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원경왕후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대장금'과 '서동요' 이후 김영현 작가의 사극에 매료된 나는 '선덕여왕'과 '뿌리깊은 나무'를 시청하며 그녀의 필력을 극도로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으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엄연한 창작물이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요즘 시대에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고, 작품을 감상하다가 실제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외국에 수출될 경우는 좀 더 오해의 소지가 많겠으나, 방영 전에 자막으로 '이 작품은 허구와 상상력이 가미된 창작물로서 역사적 사실과는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 큰 문제는 되지 ..
나는 드라마 '정도전'을 볼 때마다 이성계(유동근)와 이방원(안재모)의 모습에서 신비로운 감회에 젖는다. 과거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용의 눈물'과 묘하게 겹쳐지는 데자뷰 현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태종 이방원이었던 유동근은 지금 태조 이성계가 되어 있고, 당시 충녕대군(세종)이었던 안재모는 현재 이방원이 되어 있다. 약 17년 가량의 세월이 흐른 후, 두 사람은 과거의 자신보다 한 세대 위의 인물인 아버지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곤룡포를 걸치면 그대로 임금이 되고 갑옷을 걸치면 그대로 장군이 되는 유동근의 당당한 풍채가 예전과 다름없는 것도 신비하거니와, 당시 20대 초반의 해사한 외모로 감수성 넘치는 세종의 청년 시절을 연기했던 안재모가 30대 후반의 장년이 되어 냉혹한 이방원으로 변신한 ..
드라마 '49일'이 종영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듯 싶으나, 저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면에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제가 해석하기에 이 드라마의 포커스는 송이경(이요원)이 아니라 전적으로 신지현(남규리)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신지현은 49일 여행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귀한 3방울의 눈물을 얻어 회생에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태어나면서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목숨은 회생 후 고작 일주일이 더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너무 가엾어서 화가 날 정도로 서글픈 그녀의 운명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유난히 밝고 긍정적이며 선량함의 화신과도 같았던 그녀는 타인들을 위한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