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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닥터 이방인' 리뷰는 처음 쓰는 것이지만 굳이 지난 줄거리를 요약할 생각은 없다. 내용이 워낙 복잡다단하고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며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요약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껏 욕심을 부려 스케일을 크게 잡았지만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어쨌든 '닥터 이방인' 리뷰를 읽는 독자들이라면 대충의 스토리는 알고 있으리라 여기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풀어나가려 한다. 주인공은 박훈(이종석)인데, 나는 자꾸만 한재준(박해진)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 내가 절대로 탤런트 박해진의 개인적 팬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그의 캐릭터가 마음에 꽂힌다. '별그대'에서도 나는 도민준(김수현)보다 이휘경(박해진) 캐릭터에 더욱 공감이 갔었다..
큰 기대를 품고 시청했던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스토리상의 헛점도 많았고, 유일한 악역 이재경(신성록)이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한 채 단순 무모한 범행을 지속하다가 어이없이 허물어져 버린 것도 흥미를 잃게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후반에 뭔가 큰 역할을 담당할 것 같았던 이휘경(박해진)의 존재감이 끝내 응답받지 못한 짝사랑남으로 단조롭게 마무리된 것도 허무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의 캐릭터에 끝내 몰입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듯 싶다. 그러나 '별그대'의 독특한 해피엔딩은 내 가슴 속에 예상치 못한 아련함을 남겼고, 더불어 두 가지의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일견 허황되거나 허무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부족함이 많..
소재와 설정은 이토록 매혹적인데 나는 왜 빠져들 수 없는 것일까? 종영을 불과 5회 앞둔 '별에서 온 그대'의 스토리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남녀 주인공 천송이(전지현)와 도민준(김수현)의 멜로 역시 그 정점을 찍었다. 15회 엔딩에서 마법같은 초능력으로 천송이를 끌어당겨 '내가 너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짓'을 하겠다며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도민준의 모습은 순정만화 속의 판타지 그 자체였다. 지구를 떠나 자신의 고향 별로 돌아가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극구 사랑을 부인하며 다가오는 천송이를 밀어내던 도민준이 결국 불가항력적인 사랑 앞에 굴복하고 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그닥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 탓이었다. 천송이는 솔직..
제1회의 폭풍 전개에 비하면 '별에서 온 그대' 2회는 코믹 에피소드 중심의 다소 느슨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어려서부터 배우 활동에만 전념하느라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천송이(전지현)의 몰상식함은 나날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포털 검색 순위를 장식하는데, 매니저가 성실히 베껴 짜깁기 해준 리포트 덕분에 강의실에서 젊은 교수 도민준(김수현)에게 빵점을 맞는 모습이 '천송이 스페셜' 다큐에 그대로 찍히면서 상한가를 치고 말았다. 모카라떼가 맛있다며 '모카씨(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에게 감사하고, 갈릭 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리고, 피부 관리를 위해 언제나 프로포폴(프로폴리스)을 애용한다는 천송이... 그 정도로 무식하면 아무리 예뻐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