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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이후 박혜련 작가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랜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될 듯 싶다. '너목들' 첫방송 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피노키오'의 첫방송을 시청한 후 최근 거의 1년 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이 되살아났다. 이 드라마 때문에 차후 2개월 동안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설렘... 아무래도 '너목들'은 박혜련 작가의 화려한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너목들'의 남주인공 '박수하' 역을 멋지게 소화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종석까지 다시 만나게 되니 더욱 정겹고 반가울 뿐이다. '너목들'의 박수하에게는 타인의 눈빛만 보면 그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
영화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연출자인 감독이 직접 쓰는 경우도 많지만, 드라마 대본은 전문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쓰기 어렵죠. 영화에서의 '스토리'가 영상미나 배경음악 등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드라마에서는 '스토리'가 작품 전체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며 예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특성이 그러한지라 저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연출자보다는 작가의 이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허준'과 '대장금'의 눈부신 대성공에 힘입어, 1944년생의 노익장 이병훈 감독은 이 ..
국무 장녹영(전미선)은 말을 듣지 않으면 성수청을 없애겠다고 협박하는 대비 윤씨(김영애)의 명을 끝내 거역하지 못하였습니다. 남몰래 굿을 거행하여 세자빈 허연우(김유정)에게 흑주술을 거는데, 놀랍게도 그 신력은 정확히 허연우의 몸을 공격하여 급작스런 병을 일으키는군요. 별궁 은월각에서 잠들어 있던 허연우는 느닷없이 목을 졸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앓아눕고 마는데, 성조대왕(안내상)이 파견한 어의조차 병세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합니다. 그 비밀스런 굿판에는 민화공주(진지희)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허염(임시완)의 누이동생 허연우가 세자빈으로 책봉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민화공주는, 할머니인 대비 윤씨의 사주를 받아 허연우를 없애기 위한 그 굿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 같군요. 대체..
민화공주(진지희)의 예동으로 발탁된 두 소녀가 입궐하면서 달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들은 두 개의 달(月)로서, 홍문관 대제학의 딸 허연우(김유정)는 왕후의 상을 지녔으나 교태전(경복궁의 내전이며 왕비가 거처하던 침전)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운명이고, 이조판서의 딸 윤보경(김소현)은 왕후의 상이 아니지만 교태전의 주인이 될 운명입니다. 성수청의 국무 장녹영(전미선)은 놀라운 신력으로 그녀들의 운명을 꿰뚫어 보고, 허연우에게 닥쳐올 비극적 일들을 예감합니다. 친구였던 무녀 아리(장영남)가 죽어가면서 지켜달라 당부했던 바로 그 아이가 허연우라는 사실도 곧 알아차립니다. 나례진연(음력 섣달 그믐에 잡귀를 쫓는 예식)이 열리고, 수많은 왕족들과 대신들이 어울려 질펀하게 먹고 마시며, 각종 화려한 탈춤과 불..
MBC의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방송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경성 스캔들'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원작소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드라마로 변형시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망작이 되기 십상인데, 진수완 작가라면 안심해도 될 듯 싶었거든요. '해를 품은 달'은 1년 전쯤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던 '성균관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정은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입니다. 하여 일각에서는 '해품달'을 가리켜 '경복궁 스캔들'이라 부르기도 하더군요..ㅎ저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성스'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로열패밀리'에서 '공순호' 역할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영애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악역으로 돌아왔습니다. ..
지상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드라마 '대물'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습니다. 현실과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에피소드들은 최고의 스릴을 선사했고, 평범하던 여성의 변화가 시작되는 모습은 앞으로의 기대에 설레게 했습니다. 그러던 '대물'이 불과 3주만에 무너져가고 있군요. 저는 처음부터 현실과 허구의 경계선이 허물어질 경우에 대한 위험을 지적했었지요. ('대물' 현실과의 아슬아슬한 데자뷰, 성공할 수 있을까? ) 그 위태로운 경계선을 삽시간에 허물어뜨린 힘이 내부에서 작용했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작용했는지는 모르나, 예상보다 그 때는 너무 빨리 찾아왔습니다. '대물' 7회를 보면서 저는 계속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작가와 감독이 바뀐 후에는 계속 그랬지만, 이번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