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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2' 박재범 밀어주기, 패망의 지름길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명2' 박재범 밀어주기, 패망의 지름길이다

빛무리~ 2011. 8. 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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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나는 가수다'의 짝퉁이라는 비난 속에 '불명예스럽게' 시작했지만, 이제 '불후의 명곡2'는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나가수'와 너무 비슷해서 보기가 민망할 지경이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어요. 가장 좋았던 부분은 임태경, 이혁 등의 가수를 재조명할 수 있게 해 주었던 '남성 보컬 특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돌 가수들이 '전설'의 노래로 본격 경합을 벌이기 전에, 절친한 선배 연예인을 초대해서 아주 특별한 무대를 꾸미는 1차 경합도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많은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잃지 말아야 할 '본분'이 있습니다. '불명2'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지켜야 할 것'을 '꼭 한 가지'만 꼽는다면 뭘까요? 그건 바로 '퍼포먼스'가 아니라 '가창력' 위주의 무대를 꾸며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란한 군무와 신나는 퍼포먼스도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뮤직뱅크'나 '음악중심' 등의 무대에서 마르고 닳도록 실컷 보던 게 아닙니까? '나가수'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가요 프로그램의 그러한 분위기를 반전시켰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그에 대한 경계 의식으로 만든 것이 '불후의 명곡2' 아닙니까?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어요?

가창력을 뒤로 제껴두고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를 꾸민다면, 이 프로그램은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퍼포먼스는 어디까지나 가창력이 먼저 있고 나서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액세서리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좋은 예가 있으니 바로 '나는 가수다'의 김범수입니다. 그는 '님과 함께', '희나리', '외톨이야' 등의 무대를 꾸미면서 유쾌한 춤과 탭댄스, 심지어 일렉트로닉 기법까지 활용하여 많은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퍼포먼스에만 의존하거나, 실망스런 가창력을 선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노래 실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던 겁니다.

사실 포미닛의 전지윤이 절친 게스트로 구준엽을 초대해서 함께 마련했던 '난' 공연은 정말 멋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지윤이 그 주의 1위를 차지하는 걸 보면서 '저건 아닌데' 싶더군요. 뒤에서 군무를 추는 사람들도 엄청 많이 나왔고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무대라는 거야 인정할 수 있었지만, 즐거웠던 이유는 전지윤의 노래 실력이나 곡 해석 능력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게스트와 무대 구성이 좋았기 때문이니까요. 물론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는 사실까지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를 밀어주게 되면 '불후의 명곡2'라는 프로그램 자체의 존재 이유가 흐려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3명의 남자 가수가 동시에 합류했습니다. 매스컴에서도 이 세 사람의 이름을 묶어 놓고 많이 떠들썩했었죠.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 슈퍼주니어의 규현, 그리고 박재범입니다. 저는 이 구성이 꽤나 마음에 들었고 기대가 컸습니다. 허각의 노래 실력은 '슈스케'를 통해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공중파 예능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궁금했고, '슈주'의 규현은 언젠가 '스타킹'에 출연해서 필리핀 소녀 펨핀코와 함께 듀엣 무대를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생각지도 못한 가창력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뮤직뱅크'나 '음악중심' 등의 프로그램을 안 보기 때문에, 그 기회가 없었다면 규현의 노래 실력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ㅎㅎ)

그리고 박재범, 저는 이 사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많았고, 이번 기회에 궁금증을 약간은 해소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그의 출연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3명이 합류하고 몇 차례의 경연을 치른 지금, 박재범의 존재는 '불명2'의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한 번도 그가 부르는 노래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궁금했던 점은 바로 가창력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쎄 뭐 "그만하면 잘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듣기에는 솔직히 좀 아니더군요. '나가수' 라든가 '불명2'의 남성 보컬 특집 등을 감상하면서 한창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시청자들의 귀를 만족시키기에는 어림도 없을 뿐 아니라. '위대한 탄생'이나 '슈스케' 등에 참가한 아마추어 지원자들과 비교해도 별로 나을 것 없는 실력이었습니다. 지금 함께 출연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과 비교해도, 가창력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박재범이 가장 하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라이브를 듣고 있노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까지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토록 가창력이 뒷받침을 못해 주는 박재범의 무대가 항상 '명곡판정단'의 투표에 의해 상위권에 랭크된다는 점입니다. 인기가 많은 거야 인정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나가다 보면 '불후의 명곡2'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불명2'에서 대놓고 박재범을 밀어주는 듯한 기색마저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주에만 해도 다른 출연자들은 모두 단 1명씩의 게스트를 초대했는데, 오직 박재범 혼자서만 3명의 게스트를 초대하여 무대를 꾸몄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임재범의 발언 이후로 요즘은 '친구가 없다'는 말도 일종의 유행어(?)처럼 된 느낌이 있지만, 다른 출연자들은 그야말로 '친구가 없어서' 게스트를 한 명씩 밖에 초대하지 못한 걸까요? 그들도 맘먹고 하려고만 들면 얼마든지 3명, 4명, 10명까지의 친구들을 불러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박재범이 다른 출연자들과 공평한 무대를 꾸미고 싶었다면, 게스트는 오직 솔비 한 명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녀와 듀엣 무대를 꾸미면서도 실력과 노력만 뒷받침 되었다면 얼마든지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솔비가 좀 비호감 연예인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창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니까 큰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도대체 김수로와 장혁은 왜 나온 겁니까?

정말 오랜만에 예능에 얼굴을 비춰 준 그 명품 배우들의 모습이 반갑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무대가 신나고 유쾌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대놓고 박재범을 밀어주려 하는 제작진의 태도가 눈에 보여서, 유쾌함보다는 거부감이 더 컸습니다. 결국 박재범은 3명 게스트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이번 주 1차 경연의 최종 우승을 차지하고 말았군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장 안스러운 인물은 허각입니다. 모처럼 공중파 고정 출연의 기회를 잡은 허각은 매주 처절할 만큼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이 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불명2'에서 들려주는 허각의 노래는, 그가 '슈스케2'의 우승을 차지한 것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 때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설 김수희'로 하여금 진짜 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도 오직 허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정공법에 충실했던 허각의 '멍에'는, 완전히 다른 노래로 개조되었던 박재범의 '애모'에 패배하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 때의 기막힌 심정은 MC 김구라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생생히 대변해 주었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워낙 팬이 많은 스타니까, 박재범 때문에 시청률과 화제성이 일시적으로 좀 올라가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불명2'는 존재해야 할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 퍼포먼스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뮤직뱅크'나 '음악중심'이나 '인기가요'를 보면 됩니다. 그 쪽에는 이렇게 찔끔찔끔 한 명씩 나오는 게 아니라, 예쁜 걸그룹도 전체 인원이 총출동하여 섹쉬한 군무를 보여 줍니다. 짐승돌이라 불리우는 남자 아이돌의 강렬한 춤도 단체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 무대입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불명2'를 보겠습니까?

설마 한 명의 스타와 그의 팬덤에 의존하여 프로그램을 유지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그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겠죠? 더 늦기 전에 일방적인 박재범 밀어주기는 이쯤에서 멈춰야 합니다. 계속 이렇게 나간다면 머지않아 '불후의 명곡2'는 산산히 공중분해되고 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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