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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클스') 의 출발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수의 아역 김수현과 한예슬의 아역 남지현, 그리고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한지완의 오빠 한지용으로 등장했던 송중기의 모습들이 매우 신선하게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그리고 원숙한 이미지로 또 다른 사랑의 한 갈래를 보여주는 천호진과 조민수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아픈 사랑과 더불어 씨줄과 날줄이 교차되며 고운 베를 짜내려가듯, 애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갔습니다. 차강진과 한지완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불가항력적인 헤어짐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지요. 지완이가 잃어버리게 한 강진의 펜던트를 찾아주려고 차가운 강물 속에 들어갔던, 지완의 오빠 지용이가 그대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한지용의 죽음은 두 사람의..
1976년, 서러운 비가 내리던 봄의 어느 날... 오늘 내가 버린 것은 춘희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타고난 본래의 욕망이다. 나는 그녀를 버리면서 나의 모든 욕망도 함께 버렸다. 우리는 단지 사랑했을 뿐인데, 우리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우리를 미워했다. 나는 춘희에게 도망치자고 말했다. 그녀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우리는 약속했다. 지금쯤 그녀는 기차역에서 무거운 짐을 손에 든 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첫 기차를 놓치고, 두번째 기차도 놓치고,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비겁한 사내다. 앞으로 다가올 고난들이 두려워 진정한 사랑을 버린 나는,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비겁한 사내다. 춘희에게로 달려가는 대신, 따뜻한 영숙이의..
요즈음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거의 없는 제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회를 보면서는 두 번이나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한 번은 앞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대로 한지완의 아역 남지현의 너무도 리얼한 눈물 연기를 보았을 때였고, 또 한 번은 한지완의 오빠 한지용으로 잠시 출연했던 송중기의 마지막 미소를 보았을 때였습니다. 한지용은 그야말로 '완벽한 인간'의 캐릭터였습니다. 잘 생긴 외모에 명석한 머리와 착하고 자상한 성격까지... 그는 부모의 자랑이었고 동생의 자랑이었고 온 동네의 자랑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군입대를 앞두고 휴학하여 잠시 고향에 내려왔던 그의 앞길에 그토록 허망한 운명이 자리잡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을까요? 오랜만에 만난 다 큰 여동생을 번쩍 안아들고 빙글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