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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윤종빈 감독이 악역 조윤(강동원)의 캐릭터에 너무 심취했던 것일까? 조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와 전체적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무게의 비극과 장중함에 비한다면 다소 가볍게 처리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민초(民草) 들의 한(恨)이라면 그 메시지는 충분히 어필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주인공 도치(하정우)의 캐릭터가 지극히 단순했기 때문에 표현이 극대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도치는 원래 '돌무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쇠백정이었다. 배운 거라고는 고기써는 칼질뿐이요, 가진 거라고는 황소같은 힘과 돌처럼 단단한 육체뿐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 따위를 할 줄 아는 인물이 아니다. 그런 ..
요즘 소치 동계 올림픽 때문에 평소 방영하던 TV 프로그램들이 모두 결방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지루함을 느끼던 중 우연히도 10여년 전의 드라마 '미스터Q'를 저화질로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 정말 풋풋했던 김민종과 김희선의 모습, 그 때만 해도 내가 무척 좋아했던 송윤아, 코믹한 스타일의 권해효와 조혜련까지 그야말로 추억 돋는 장면들 투성이였다. 오래 전 작품이라서 확실히 과장되고 유치했으며 배우들의 목소리 톤까지 오글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추억에 잠기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달달한 추억에 잠기느라 마음이 붕 떴는데, 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 지금 보니까 느껴지는 것이 꼭 한 가지 있었다. 수시로 담배를 피워대는 남자 배우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무리 운(運)이 중요하다지만 노력(努力)을 이길 수 있을까? '아가씨를 부탁해' 2회에 등장한 정일우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꼈다. '돌아온 일지매'의 방송을 앞두고 황인뢰 감독은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카리스마는 본래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무수한 시련과 고통의 관문을 하나씩 넘어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천성이 착하고 순한 정일우가 일지매 역을 맡고부터 시련과 고통의 문턱을 무수히 넘나들었다. 이제 그가 얻게 된 카리스마를 기대해도 좋다." (MBC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홈페이지 참조) 정일우의 나이는 이제 스물 세 살... 남자로서는 젊다는 말보다 오히려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는 나이인데, 벌써 만만치 않은 눈빛의 깊이와 배우의 향기가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