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첨성대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너희들이 나 미생랑(美生郞)을 아느냐? 나는 10세 풍월주로서 미진부공의 아들이며 미실궁주의 아우이니라. 생전에 진흥대제께서 나를 얼마나 총애하셨는지 아느냐? 나를 자주 궁으로 부르시어 태자님들과 어울리어 춤추며 놀게 하셨느니라. 그러다가 수많은 공주들이 나의 빼어난 용모와 화술에 혹하여 먼저들 손을 뻗어오니 내 어찌 거부할 수 있을소냐? 그 일을 아신 진흥대제께서 잠시 노하셨으나 곧 슬쩍 넘어가 주셨느니라. 나를 향한 대제의 총애가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법하지 않으냐? 물론 누님의 입김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야 없지만 말이다. 누님께 천신황녀의 자리를 선물한 자는 애초에 사다함이라 하겠으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나 미생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어찌 가능하기나 했을소냐! 비록 월천대사처럼 천문학에..
'선덕여왕' 29회에서 첨성대의 건립 문제를 놓고 벌인 덕만과 미실의 불꽃튀는 설전은 섣불리 그 시시비비를 판가름할 수 없을 만큼 심오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실의 말대로 백성에게 있어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꽤 많은 경우에 진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니까. 그래서 어쩌면 백성들은 덕만이 주겠다는 '희망'보다는 미실이 주겠다는 '환상'을 더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환상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편안하기만 하다면. 그럼에도 덕만공주가 반드시 왕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현 작가의 또 다른 사극 '서동요'를 나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았었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 '장'과 선덕여왕 '덕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왕의 혈육이면서도 왕실의 사정으로 버려져 자..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 -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에서 * 종자기(鍾子期)는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이었던 백아(伯牙)의 친구로서 백아의 음악 을 제대로 알아들을 줄 아는 유일한 지기였다. 종자기가 병들어 죽자 백아는 자기의 음악을 이해해 주는 이가 없음을 한탄하며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어제 '선덕여왕, 월천대사는 제갈량과 닮았다' 라는 포스트를 올리면서부터 나는 월천대사가 덕만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덕만은 과연 '월천대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아내고 그에게 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히 여겼다. 선덕여왕 28회에서 얼핏 드러난 첨성대의 그림... 덕만이 월천대사를 설득한 방법은 첨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