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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스타' 김규리 김강산, 준우승자를 위한 축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댄싱스타' 김규리 김강산, 준우승자를 위한 축배

빛무리~ 2011. 8. 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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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위드 더 스타'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위대한 탄생'의 뒤를 이어 '댄싱스타'가 시작되었을 때, 처음 2회 정도 보다가, 아무래도 이건 내 취향이 아니다 싶어서 바로 접었거든요. 그 후로는 가끔씩 채널을 돌리다가 스쳐지나가듯 보았을 뿐, 제대로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왠지 꼭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망의 결승전, 파이널 무대가 펼쳐지는 날이기도 했고,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누군가의 무대를 한 번쯤은 경외심을 갖고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김규리와 김강산 커플이었습니다. 

김규리는 '댄싱 위드 더 스타' 출연을 계기로 자신의 개명한 이름을 드디어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춤추는 그녀의 고혹적인 자태를 보며 사람들은 모두 '김규리'의 이름을 연호했고, 더 이상 예전의 고통과 얽힌 '김민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 무대에 성실하게 임했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가장 좋은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꾸준히 본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노고를 충분히 짐작하게 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댄싱스타'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인데, 정확히 몇 회차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문득 멈춰 보니 널찍한 무용 연습실에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옆구리의 통증을 견딜 수 없는 듯 바닥에 주저앉아 어쩔 줄 모르며 아파하고 있었고, 남자는 그 옆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영화배우 김규리였고, 남자는 그녀의 파트너인 댄스스포츠 선수 김강산이었습니다. 댄스스포츠의 특성상 남자가 여자의 허리나 옆구리에 손을 대고 체중을 받쳐 주어야 하는 동작들이 많은데, 김규리는 원래 춤을 추던 사람이 아닌데다가 급작스레 몇 주간 파트너와 함께 격렬한 연습을 하다 보니 탈이 난 것 같았습니다.

김규리가 어찌나 심하게 아파하던지, 그것을 보는 제 얼굴이 저절로 안스럽게 찡그려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옆에 서 있던 김강산이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 정색을 하며 김규리에게 말했습니다. "살짝만 손이 닿아도 그렇게 아픈데 무슨 춤을 추겠어요? 빨리 병원에 가라고 제가 몇 번을 얘기했어요!"

와... 그 순간 장난 아니다 싶더군요. 김규리처럼 가냘프고 예쁜 여자가 그렇게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데, 따뜻하게 위로하거나 토닥여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토록 무서운 얼굴로 혼을 내니 말입니다. 김규리의 직업은 어디까지나 영화배우일 뿐이고, '댄싱스타'라는 프로그램 자체도 다분히 이벤트성이 강한 예능이고, 그러므로 현재 김강산이 전문 댄서로서 김규리를 가르치며 스승 역할을 맡고는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정식 사제지간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김강산은 마치 김규리가 말 안 듣는 어린 제자라도 되는 것처럼 제대로 야단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강산은 김규리와 병원까지 동행해 주었고, 의사의 진단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옆에서 함께 들어 주었습니다. 상당히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그 태도가 너무나 어른스러워서, 저는 김규리보다 나이가 많거나 최소한 또래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뜻밖에도 김강산은 1985년생으로, 1979년생인 김규리보다 무려 6살이나 어리더군요. 와... 이 친구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저는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누나이고, 게다가 십여년째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스타 김규리를 그렇게 거침없이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범상치 않은 품성이었습니다. 

더욱 당황스러운 건, 그런 김강산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는 겁니다. 카리스마 작렬...ㅎㅎ 그러고 보니 프로 댄서답게 미끈한 조각몸매 하며, 선이 굵고 남성적인 미남형의 얼굴 하며, 점점 볼수록 김강산의 매력에 빠지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거야 시청자 입장에서 본 모습일 뿐이고, 정작 매일 그와 부딪히며 고된 연습을 거듭해야 하는 김규리의 입장은 좀 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김규리는 이벤트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뿐 전문 댄서가 되겠다는 것도 아닌데, 김강산의 태도로 봐서는 지나칠 만큼 무섭고 혹독하게 그녀를 훈련시켰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너무한다 싶고 서운할 때도 많았겠지요.

김규리가 게으른 제자도 아니고 그만큼 열심히 하는데, 힘들어하면 무섭게 야단치지 말고 따스하게 격려나 해주면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제가 꾸준히 본 것은 아니지만 김강산의 성격상 그렇게는 안했을 것 같더군요. 그는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춤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인 듯 보였습니다. 춤과 무관한 분야에서는 그도 이십대 중반의 어린 청년답게 귀여운 모습일지도 모르지요. 김규리와도 다른 관계로 만났더라면 "누나~*^^*" 라고 부르면서 애교를 떨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이벤트성의 프로그램이든 뭐든, 일단 춤을 가르치고 배우는 사제관계로 만난 이상, 그에게 있어 느슨한 타협점은 존재치 않아 보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김규리와 김강산은 결승 무대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했고, 우승의 자리는 문희준과 안혜상 커플에게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파이널 무대는 더없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순백의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왈츠를 추던 김규리의 자태는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반할 만큼 아름다웠고, 앞선 차차차 무대에서의 실수로 위축되어 있는 김규리를 격려하려는 듯 더욱 힘찬 동작들로 그녀를 이끄는 김강산의 몸놀림은 혼이 빨려들 만큼 매혹적이었습니다.

김규리는 지난 4개월간의 기쁨과 열정, 시련과 고통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눈물을 참지 못했고, 김강산은 줄곧 그녀를 따스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저러다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정겨운 모습이었지만, MC 이소라의 요청에 따라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그건 절대 아님을 알 수 있더군요. 김규리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하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바랄게요" 라고 인사했습니다. (어이쿠..;;) 그랬더니 김강산은 "본인의 재능을 저 때문에 알게 되었잖아요? 앞으로도... 잘 하세요!" 라고 대답하면서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허걱..;;)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냉엄한 사제지간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김규리가 마이크를 받고 준우승자의 인터뷰를 할 때, 옆에 있던 김강산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귓가로 손을 뻗어 접혀진 귀걸이를 정리해 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수개월간 몸을 맞대고 춤을 추다 보니,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그 정도 스킨쉽은 일상 생활처럼 되어버린 걸까요? 하여튼 끝까지 묘하게 짜릿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주 매혹적인 커플이었습니다. 아마추어로서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의 최선을 다한 김규리와, 매섭고도 따뜻한 스승으로서 그녀를 이끌어 준 김강산의 프로 의식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들의 마지막 무대는 두고 두고 그리워질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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