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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결국 본방사수의 우선 순위를 '아빠 어디 가'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쪽으로 바꾸었다. '아빠 어디 가'의 초반에 워낙 깊은 정을 주었던지라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재미와 감동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시즌1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서먹했던 관계가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참 많이 받았었는데, 시즌2에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사라졌다. 김성주와 성동일과 윤민수는 시즌1의 경험을 통해 '아빠 공부'를 벌써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을 보여줄 부분이 없고, 류진과 정웅인은 아이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꽤 좋아 보였으며, 초반에 약간 서툴러 보였던 안정환도 예상외의 코믹 기질을 선보이며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 아이들 역시 이젠 어느 정도 방송을 ..
'아빠 어디 가'를 시청하다 보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귀여움에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되는데, 가끔은 그 단순한 즐거움이 감동으로 변할 때가 있다. 어른들도 갖기 힘든 배려심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아이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그 때다. 특히 성동일 아들 성준, 윤민수 아들 윤후의 천사같은 배려심은 시즌1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는데, 차분히 살펴보면 시즌2에 새로 합류한 아이들에게서도 놀라운 배려심을 엿볼 수 있다. 성동일의 큰 딸인 7세 빈이는 김진표 부녀가 하차하기 전에 가장 어렸던 5세 규원이를 언니로서 가장 살뜰히 챙겼으며, 안정환의 아들 리환이는 동갑내기 빈이가 물웅덩이에 넘어져 옷이 젖은 채 떨고 있자 "에어컨 꺼 주세요!" 하고 큰 소리로 요청하는 섬세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편..
사춘기라면 몰라도 고작 7~8세 정도 어린 꼬마아이들의 러브라인이란 보통 장난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냥 '친구'와 '이성친구'의 경계선이 아직은 모호할 때라선지, 이 녀석을 좋아하다가 금세 저 녀석을 좋아하기도 하고, 함께 놀 때는 그렇게 좋아한다더니 눈에서 멀어지면 금세 잊어버리기도 한다. 많이 좋아하던 이성친구를 더 이상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어도 어른들처럼 큰 충격을 받거나 극심한 서운함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시즌1에서 거의 1년 동안이나 송종국의 딸 지아를 향한 일편단심을 드러냈으나, 송종국 부녀가 시즌2에 합류하지 않고 하차함으로써 두 아이의 러브라인(?)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윤후의 반응은 덤덤했다. 물론 방송에 비춰지지 않는 모습들이라든가,..
'호기심'이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니, 본질적으로는 좋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중에도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는 사람은 생기있어 보이지만, 세상 일에 별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어딘가 칙칙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호기심 중에는 좋은 호기심 못지 않게 쓸데없는 호기심과 못된 호기심도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던 탓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별 상관도 없는 남들의 개인사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데, 아름다운 일보다는 추한 일에 더욱 큰 호기심을 보인다. 세상의 온갖 뜬소문과 가십거리는 언제나 그 '못된 호기심'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남들의 실수나 잘못..
비록 관객수에서는 봉준호 송강호 콤비의 '설국열차'에 뒤지고 있지만 '더 테러 라이브'의 선전에는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 김병우의 입봉작이라는 것과 35억이라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곳곳에 헛점이 약간 드러난다 해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박수쳐 주고픈 작품이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칭찬하고 싶었던 핵심은 좀처럼 선악을 구분하기 힘든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관객의 공감을 효과적으로 불러 일으킴으로써 주제 전달에 성공했다는 점이었죠. 그런 점에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보다도 한 수 위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테러범과 민준국(정웅인)이 닮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는데요. 자기에게 피해를 입힌..
정말 고맙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고 멋진 엔딩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스런 엔딩이라면 새드엔딩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행복할 것을 믿기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가 있었죠. 최종회에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혜성과 수하가 민준국(정웅인)을 용서함에 있어 너무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용서를 보여주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요. 이제 '너목들'은 제 인생 최고의 명작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처럼, 자기 잘못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 모두에게 공통된 심리일 것입니다. 그러니 변명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상당히 인간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겠죠. 타인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도 언제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힘든 상황에서 더욱 나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대방의 입장을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니까요. 누군가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겸허한 마음과 측은지심을 실천하는 것으로서 매우 고상한 인격을 드러내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변명'이 적정선을 넘어 '자기합리화'의 수준으로 진행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변명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합리화는 스스로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기에, 두 가..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하고 힘겨워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힐링'이라는 코드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타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그건 뜻대로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기 자신이 바뀌어 보려는 거죠. 부부 사이에도 서로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춰서 변화시키려 하면 끝없는 다툼이 이어지지만, 서로 자기 자신이 변화되어 상대에게 맞추려 하면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요.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용서'는 힐링을 위한 필수 과정이겠군요. 증오심을 품고 살면 누구보다 자기가 불행하니까, 용서해야 자기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옳고 바..
원래 저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가슴 아릿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새드엔딩의 여운이 저는 무척이나 좋더라고요. 정통 멜로라든가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시트콤에서마저 새드엔딩을 즐기는 저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무척 달라서 외롭기도 했습니다. 시트콤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병욱 PD의 작품이 방송될 때는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종영 이후에는 매번 욕을 먹는 이유도 바로 새드엔딩 때문이었죠. 다수 시청자들의 생각에 시트콤은 가볍게 웃으며 즐기자고 보는 것인데, 실컷 달달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는 갑작스레 슬프고 허망한 엔딩을 선보이니,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거센 비난을 쏟아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사상 최악의 엔딩으로 ..
예상치 못한 중독 증세에 빠지지 않았다면, 필시 '너목들' 15회 리뷰의 주인공은 서도연(이다희)이 되었겠죠. 차마 인정하기 싫고 너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진실... 애써 친아버지 황달중(김병옥)을 부인하고 양아버지 서대석(정동환)만을 인정하려 했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생부의 애틋한 눈빛에 서도연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슴 미어지는 고통에 못 이겨 홀로 울부짖다가, 어느 새 다가온 장혜성(이보영)을 올려다 보며 서도연은 이렇게 말했죠. "죽을 것 같아. 나 좀 살려줘... 우리 아빠 좀 구해줘. 제발..." 다른 사람도 아닌 장혜성 앞에서는 절대 자존심을 꺾고 싶지 않았을 서도연이,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