 까칠한 얼굴을 토닥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다가오시는 어른들 앞에 뻘쭘히 서 있던 소년들은 어쩔 줄 모르고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인사했습니다.

공연의 마지막 순서는 '청춘합창단'과 '고봉합창단'이 손에손을 잡고 함께 부르는 '사랑으로' 였습니다. 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사랑과 열기가, 그 아이들로 하여금 현재의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되어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청춘합창단' 어르신들의 진심이 "그 아이들을 일으켜 더 큰 사람이 되게 해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청춘합창단'의 소년원 방문이 지니는 커다란 의미입니다. 그 아이들 중 단 몇 명이라도 오늘의 기억을 잊지 않고 매일 되새기며, 그로 인해 먼 훗날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는" 훌륭한 인물이 된다면 그보다 더 값진 일이 있겠습니까? 어둠의 경험이 있기에, 오히려 그 빛은 더욱 강할지도 모릅니다.

공연 후의 인터뷰에서도 역시 아이들의 얼굴은 절반이 가려져 있었지만, 입가에 흐르는 미소에는 기쁨과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일 보고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PD가 물었을 때, 한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어머니가 제일 보고 싶습니다. 못난 짓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곧 밖에 나가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가수의 꿈을 꾸는 한 아이는 몰래 김태원의 손에 편지를 쥐어주고 갔습니다. 가수가 되려는 이유는 인기를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노래를 하고 싶어서라고 했습니다. 김태원이 말했습니다. "내 마음에 기억해 두고... 언젠가는 만나겠지. 내 손이 닿는 데까지만 오면, 내가 잡아 주지!" 그 말은 100% 진짜였고,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청춘합창단'의 첫번째 공연을 관람했던 한 명의 까까머리 소년은, 이제 몇 년 후 머리가 길어지고 부쩍 성숙해진 모습으로 김태원을 찾아가 말하겠지요. "그 날, 선생님께 편지를 쥐어 드렸던 아이가 바로 저입니다!" 그러면 반가움을 주체 못한 김태원은 그 손을 잡기도 전에 덥석 안아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이 간절한 꿈이 실현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