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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평소 아이돌의 음악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그들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회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2AM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음악보다 예능적인 끼와 유머감각 등을 보면서 호감을 갖게 되곤 했지요. 1세대 아이돌 중에서 대표적인 예능돌이 바로 신화였습니다. 제가 그들을 처음 본 것은 2004년 가을, SBS의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강호동의 연애편지'가 신설되었을 때였어요. 남성 출연자들은 신화 멤버 6명과 신정환, 천명훈까지 합쳐서 8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중에는 여성 출연자도 인원수가 똑같이 맞춰졌지만 초반에는 1명뿐이었지요. 그 날의 여성 출연자는 완전히 공주 대접을 받으면서 남성 출연자들을 저울질하다가 마지막엔 최고의 남성으로 한 명을 선택하면 되는 거..
평소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짝' 찾기로 진행되는데, 가끔씩 명절이면 '스타애정촌'이라는 이름으로 연예인 특집을 마련하더군요. 처음에 몇 번 보다가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고 완전히 접었던 방송이지만, 이번에는 연예인들이 나온다니까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을 듯하여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일반인들이 출연했을 때는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도 불편했고, 순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는 느낌도 불편했습니다. 특히 여성 출연자들은 연예인 지망생으로서 단순히 TV에 얼굴을 비추러 나온 듯한 사람이 많았는데, 뻔히 보이는 가식적인 모습들 틈새에 아주 드물게 순수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끼어 있으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연예인 특집에서는 ..
경수(이상우)의 헤어진 아내(송선미)와 그들의 딸인 수나(전민서)가 42회에 등장하면서 또 한 차례의 파란을 예고했습니다. 저는 경수가 아내와 딸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고, 은연중에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혼 자체를 원하지도 않았고,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곤욕이었을 테니까... 생겨난 아이의 존재는 더욱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것이며, 창살없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족쇄였을 테니까, 아무리 자식이지만 별로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가족의 재회 장면은 경수의 마음이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여자로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경수는 아내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자기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
'개인의 취향' 7회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은 담예술관의 최관장(류승룡)이었습니다. 그 기품있는 신사가 느닷없이 전진호(이민호)에게 범상치 않은 호감을 고백하며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던 것이지요. 언젠가 포장마차에서 박개인(손예진)이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를 들었기에, 전진호가 자기와 같은 게이라고 오해를 했고, 그래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류승룡의 연기력은 과연 찬사를 받을만했습니다. 그는 짧은 분량 속에서도 더할 수 없이 충분하게 자기의 역할을 수행했지요. 너무나 은근하게, 극도로 조심스럽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놀라움과 충격과 신선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생각지도 않은 감동이 다가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최관장의 방을 나서던 전진호는 한창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