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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조금씩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까맣게 잊고 살아온 세월이 언제부터였을까?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녀를 만나던 순간부터, 내 삶은 온통 그녀에 대한 기억만으로 채워졌다. 오직 그녀만이 나의 꿈이었기에, 그 이전에 꾸던 꿈은 까맣게 잊은 채 나는 아주 깊고도 오랜 잠에 빠져들었던 거다. 그런데 이제 그보다 훨씬 더 먼 기억의 저편으로부터 누군가가 현실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나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정하명... 그 녀석의 하얀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23년 전, 나는 아직 14살의 소년이었고, 공부는 잘 못했지만 씩씩한 장난꾸러기였고, 평생 노래를 부르며 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반이었던 정하명은 조용한 우등생이었다. 존재감이 희박할 정도로 말이 없었으나, 아무도 ..
엄마는 왜 그랬을까?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도 우리 엄마에겐 통하지 않았다.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꾸었다던 장수풍뎅이 꿈이 그렇게 싫었던 것일까? 언제나 깡통주식, 불량품이라며 나를 무시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란 나는, 내가 그런 아이인 줄만 알았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예쁘지도 않았고, 공부며 노래며 춤이며 하나도 잘 하는 것이 없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나는 엄마에게서 받지 못한 위로를 친구에게서 찾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는 나와 좀처럼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혜미를 만났다. 혜미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다 가진 아이였다. 긴 생머리에 예쁜 얼굴, 좋은 집에 살며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공주님, 게다가 그 애는 천상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아이돌 연기 실습의 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드림하이'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과연 1~2회를 본 소감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드라마는 온통 황당한 스토리와 어색한 연기의 향연으로 뒤덮였고, 그나마 볼거리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조차 모두 립싱크로 처리하는 바람에 쓴웃음만 나왔습니다. 본업이 가수가 아닌 배우들도 연기를 위해 불철주야 노래 연습을 해서 라이브를 선보이는 시대인데, 실제 가수들이 주인공을 맡고서도 노래는 립싱크로 처리하다니 도통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특히 여주인공을 맡은 수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엄청난 악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기를 못하는 수준이면 짜증이 날텐데, 수준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보여주니 저는 오히려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