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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담사리(전노민)의 공개처형과 관련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정작 담사리 본인은 각시탈 이강토(주원)을 비롯해 수많은 동지들의 비호를 받으며 무사히 위험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가짜 각시탈로 분장했던 독립군 장동지는 몸에 폭약을 묶은 채 장렬히 산화했고, 기무라 슌지(박기웅)의 총에 맞아 체포되었던 적파(반민정) 역시 고문 끝에 혀를 깨물고 자결하였습니다. 서커스단의 여장부였던 오동년(이경실)은 현장에서 슌지의 총에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지요. 극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그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조선인은 물론이고 일본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각시탈이 사용하는 무기(쇠퉁소, 깃대 등)는 웬만해서 사람을 죽이지 않지만, 장동지의 다이너마이트 폭발 당시에는 근처에 있던 일본 순사..
진실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번듯한 집 한 칸이나 마련해 주고, 불쌍한 형을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줄 수만 있으면, 내가 나쁜 놈이라고 욕먹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슌지(박기웅)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운명이란 것도 몰랐다. 내지인이건 반도인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항상 내 편을 들어주는 착한 녀석이니까 평생 친구로 지낼 수 있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나의 출세길을 막는 원수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던 각시탈이 바로 형이었다. 바보가 되고 폐인이 된 줄만 알았던 나의 형 이강산(신현준)이 바로 각시탈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형에게 총을 쏘았다. 내가 쏜 총에 맞아 피흘리고 죽어가면서도 형은 바보같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에게 ..
제1대 각시탈 이강산(신현준)이 죽은 후, 본격적으로 제2대 각시탈 이강토(주원)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대낮에 각시탈을 쓰고 종로경찰서를 습격해 기무라 켄지(박주형)를 살해한 것은 단순한 복수심에서 벌인 충동적 행위였기 때문에 아직 각시탈이 되기로 결심한 상태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제 본인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아난 이강토는 형이 못 다 이룬 과업을 보았습니다. "미안하다. 너한테 짐 주지 않고 ...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자기가 쏜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형은 이렇게 말했었지요. 부탁하지 않아도, 다짐하지 않아도, 아우가 그 사명을 이어받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세상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사실은 어머니와 형을 위해 살아왔던 이강토인데,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