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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김병욱 PD의 굴욕적 사과가 서글픈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 김병욱 PD의 굴욕적 사과가 서글픈 이유

빛무리~ 2011. 9. 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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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작발표회에서 김병욱PD의 첫 인사는 '지붕뚫고 하이킥' 결말에 대한 사과였다고 합니다. 전작의 결말이 우울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결말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는 것입니다. 저는 기사의 여백을 한참이나 노려보았지만,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덧붙여지는 말은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사과를 하는 것인지, 어떤 점에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기에 사과를 하는 것인지, 아무런 부연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신작 '하이킥3'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었습니다.

김병욱 PD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소중한 신작이 바야흐로 안방극장에 개봉되려 하는 시점인데, 전작의 결말에 대해 아직도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풀어주려 했던 거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지붕킥'의 결말에 상처받고 실망해서 다시는 김병욱의 작품을 안 보겠노라 결심한 사람들은, 어차피 그가 사과하거나 말거나 안 볼 것입니다. 그들 중 어쩌면 다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김병욱 시트콤의 재미와 마력을 알기 때문에 보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 못해서 결심을 꺾는 거라고 봐야죠. 전작의 결말에 대해 PD가 사과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신작의 제작발표회에서 진행자가 맨 처음으로 꺼낸 질문이 전작의 결말에 대한 거였다는 부분이 좀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작사나 투자자 쪽에서 여론을 의식해, 한 마디라도 사과부터 하고 넘어가라고 김병욱 PD에게 강요라도 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왜 아무 소용도 없는 겉치레뿐인 사과를 했을까요? 김병욱 PD는 언제나 굳건한 뚝심과 소신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고,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했던 '지붕킥'의 결말도 그렇게 꿋꿋이 관철시켰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난데없이 사과라니요? 도대체 뭐가 죄송하다는 거죠?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시트콤은 무조건 해피엔딩이어야만 하나요? 아니면 다수의 사람들이 만족했던 결말이 아니라서? 어차피 사람마다 생각은 다른 것이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록 수는 적지만, 김병욱 PD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던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중요하지 않은가요? 무조건 대다수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면, 잘못한 게 있든 없든 사과를 해야 하는 건가요? 김병욱 PD의 사과에 한없이 슬퍼지는 이유는 현실의 거대한 권력 앞에 힘없이 무릎을 꺾어버린 거장의 비애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지붕킥'의 결말은 막장도 아니었고, 불륜도 아니었고, 패륜도 아니었고, 자살도 아니었고, 살인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두 명의 청춘 남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뿐입니다. (해석에 따라서는 신세경과 최다니엘이 죽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난 결말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비극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저는 그 때도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비난하는 사람들의 이유 중에 가장 웃겼던 것은 "그들이 죽으면 남아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상처받고 슬퍼할 테니까 죽이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드라마 속에서는 아무도 죽으면 안되겠군요.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어떤 등장인물에게 몰입해서 그가 죽지 않기를 바라게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의 사랑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죽었다고 해서, 자기가 바라던 커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이유가 드라마 자체를 비난하거나 작품성이 없다고 매도할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도 수차례 주장했지만, '지붕킥'의 작품성을 훼손시킨 것은 결말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중간 부분에서의 비뚤어진 전개였습니다. 걷다 보니 중간에 길을 잘못 접어들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너무 먼 곳까지 왔던 것이죠. 엉뚱한 곳에 도착해 버렸으니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대충 그렇게 결말을 내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애초의 주제와 전혀 상관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김병욱 PD는 고집스럽게 처음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의도대로 수미상관(首尾相關)이 이루어졌고, 작품의 주제도 간신히 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길을 갔기 때문에 급작스런 선회는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김병욱 PD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더불어 연기자 신세경마저도 그와 같은 결말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또는 그녀가 먼저 제안했다고도 함) '귀신설'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러야 했지요. 결국 신세경도 수개월 후 "생각해 보니 끔찍한 결말이었다" 면서 우회적으로 사과 비슷한 것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신세경은 나이도 어리고,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니까요. 작품의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은 배우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김병욱 PD의 굴욕적 사과는 제 마음을 서글프게 합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폭풍이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그만은 언제나처럼 굳건한 소신으로 나아가리라 믿었는데,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훨씬 더 발전된 모습으로 흠없는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했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기가 꺾이고 말다니요.

생각해 보니 이것은 예술가의 딜레마입니다. 예술이란 원래 자기의 소신대로 만들어가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굶어죽지 않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대중의 비위도 맞춰야 하니까요.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처럼 혼자 하는 예술의 경우는 그래도 좀 낫지만,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중예술의 경우는 그런 면이 훨씬 더 심하겠지요. 날마다 소신과 현실 사이에서 처절하게 고뇌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비애가 오늘은 그저 답답하고 서글플 뿐입니다.


*** 덧붙이는 글 : 드디어 9월 19일이 되었군요. 좀전에 '하이킥3' 첫 회를 시청했습니다. 느낌 좋은데요! ^^
                        고맙게도 한 분이 오늘 날짜로 올라온 텐아시아 기사를 알려주셔서 찾아 보았습니다. 아주 기분
                        좋은 인터뷰 내용이네요. 중요한 내용이 담긴 일부 캡처 화면을 아래에 올려 두겠습니다.
                        전체 기사가 궁금하신 분들은 옆의 보라색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텐아시아 김병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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