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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욱씨남정기' 후속 드라마 '마녀보감', 동시간대에 함께 출발한 '디어 마이 프렌즈' 쪽으로 일찌감치 마음을 굳힌 터라 큰 관심은 없었지만, 방송 후 내 블로그에 '흑주술'이라는 키워드로 유입량이 급증했기에 검색하다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해당 포스팅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관련하여 4년 전에 썼던 것인데, '마녀보감' 1회에 흑주술이라는 소재가 다뤄짐으로써 대중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시청해 보았는데, 무녀 홍주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열연과 더불어 흑주술 부분은 제법 임팩트 있게 표현된 것 같지만 차후의 내용 전개에는 크게 끌리지 않는 터라 계속 시청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시대 배경은 조선 명종 때이다. 실록에 따르면 명종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순회세자가 13세라는..
윤종빈 감독이 악역 조윤(강동원)의 캐릭터에 너무 심취했던 것일까? 조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와 전체적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무게의 비극과 장중함에 비한다면 다소 가볍게 처리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민초(民草) 들의 한(恨)이라면 그 메시지는 충분히 어필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주인공 도치(하정우)의 캐릭터가 지극히 단순했기 때문에 표현이 극대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도치는 원래 '돌무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쇠백정이었다. 배운 거라고는 고기써는 칼질뿐이요, 가진 거라고는 황소같은 힘과 돌처럼 단단한 육체뿐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 따위를 할 줄 아는 인물이 아니다. 그런 ..
인간의 딸을 사랑하여 인간이 되고자 했던 신수(神獸) 구월령(최진혁)의 간절한 소망은 '구가의 서' 제2회에서 꺾이고 말았습니다. 전설의 여주인공으로는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윤서화(이연희)의 사랑은 구월령의 정체를 알게 되자마자 무너져 내렸고, 그녀의 배신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이었죠. 만일 윤서화의 뱃속에 잉태된 생명이 없었다면, 구월령이 담평준(조성하)의 칼에 찔리는 그 순간 모든 희망은 사라져 버렸을 것입니다. 구월령은 '구가의 서'를 얻어 인간이 되기 위해 꼬박 90일 동안이나 무사히 금기를 지켜 왔지만, 경솔하게도 혼자 나물을 캐러 나갔던 윤서화는 관군에게 붙잡혀 버렸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금기를 깨지 않을 수 없었죠. 꿈을 이룰 수 있는 100일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지만, 처참히 끌려..
'구가의 서'(九家의 書) 제1회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치는 아직 이 세상에 첫 숨결을 내뱉기도 전이건만, 아비 구월령(최진혁)의 마음속에 어미 윤서화(이연희)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순간, 이미 그의 모진 운명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태초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뜨거운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절대 금기를 넘어 사랑을 이루는 최강치의 모습을 통해, 신은 이 땅의 나약한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이 세상의 어떤 금기(禁忌)도 장벽도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음을, 신분의 고하도 남녀의 차별도 심지어 인간과 짐승의 구별조차도 사랑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이 세상에 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