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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조선시대 여성에게 주체적인 삶이란 본질적으로 추구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되, 특히 궁녀에게 있어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왕의 눈길 한 번 받지 못하더라도 평생 왕의 여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궁녀들의 입장에서, 왕의 선택과 사랑은 무조건 환영할 수밖에 없는 축복이었을 거라고 (우리는) 당연히 믿어왔다. 설령 그 왕이 늙고 못생기고 성질까지 나쁜 최악의 인물이라 해도, 설마 왕의 선택을 거부하거나 달갑지 않게 여기는 궁녀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임금에게 단 한 번의 은혜로운 선택만 받아도 단숨에 신분이 상승되어 고된 노역에서 해방될 수 있고, 그에 더해 지속적인 총애를 받거나 왕손이라도 낳게 되면 수많은 사람이 떠받들고 부러워하는 달콤한 권력을 움켜쥠은 물론, 여자로서 사랑받는 기쁨과 어머니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시청하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매우 착하고 솔직한 데다가, 악역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조차 어설프고 귀여운 수준이라서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요즘 그러잖아도 시국이 뒤숭숭하고 현실이 답답한데, 이 와중에 '퍽퍽한 고구마를 목구멍에 마구 쑤셔넣는' 드라마는 솔직히 별로 매력 없는게 사실이다. 가끔씩 사이다를 먹여준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고구마가 많은 드라마는 당기질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래서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솔직 순수해서 예쁜 인물들 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돌직구 짝사랑녀 민효원(이세..
예상대로 서윤재(공유)와 강경준(신원호)은 친형제였습니다. 이복형제가 아니라 정확히 같은 부모의 피를 받아 태어난 완벽한 친형제였죠. 이 사실은 윤재를 짝사랑하는 동료 여의사 이세영(장희진)의 호기심을 계기로 밝혀지게 됩니다. 서윤재의 어머니 안혜정(김서라)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강경준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이세영은 두 사람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데, 놀랍게도 강경준이 안혜정의 친자라는 결과가 나왔던 겁니다. 이세영의 질문을 받은 안혜정은 선선히 지난 일을 털어놓습니다. "윤재가 열 두 살 때 큰 병을 앓았어요. 윤재를 살리기 위해서 윤재의 동생이 필요했죠. 하지만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어요. 그래서 남편과 사랑하는 여자가 아이를 낳아 줬어요. 그 아이가 경준이예요. 경준이는 우리 윤재를 ..
홍자매의 작품치고 이렇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들은 비록 시청률이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매번 열광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면서 화제몰이를 했고, 주요 캐릭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셈인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도록 매니아층이 형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가운 무관심 속에 한자릿수 시청률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뜨는 관련기사조차도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인 '수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주인공인 공유나 이민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경쟁작인 '추적자'와 '빛과 그림자'가 워낙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는 되겠지만, 작품 내부에 문제가 없다면 결코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