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박건태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솔직히 말하면 권순규 작가의 전작이 '무사 백동수'라고 해서, 처음부터 아예 볼 생각이 없었던 드라마입니다. 초반에는 상당히 흥미진진했으나 가면 갈수록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던 '무사 백동수'의 그 황망한 전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까닭이죠. 전광렬 최민수 등 중견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국민남동생 유승호의 매력적인 다크포스로도 감당할 수 없었던, 점차 산으로 가는 대본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신뢰를 갖게 할만한 다른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필모그래피가 (드라마로는) 달랑 그 '무사 백동수' 하나뿐이니,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추적자 THE CHASER'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경수 작가의 신작 '황금의 제국'이 방송되는 이상 '불의 여신 정이' 쪽으로 시선을 ..
자고로 영웅담의 주인공이란 꼬맹이 시절부터 그 기개가 남다른 법이다. 무예는 좀 늦게 배우기 시작할 수도 있지만, 영웅의 조건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품이다. 보통의 영웅들은 어릴 적부터 정의감이 투철하여 약자를 지켜주고 강자에게 맞서는 진정한 사내대장부의 기개를 보인다. 영웅은 또한 인내심이 강하여 고된 수련을 기꺼이 참고 견디며, 은혜와 원한을 결코 잊지 않는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는 기본이요, 목숨을 버릴지언정 꼿꼿이 지키려 하는 자존심은 옵션이다. '무사 백동수'의 주인공은 영웅일까 아닐까? 드라마 홈페이지에 나온 백동수의 인물 소개는 다음과 같다. "팔다리가 뒤틀려 태어난 판자촌의 외톨이에서 정조대왕의 호위 무관으로 동양 3국의 무예를 총망라한 무예서 '무예도보통..
저는 남자가 아니지만 무협소설이나 무협사극을 꽤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무사 백동수'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컸습니다. 사도세자와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그 팩트(fact)만으로도 우리나라 역사 중에 제일 역동적인 부분 중 하나인데, 게다가 여러가지 픽션까지 삽입하여 무인(武人)들의 기구한 삶을 그려나갈 예정이라 하니 상상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는 사극이 나올 것 같았지요.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지루했습니다. 기본적 바탕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쳐야 마땅할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도 긴장감 없이 풀어나갈 수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1회 방송이 끝난 후, 갓난아기를 끓는 물에 넣어 죽이려던 '팽형' 부분에서 심각한 역사 왜곡과 잔혹성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물론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