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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 드라마의 제목이자 배경은 '대한민국 최고 명문인 사립 주남대학교의 초대 이사장이 서울 근교의 숲속에 세운, 대학병원 의사들과 판검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사는 유럽풍의 4층 석조저택 단지'를 지칭하는 ''SKY 캐슬' 이다. 서울 근교라고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 강남의 신흥 부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대로 부모에게서 큰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특출한 (학업) 능력으로 대한민국 상위 1%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꼭 자신의 지위를 물려주고 싶어 몸부림치는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현재 그들이 누리는 삶의 특권은 1차적으로 최고의 학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자녀들의 학벌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
드디어 설설희(서하준)의 일편단심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오로라(전소민)는 설설희의 병이 낫든 아니든 상관없이 평생 그의 아내로 살아갈 것을 서약하며 흰 옷을 입고 그의 곁에 섰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응답받지 못한 외사랑으로 오랫동안 힘겨워했던 설설희가 이제 오로라의 진실한 응답을 받아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그의 병이 완치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무사히 천수를 누리게 된다면 가장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 해도 가장 열렬한 소망을 이루었으니 여한은 없을 터이다. 이제 그들에게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 외아들에게 닥친 병마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좌절을 맛본 설국(임혁) 회장과 안나(김영란) 여사에게도 그보다 더한 위로는 없을 것이다. 결혼식의 축가를 부르는 사람은 록그룹 '부활..
최근 드라마와 예능을 통틀어 제 마음을 확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좀 허전했는데, 고맙게도 오래 전에 종영된 '순풍 산부인과'를 다시 볼 수 있는 경로를 발견했습니다. 무려 13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금 보아도 여전히 세련된 웃음과 재미를 주는군요. 무려 340회나 되는 대장정 속에 등장인물들의 교체도 많았고 중간의 흔들림도 있었지만, 이쯤되면 가히 명작이라 일컬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김병욱 시트콤 매니아로서 언젠가부터 고작 120부 정도로 너무 짧아져 버린 분량이 새삼 아쉬워지더군요. '순풍 산부인과'를 보면서 때로는 감개무량했고, 때로는 신기했고, 때로는 서글펐습니다. 쌍절곤을 돌리는 수간호사 김정희와 우락부락한 얼굴에 소심한 성격을 지닌 남자 간호사 표인봉은 처음..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