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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박2일'의 신입생 엄태웅은 등장하자마자 영웅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팬티 바람으로 끌려나왔던 첫 등장에서부터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빵빵 터뜨리더니, 의외로 구구단 게임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무(無)당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첫 촬영부터 낙오가 되었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시민들과의 친화력을 자랑하며 정해진 시간내에 다음 촬영 장소를 찾아오는 미션에 너끈히 성공하면서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난 2주간의 방송에서는 신입이라는 이유로 엄태웅에게만 대놓고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자발적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도 그냥 짜여진 프로그램에 열심히 따르기만 하면 얼마든지 돋보일 수 있었을 거라는 의구심도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신입에 대한 아무 혜택 없이 모두 똑같은 상황..
이번 주 '런닝맨'에서는 1:9 대결이 2차례나 펼쳐졌습니다. 첫번째 대결은 하하를 1의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철저히 자기 방식대로 선정한 문제를 다른 멤버들이 맞히도록 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두번째 대결은 추격팀의 역할을 김종국 혼자 맡아서 나머지 9명을 잡도록 하는 '방울 숨바꼭질'의 변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두 가지의 1:9 대결은 모두 재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주 '런닝맨'의 하이라이트는 음식맛 평가단으로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해 벌였던 '요리 대결'이었어요. 예능보다는 오히려 다큐에 가까운 코너였지만, 그래도 3팀으로 나뉘어 요리를 진행해 가는 과정이나 평가단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더군요. 갈비찜, 김치낙지수제비, 닭떡갈비의 실제 맛은 어땠을지 모르나 ..
칼봉산에서 이루어진 '1박2일-혹한기 실전캠프' 편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몇 가지의 특별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우선 소집해제한 김종민의 전격 합류와 깜짝 손님 박찬호의 방문으로 원래 6명이었던 멤버가 8명으로 늘어나 화면을 빈틈없이 꽉 채웠다는 점이 가장 특별했으며, 한층 진화된 복불복의 방식을 선보였다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법원에서의 공익근무를 마치자 마자 납치되듯 끌려온 김종민은, 아직 '법원과 예능 사이'에 놓여 있는 탓에 적응이 덜 된 탓인지, 아니면 이참에 아예 컨셉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인지, 줄곧 예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팀의 전력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 '구멍'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이래저래 많은 도움을 주는군요. 물풍선 받기, 퀴즈 맞히기 등에서도 너무 진..
'1박2일' 에서의 이수근에게서는 항상 스스로를 낮추고, 누구나 꺼릴 법한 가장 망가지는 캐릭터를 자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자청한 '앞잡이' 캐릭터는 자칫하면 미움받기에 딱 좋은 역할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코믹한 설정으로 받아들이고 웃는다 해도, 일부의 사람들은 불쾌하게 여길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앞잡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배신'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신이란 언제나 유쾌하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러나 이수근은 승자의 이미지였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항상 스스로 먼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호감을 얻기 어려운 '앞잡이' 캐릭터를 절묘하게 성공시켰습니다. 지난번 캠핑카 여행 때는, 가위바위보에 져서 바다에 빠져야 할 상황이었는데 여벌의 옷을 가져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