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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 커플의 언약식 장면을 성당에서 촬영하려다가 무산되었습니다. 처음 기사가 떴을 때는 마치 성당 측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고도 촬영을 허락했다가, 나중에 눈빛이 이상하다든가 하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촬영팀을 내쫓은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서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영섭 CP는 "성당 측이 동성애자의 언약식인 줄 모르고 촬영을 허가했다가 내용을 알고 촬영을 불허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SBS 김용섭 책임 프로듀서는 이에 대해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단순 기도하는 장면이라고 했고 그냥 갈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촬영팀이 성당에서 쫓겨나는 등 문제가 생겼다"며 "그건 성당으로 대변되는 가톨릭 종교인들의 신앙적 가치에 반하는 행동이었다는 의미"..
경수(이상우)의 헤어진 아내(송선미)와 그들의 딸인 수나(전민서)가 42회에 등장하면서 또 한 차례의 파란을 예고했습니다. 저는 경수가 아내와 딸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고, 은연중에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혼 자체를 원하지도 않았고,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곤욕이었을 테니까... 생겨난 아이의 존재는 더욱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것이며, 창살없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족쇄였을 테니까, 아무리 자식이지만 별로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가족의 재회 장면은 경수의 마음이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여자로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경수는 아내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자기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
어느 정도까지는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성적 소수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소외된 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잔인하게 왜곡되어 있었음을 일깨워 주기에, 모두가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들어 주기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저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으며, 노년의 나이에도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소외된 자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과감히 재조명하는 김수현 작가의 배포와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섭의 커밍아웃 이후, 급속도로 진전된 남남커플의 애정 묘사가 이제는 너무 과한 정도까지 치닫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에 반 발짝 앞서 나가면 찬사가 쏟아지지만, 한 발짝 앞서 ..
큰딸 내외인 양지혜(우희진)와 이수일(이민우)은 평범하고 화목한 커플이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귀여운 딸 지나가 있고, 이제 곧 태어날 둘째 아기도 있습니다. 아내 양지혜는 성격이 드세고 이기적인 듯 하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진실하고 매사에 경우가 바른 여인입니다. 상대적으로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남편 이수일은 아내에게 눌려 사는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자기 삶의 방식을 융통성있게 운영하는 터라 두 사람은 퍽 잘 어울렸지요. 특히 예정에 없던 둘째의 임신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지혜가, 이기심을 억누르고 모성의 용기를 발휘하며 둘째를 낳기로 결심하던 장면은 흐뭇한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독특한 사랑과 평범한 사랑이 공존합니다. 가장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태섭(송창의..
월드컵으로 인해 오랫동안 결방했던 SBS 드라마들이 다시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도 참 오랜만에 볼 수가 있었네요. 지금 '인생은 아름다워'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커플이 너무 많아서 산만하다 싶을 지경이네요.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커플을 꼽는다면 단연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동성애 커플이겠는데, 태섭의 커밍아웃이라는 큰 산을 넘어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일단락된 느낌입니다. 청춘 남녀들의 풋풋한 사랑 틈바구니에서 이제 또 한 커플이 독특한 사랑을 시작하려 합니다. 조아라(장미희)와 양병준(김상중) 커플입니다. 이번에 방송된 25회에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군요. 그 동안 조아라가 일방적으로 호..
'인생은 아름다워'의 가족들은 최근 태섭(송창의)의 커밍아웃을 경험하며 놀라운 수준의 이해심과 포용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병걸(윤다훈)이나 수일(이민우)처럼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원도 있었으나, 그들의 태도를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우리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수일의 모습은 아주 전형적인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속으로는 거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고 마치 이해하는 것처럼 쿨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요. 만약 태섭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있지만 않았더라면, 수일의 착하고 순한 성격상 약간의 거부감도 드러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가족들 중에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
인생은 행복하고 좋은 일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누구의 인생에도 슬프고 괴로운 일은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고통스런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좋을 것입니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는 동성애자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지만, 운명은 그들을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지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불행의 씨앗이며, 이제 피할 수 없이 잉태되어 버린 불행의 씨앗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여 행복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두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경수의 가족들은 ..
'인생은 아름다워' 18회에서 드디어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관계가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올랐습니다. 경수의 타고난 성향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평생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기를 강요합니다. 아들을 향해 '괴물'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어머니(김영란)와 절대 자기의 뜻을 꺾을 수 없다고 맞서는 경수와의 대립은 시시각각으로 날카로워져 가는데, 그 와중에 경수 어머니에게 태섭의 존재가 드러나고 만 것입니다. 태섭이 경수에게 보낸 택배를 먼저 받아 본 어머니는 그의 이름과 연락처와 주소를 모두 기록해 놓고, 경수를 향해 허를 찌르듯 갑자기 묻습니다. "그 놈 이름이 태섭이니?"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경수는 아니라고 잡아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비명을 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