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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현고운 작가의 원작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빛나거나 미치거나' (이하 '빛미') 라는 제목이 고려 제4대 임금 광종에게서 비롯된 것임은 알고 있다. 현재 '빛미'에서 장혁이 열연하고 있는 남주인공 캐릭터 '왕소'가 바로 훗날의 광종이다. 광종은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 시행 및 관복 제정 등 여러가지 빛나는 업적을 세웠으나, 재위 중반부터 시작된 공신과 왕실에 대한 피의 숙청으로 인해 성군(聖君)보다는 오히려 광기(狂氣)의 왕이라 평가되곤 한다. 960년부터 975년 광종이 죽기 직전까지 무려 15년 동안이나 이어진 피의 숙청은 많은 폐단을 낳았다. 노비가 주인을 고발하고 아들이 아비를 참소하는 등 온갖 참소와 무고가 난무했으며, 감옥은 턱없이 모자라고 죄없이 살육당하는 자가 꼬리를 물었다. 숙청의 손길은 ..
가상과 실제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달콤한 연애의 환상을 선물해 온 '우리 결혼했어요' (이하 '우결')가 최근 출연자들의 잇단 열애설로 몸살을 치르고 있다. 어찌 보면 '우결'은 남녀 연예인들이 정해진 대본에 따라 만나고 정해진 날짜에 촬영하는 일종의 '변형된 드라마'라 해도 좋을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달달한 연애와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은 가상일 뿐 현실이 아님을 시청자들 역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짜 연애와 결혼 생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벌써 7년째 롱런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쩌면 갖가지 이유로 연애와 결혼이 힘들어진 젊은 세대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가리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지는..
현고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로맨틱 코미디 사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남주인공 왕소(장혁)는 고려의 제4대 임금 광종(光宗, 925 ~ 975)이며, 여주인공 신율(오연서)은 발해의 마지막 공주로 설정되어 있는데 주요 캐릭터 중에는 거의 유일한 가상 인물이다. 왕소의 연적 왕욱(임주환)은 태조 왕건의 아들이자 광종의 이복형제이며 8대 임금 현종의 부친으로 기록된 인물이고, 신율의 연적 황보여원(이하늬)은 광종의 비(妃)인 대목왕후(大穆王后)로서 역시 실존 인물이다. 일단 묵직하고 비장한 시대적 배경에 마음이 끌리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코미디 욕심 때문에 망가질 듯하여 미리 걱정을 좀 했다. 하지만 첫방송을 보니 의외로 코믹 요소가 자연스..
사실 '동안미녀'의 주인공 이소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순수하고 선량하고 배려심이 깊은 아가씨로서 충분히 처음부터 호감형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괜시리 초반에 남주인공들과의 자극적 만남을 위해 무리한 설정을 넣은 것이 비호감으로 작용했었지요. 이소영은 최진욱(최다니엘)과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트클럽에서 온갖 사고를 저지르며 추태를 떨었고, 지승일(류진)과 처음 만났을 때는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팬티바람으로 있어야 했습니다. 주의산만한 사고뭉치 캐릭터를 싫어하는 제 눈에는 참 한심한 아가씨로 보였더랬습니다. 그러나 34세의 나이에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이소영의 매력은 조용히 제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들은 장나라가 20대 초반의 풋풋함과 귀여움은 잃어버리고 30대의 성숙함은 갖추지 못했기에,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