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준 (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즘 볼만한 드라마가 하도 없어서 그냥 무심히 틀어놓고 있었을 뿐, 초반에는 그닥 흥미롭게 느끼지 못했던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들소')가 최근 엄청나게 재미있어졌다. 갓 스무 살의 여주인공 서봄(고아성)의 캐릭터가 무섭도록 급격히 변화하는데,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그런데 재미있기는 하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는 것이 함정이다. 쫄깃한 긴장감 속에서 '풍들소' 14회를 숨죽이고 시청한 후, 내 마음속에 남은 것은 씁쓸한 감정과 묘한 두려움이었다. 서봄은 가난한 서민 가정의 둘째딸이며, 청소년 미혼모 출신의 중졸 여성이다. 19세가 되던 해 봄, 불장난같은 첫사랑으로 덜컥 임신을 한 후 고등학교에서는 자퇴를 해 버렸다. 그러나 만삭이 되어가던 어느 날, 기적과도 같은 ..
가상과 실제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달콤한 연애의 환상을 선물해 온 '우리 결혼했어요' (이하 '우결')가 최근 출연자들의 잇단 열애설로 몸살을 치르고 있다. 어찌 보면 '우결'은 남녀 연예인들이 정해진 대본에 따라 만나고 정해진 날짜에 촬영하는 일종의 '변형된 드라마'라 해도 좋을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달달한 연애와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은 가상일 뿐 현실이 아님을 시청자들 역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짜 연애와 결혼 생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벌써 7년째 롱런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쩌면 갖가지 이유로 연애와 결혼이 힘들어진 젊은 세대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가리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지는..
지난 주에 왕종근 아나운서가 출연하여 친구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지요. 프로레슬러 이왕표 선수가 '세바퀴'에 전격 출연했습니다. 키 190cm에 몸무게 110kg의 거구로 패널들 중앙에 앉아 계시니 그 옆에서 조형기는 홀쭉한 중학생 같고 조혜련은 초등학생 같더군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존재감이 그토록 묵직한 이유는 단지 체격 때문만은 아닌 듯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몸에 속속들이 배어 들어간 스포츠맨쉽이 그냥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저는 스포츠에 문외한인 만큼 그들의 거칠고도 위험한 플레이에 깜짝깜짝 놀라기가 일쑤였습니다. 사실 저는 스포츠 경기를 거의 안 보거든요. 예전에 저희 가족 중 한 분이 직업상 국내의 특정 농구팀과 약..
지난 목요일에 방송되었던 '해피투게더'를 뒤늦게야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는 이번 시즌에, 비호감 컨셉을 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도 하게 되더군요. 그 동안 아무리 말들이 많아도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워낙 그 세계가 시끄러운 곳이니까요. 그 이름의 무게만큼이나 더욱 시끄러운 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오만원권' 에피소드를 듣는 순간,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그 행동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해서는 아닙니다. 후배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어요. 다만, 확실히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남의 아이디어를 보고 배워서 따라한 것 같은데 스스로 생각해 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 저에게는 아주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분명히 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