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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위대한 탄생2'의 구원자가 되어 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김태원, '위대한 탄생2'의 구원자가 되어 줄까?

빛무리~ 2011. 9. 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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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밤이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가 밀려듭니다. 그 중에도 케이블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Mnet의 '슈퍼스타K'와, 그에 맞서서 공중파의 위력을 나름 발산하고 있는 MBC의 '위대한 탄생'이 거의 동시간대에 연달아 방송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얄궂다고 하겠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두 프로그램의 방송 시기가 적당한 차이를 두고 엇갈렸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신인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되면 아무래도 정신없고 금방 질릴 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프로그램 자체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단순히 방송 시기가 겹치는 이유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을 정도로, 요즈음 방송되는 '슈스케3'와 '위탄2'는 전편에 비해 현격히 재미가 없는 편입니다. 한 마디로 굉장히 밋밋합니다. '슈스케2'와 '위탄1'까지만 해도 오디션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이 넘치고 등장하는 사람마다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다들 어디선가 본 것만 같고 전체적인 진행이 하품날 만큼 식상합니다. 피곤한 날은 보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일쑤입니다. 하긴 처음 시작할 때는 당연히 새로웠지만, 비슷한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며 반복되니, 이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외에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심사위원(멘토)의 캐릭터 실종입니다. 사실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풍적 인기를 몰고 왔던 사람들은 참가자보다 심사위원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슈스케'의 심사위원들과 '위탄'의 멘토들은 저마다의 뚜렷한 캐릭터를 확보했고 그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시청할 때마다 가장 기대되고 긴장되는 순간은, 참가자의 노래를 들을 때가 아니라 멘토의 심사평을 기다릴 때였습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할까?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리는 순간들이 얼마나 짜릿하고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별다른 긴장감도 기대감도 없이 그저 멀뚱히 바라보게 될 뿐입니다.

오늘은 '위대한 탄생'에 집중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에 첫방송만 보았을 때는 뚜렷이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에 2회 방송을 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문제가 많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탄1'에서 강력하게 어필하던 멘토들의 캐릭터는 '위탄2'에 와서 거의 모두 다 사라지고 비슷비슷하게 평준화되어 버렸습니다.

그 중에서 이승환 혼자만이 약간 코믹한 컨셉으로 색다르게 자리를 잡았지만, 글쎄 제가 보기에는 그 존재감이 별로 크지 못합니다. 그의 유머는 살짝 피어오르다가 곧 스러져버리는 물거품 같다고나 할까요? 프로그램이 너무 지루해지지 않도록 중간에 조금씩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좌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입니다. 박정현도 이승환과 비슷합니다. 전편의 김윤아에 비해서는 훨씬 예능감이 있는 편이라 그녀의 역할에 기대가 컸는데, 역시 무거운 흐름을 바꾸기에는 힘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선희에게서는 더구나 재미있는 장면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항상 능력있고 진지한 스승일 뿐입니다.

방시혁, 이은미에 이어 독설의 양대산맥을 맡아 줄 거라 기대했던 윤상과 윤일상 역시 별로 독설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차분한 태도로 내뱉는 말은 시청자들로서도 충분히 공감할만큼, 지극히 정상적인 심사평이었을 뿐입니다. 아마추어인 내가 듣기에도 노래를 너무나 못 불렀는데, 심사위원 입에서 무슨 좋은 소리가 나오겠어요? 냉철하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해서 그것이 곧 독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참가자들에게 조목조목 도움이 될만한 조언까지 해주는 모습은 친절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말하자면 윤상과 윤일상에게서는 '욕 먹을 만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방시혁은 처음부터 논란거리가 될만한 발언을 많이 했고 욕도 많이 먹었지요. 참가 서류에 분명히 성별이 적혀 있을 텐데도 걸어 들어오는 여성 참가자를 보며 "남자예요, 여자예요?" 라고 묻는가 하면, 이태권을 처음 보고는 다짜고짜 "눈썹 민 거예요?" 이렇게 물어서 당황시키기도 했습니다. 스타일 교정은 훨씬 나중에 해도 충분할 듯한데, 박지연이나 데이비드 오 등의 참가자에게는 굳이 예선 심사 때부터 노래 실력은 뒷전이고 계속 옷차림만 꼬투리잡는 바람에 짜증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본 오디션에서는 겨우 11살의 어린 참가자에게 "이런 식으로는 절대 가수 못 된다"면서 심한 독설을 하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은미는 처음엔 안 그랬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심사평에 개인 감정이 실리는 모습을 보였고, 아무리 보아도 그녀의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권리세를 멘티로 선택하면서 뭔가 석연찮은 내막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바람에, 나중에는 방시혁과 더불어 양대 밉상 멘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그들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호되게 욕을 먹어 주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위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예능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위탄2'는 예능이 아니라 진짜 오디션을 구경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변화 없이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점점 더 지루해질텐데 참 큰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3회 예고편을 보니 생각지도 못한 구원투수가 등장했더군요. 바로 '시즌1'에서 이 시대 최고의 멘토로 떠올랐던 김태원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의 빈자리는 다른 누구도 채울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더군요. 그는 언어의 연금술사로서 심사평 중에도 무수히 많은 명언들을 탄생시켰고, 숨은 실력자를 알아보는 독수리의 혜안을 지녔으며,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만큼 넉넉한 따스함을 끝없이 발산했습니다. 게다가 독특한 유머 코드로 프로그램의 감초 역할까지 맡아 주었었지요. 우리는 '위탄1'을 시청하면서, 김태원 때문에 참 많이도 웃었고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토록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김태원이지만, 현실적으로 '청춘합창단' 지휘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그가 '위탄2'에 전격 합류할 수는 없겠지요. 예상컨대 하루 정도 어렵사리 틈을 내어 도와주러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예고편에 잠시 등장한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단했습니다. 강렬한 빨간색 양복을 입고 와서는 한쪽 옆에 고운 자태로 앉아 있는데, 이제껏 별로 웃지도 않고 진지하기만 하던 이선희와 윤일상으로 하여금 허리를 꺾으며 박장대소하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안 봐도 뻔하더군요..ㅎㅎ

하지만 웃음보다도 기대되는 것은 다시 한 번 제 가슴을 뜨겁게 울려 줄 김태원의 명언들입니다. 예고편이 끝나갈 무렵, 그의 목소리로 나지막히 들려왔던 한 문장이 벌써부터 심상찮은 기세로 제 머릿속을 뱅뱅 맴돌고 있거든요. "제가 늘 주장하는 이야기지만 이 세상에 부자연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그대가 하는 모든 행동이 다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아, 김태원이 아니면 또 누가 있어 이렇게 탁월한 표현으로 타인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그의 언어구사 능력은 아무리 봐도 경이로울 뿐입니다.

그가 머무는 시간이 비록 짧을지라도 김태원의 막강한 존재감은 '위탄2'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쇄신할 수 있는 거대한 파도의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위대한 멘토 김태원의 활약에 힘입어 축 처져 있는 '위탄2'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아직 예능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한 신참 멘토들은 김태원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는군요. 그 빨간 양복의 긴 머리 신사를 어서 빨리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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