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태영 (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복수극 중에서도 왠지 독특한 복수극이 될 것 같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가 그야말로 어이없는 종영을 맞았습니다. 하긴 중반쯤부터는 별 재미도 없었고 좋은 작품으로 끝맺게 될 가능성은 더욱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기왕 보던 김에 본다는 식으로 계속 시청하고 있었지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되실 겁니다!" 라는 말이 최근 예능에서 나왔었는데 (제 기억에는 아마도 '남자의 자격'에서 윤형빈이 박칼린을 향해서 했던 말 같습니다. 처음 만나서 멤버들의 노래 실력을 테스트하던 그 때였어요^^) 그 말은 과연 이 드라마 '황금물고기'의 종영에 꼭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추측컨대 작가는 고민 끝에 처음의 의도대로 엔딩을 끌고 간 것 같습니다. 남녀 주인공 이태영..
초반에는 극 중 설정 때문에 천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정호(박상원)와 같은 좋은 남편에 귀여운 자식을 둘이나 낳고 살던 이세린(김보연)은, 외도하던 남자와의 치명적 비밀이 담긴 사진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유포되면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시어머니 강여사(정혜선)는 세린을 가차없이 내쫓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어린 아들 문석진은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대략 17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알고 보니 이 모든 일은 며느리를 내쫓기 위해 강여사가 꾸민 일이었군요. 딸 문현진(소유진)은 어른이 되면서 자기 어머니를 이해하고, 아버지의 집을 나와 어머니 곁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어머니와 딸의 역할이 뒤바뀐 것처럼, 성숙한 현진에 비해 이 중년의 어머니는 너무도 철없는..
요즈음 '황금물고기'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바로 문현진(소유진)입니다. 꽤나 흥미진진한 복수극인가 싶더니 가면 갈수록 뭘 어쩌자는 것인지 흐리멍텅해지고 있는 와중에, 서브 캐릭터에 불과했던 문현진이 섬뜩한 악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중심으로 나서면서 조금씩 긴박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차피 이 드라마 속에서 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현명하고 정상적인 캐릭터였는데, 바로 그녀가 눈을 뒤집으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니 제 마음은 더욱 어지러워집니다. 문현진은 완전히 사랑 때문에 미쳤습니다.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남편 이태영(이태곤)의 모든 범죄를 용서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한지민(조윤희..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영(이태곤)의 복수극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이제 한지민(조윤희)의 재복수극이 급물살을 타고 있군요. 이태영이 모든 사랑과 은혜를 저버리고 냉혹한 복수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 이후로 이어질 한지민의 재복수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시청자들은 한지민의 슬픔과 억울함에 공감하며, 그녀와 더불어 이태영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절대 주인공은 1명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 보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한지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원래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이태영은 사실 완전한 악역이었습니다. 한지민을 대하는 이태영의 태도는 비정할 뿐만 아니라 치졸하기까지 합니다. 자기가 무너뜨린 그녀의 집안과 가족을 들먹..
요즘 드라마 중에는 유난히 복수극이 많고 배신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은 항상 돈과 권력을 지닌 강자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던 주인공이 파렴치한 강자들의 것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복수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신문의 칼럼을 읽으니 이러한 현상은 '자기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회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자기의 힘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며, 그 욕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복수'라는 설정이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극의 내면에는 자신도 나쁜 놈이지만 상대방을 '더 나쁜 놈'으로 만듦으로써 자기의 욕망을 합리..
'황금물고기'의 주인공 이태영(이태곤)이 드디어 복수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일일연속극 치고는 꽤 빠른 템포로 진행되어 가고 있군요. 지루하지 않은 점은 좋은데,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급격한 변화가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 싶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이태영이야 원래 마음 따뜻한 캐릭터로 설정되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해도, 저는 한경산의 변화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더군요. 말하자면 은혜와 의리, 그리고 원한과 복수의 사이에서 이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고 외면과 복수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 본성의 냉혹함과 추악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의 변화는 섬뜩하기만 합니다. 1. 이태영(이태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