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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49일'이 종영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듯 싶으나, 저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면에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제가 해석하기에 이 드라마의 포커스는 송이경(이요원)이 아니라 전적으로 신지현(남규리)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신지현은 49일 여행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귀한 3방울의 눈물을 얻어 회생에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태어나면서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목숨은 회생 후 고작 일주일이 더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너무 가엾어서 화가 날 정도로 서글픈 그녀의 운명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유난히 밝고 긍정적이며 선량함의 화신과도 같았던 그녀는 타인들을 위한 천사..
제가 많이 좋아하는 배우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하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그래서 모처럼 이 기회에 배우 엄태웅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린 드라마, 저를 엄태웅의 팬으로 만들었던 드라마, 그리고 엄태웅에게 처음으로 '엄포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드라마, '부활'을 추억하며 포스팅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현재 입원중이며 수술 후 회복중이(겠)지만, 이 글은 미리 써 두고 예약 발행된 것입니다..^^ 엄태웅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배우이고 맡는 역할마다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 주었지만, 솔직히 2005년 여름에 방송되었던 '부활' 이외의 작품에서는 그때만큼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례로 '선덕여왕'에서도 답답하도록 우직하기만 했던 김유신의 캐릭터는 엄태웅의 이미지에 큰 도..
엔딩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던 15회가 너무 실망스러웠기에, 솔직히 엔딩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막판에 최대의 반전과 감동을 주려고 일부러 템포를 늦추는 건가 싶어서 한 가닥 희망은 놓지 않고 있었지요. 엔딩만 제대로 뽑아 낸다면 홍자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을만한 걸작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기대를 놓아버리기는 아쉬웠던 탓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이라고까지 할만한 엔딩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구미호(신민아)와 차대웅(이승기)의 애달픈 사랑이 이루어졌으니까,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모두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보이며 행복해졌으니까 대략 흐뭇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영 개운치 않아서, 걸작이라고 해주기는 힘들 것 같아요. 작가의 원래 의도..
구대성(김갑수)이 떠난 후, 대성참도가를 지켜야 하는 벅찬 의무가 은조(문근영)의 가녀린 두 어깨에 지워졌습니다. 그녀는 끝내 아빠라고 불러드리지도 못했던 아버지 구대성을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기에 놓인 대성참도가를 지켜내려 할 것입니다. 대성참도가는 구대성이 평생을 바쳐 양심과 애정으로 일구어 온 기업이며, 그 자신이라고 할 수도 있는 존재니까요. "어쩌지, 구효선? 내가 또 해냈네? 이러다가는 정말 모두 내것이 되고 말겠어." 효선(서우)을 자극하는 은조의 속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은조는 그녀와 힘을 합쳐서 아버지의 유업을 지켜나가려는 것입니다. 대성참도가를 지키는 일에, 구대성의 친딸인 구효선을 제외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은조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진정으로 구대성을 위하는 일..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