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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흡연 장면 규제는 천만 번 잘한 일이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TV 속 흡연 장면 규제는 천만 번 잘한 일이다!

빛무리~ 2014. 2.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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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치 동계 올림픽 때문에 평소 방영하던 TV 프로그램들이 모두 결방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지루함을 느끼던 중 우연히도 10여년 전의 드라마 '미스터Q'를 저화질로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 정말 풋풋했던 김민종과 김희선의 모습, 그 때만 해도 내가 무척 좋아했던 송윤아, 코믹한 스타일의 권해효와 조혜련까지 그야말로 추억 돋는 장면들 투성이였다. 오래 전 작품이라서 확실히 과장되고 유치했으며 배우들의 목소리 톤까지 오글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추억에 잠기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달달한 추억에 잠기느라 마음이 붕 떴는데, 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 지금 보니까 느껴지는 것이 꼭 한 가지 있었다. 수시로 담배를 피워대는 남자 배우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주연이나 조연을 막론하고 그 당시 TV 속 남자 배우들은 수시로 화면 속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런 줄 몰랐는데 당시 드라마를 보니까 정말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 사회적 통념도 그렇고 생활 속에 젖어있는 습관이어선지, 어떤 장면이든 어떤 상황이든 담배를 피우는 그들의 모습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강토(김민종)는 실의에 빠진 동작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고, 열악한 환경 속에 거리 판매에 나선 직원들 중 고대리(권해효)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담배부터 한 대 꼬나물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우과장(차광수)의 모습이었다. 가장 성실하고 공정하며 인간적인 상사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가 비흡연자인 여직원들 코앞에서 담배 연기를 훅훅 뿜어대는 모습이라니!

 

직원들이 영업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봉고차 앞에서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수고한 직원들이 돌아와서 업무 보고를 하는 상황에서까지 담배를 빨고 연기를 내뿜는 동작을 계속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 생각에는 대본상의 문제라기보다 연기자의 습관에 따른 실수라고 보여졌다. 평소 그게 잘못된 거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했고, 자기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여직원들이 차마 말을 못해서 참고 있었을 뿐, 비흡연자로서는 코 앞에서 내뿜는 담배연기를 어쩔 수 없이 들이마셔야 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런 일인지를 흡연자들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다행히 TV 속 흡연은 금지된지 오래이고 현재는 실생활 속 흡연도 많이 규제가 되었는데,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TV에서 흡연 장면을 없앤 것은 천만 번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들은 음주운전 사고나 음주시 폭행 등을 예로 들면서, 흡연으로 인한 폐해보다 음주로 인한 폐해가 훨씬 큰데 어째서 음주보다 흡연을 이토록 가혹히 규제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음주는 '정도'의 문제인데 반해, '흡연'은 단 한 가치만으로도 문제가 된다. 음주의 경우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자신의 주량을 체크하여 적절히 마시고, 음주시에 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적정량 이상의 술을 마셔서 흠뻑 취하게 됨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만큼 주사를 부린다거나 운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상황에 국한된다. 유럽 사람들이 흔히 하듯 식사 중에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음주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은 타인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흡연은 다르다. 오직 한 대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으로도 가까이에 위치한 타인에게 극심한 피해를 준다. 옆자리나 앞자리에 앉은 비흡연자가 활짝 웃으며 "괜찮습니다. 상관없으니 피우세요!" 라고 말한다 해서 그걸 진심이라 생각하는가? 솔직히 비흡연자로서 담배 연기를 흔쾌히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직접 흡연보다 간접 흡연의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의학 연구 결과까지 밝혀졌는데, 타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흡연을 하는 건 좀 심하게 말하면 폭행과 다를 바 없는 범죄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길거리에서 불 붙은 담배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경우 어린아이들의 얼굴 높이와 비슷하여 사고가 잦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중학생 누나가 데리고 있던 어린 남자아이의 얼굴에 화상을 입혀 놓고도 "알아서 피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적반하장 화를 내며 가 버렸다는 중년 남자의 뉴스를 읽으며 분노했던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TV 속 흡연 장면이 규제됨으로써 과연 실생활에서의 흡연도 줄어 들었을까 의문이었는데, 모처럼 10여년 전의 드라마를 보니 그 효과가 없지는 않았을 것임을 강력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찻집에서 허구헌날 담배를 피워대는 모습을 TV에서 보면, 시청자들은 그게 아주 당연한 거라고 인식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크게 자극하여 청소년 흡연율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니 여직원들 코 앞에서 태연히 담배연기를 훅훅 내뿜는 과장의 모습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TV에서 흡연 장면이 규제된 이후, 10여년 만에 보는 옛날 드라마 속 장면들은 무척이나 생소하고 충격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수두룩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일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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