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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보이던 제국그룹의 김남윤(정동환)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만약 현실이라면 그 상황에서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나리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이 드라마에서 김회장의 위독은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였다. 대략 20년 동안이나 김회장의 명목상 본처 자리를 지키며 호시탐탐 제국그룹을 집어삼킬 계획을 세워 온 정지숙(박준금) 여사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자신의 추종자들을 불러모아 총공격을 개시하고, 김회장의 반목하던 두 아들 김원(최진혁)과 김탄(이민호)는 경영권을 남의 손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자연스레 화해했다. 두 형제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얕은 데다가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허를 찔렸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비서실장이었다가 ..
처음엔 특별한 개성도 없어 보이고 밋밋한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김탄(이민호) 이 녀석 볼수록 매력적이다. 순수가 실종된 시대에, 순수를 지닌 채로는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든 순수를 지켜 보려는 그 아이의 마지막 발버둥이 한없이 애처롭다. 물론 그 발버둥도 아직은 열 여덟 살이기에 가능한 것일 뿐, 이복형 김원(최진혁)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탄 역시 10년쯤 흐른 후에는 형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어린 이복동생을 영영 미국으로 쫓아 보내려는 냉혹한 김원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테니까. 자신과 김탄의 약혼은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거대한 약속이라며 차은상(박신혜)을 다그치는 유라헬(김지원)을 볼 때 너무 어른같은 모습에 나는 살짝 소름이 끼쳤는데, 사실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아파했던 것에 비해 근본적 문제 해결은 허망하도록 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자기 영혼을 팔아서라도 공씨 형제를 파멸시키고 싶어하는 듯했던 이경태의 부친(안석환)은 뜻밖에도 울며 불며 사죄하는 공준수(임주환)의 진심을 받아들였고, 죽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별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동생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버리려(...다가 말았지만)는 공준수의 희생 정신을 목격하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완고한 노인의 피맺힌 원한이 삽시간에 풀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과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을 모두 외면하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죽음을 택하려던 공준수의 선택은 몹시 실망스러웠는데, 그 억지 설정이 노인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구실로 사용되니 더욱 실망스러웠다. ..
김은숙 작가의 로코물이며 수많은 청춘 스타들을 출연시킨 야심작치고는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던 '상속자들'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산만했고, 그 인물들의 제각각 스토리를 일일이 언급하며 진행되니 주인공들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다.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의 캐릭터는 흔해빠진 캔디 꼭 그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 김탄(이민호)의 캐릭터도 별로 신선한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못된 무법자 최영도(김우빈)는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데다가 그 아버지의 캐릭터가 나름 독특하여 시선을 끌었다. 김탄의 아버지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재벌 회장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지만, 최영도의 아버지처럼 중후한 나이에도 깡패 수준의 저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