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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이수근, 그의 끝없는 구애에 반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이수근, 그의 끝없는 구애에 반하다

빛무리~ 2009. 11. 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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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에서의 이수근에게서는 항상 스스로를 낮추고, 누구나 꺼릴 법한 가장 망가지는 캐릭터를 자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자청한 '앞잡이' 캐릭터는 자칫하면 미움받기에 딱 좋은 역할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코믹한 설정으로 받아들이고 웃는다 해도, 일부의 사람들은 불쾌하게 여길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앞잡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배신'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신이란 언제나 유쾌하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러나 이수근은 승자의 이미지였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항상 스스로 먼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호감을 얻기 어려운 '앞잡이' 캐릭터를 절묘하게 성공시켰습니다.

지난번 캠핑카 여행 때는, 가위바위보에 져서 바다에 빠져야 할 상황이었는데 여벌의 옷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훤한 대낮에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옷을 모두 벗고 적나라한 팬티 차림이 되기도 했습니다. 너무 충격적인 모습이라 방송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어 편집되었을 정도였지요. 본업이 개그맨이므로 괴상한 분장을 하고 나오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알몸이 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수근은 정말이지 방송을 위해서라면 몸이 가루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는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를 보면서 마치 시청자에게 구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결혼 전에 그가 나이 어린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 퍼부었던 헌신적인 애정공세는 일부분 방송을 타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 더욱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예전에 이혁재 역시 한 토크 중심 예능 프로에 나와서, 결혼 전 아내에게 구애하던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야말로 초인적인 인내심을 갖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끈질기고 강하게, 있는 정성을 다했었더군요. 함께 출연했던 여성 게스트 한 명이 "어떻게 그 정도로 하실 수가 있죠?" 하고 묻자 이혁재는 대답했었습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씨 같으면 나처럼 생긴 남자가 불쑥 다가서서 사귀자고 하면 쉽게 좋다고 하겠어요?" 순간 여성 게스트가 멈칫 하면서 말을 잃자, 이혁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수근의 외모는 사실 어중간한 편입니다. 개그맨으로서는 그다지 못난 인물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키가 작을 뿐이죠. 차라리 정종철이나 오지헌 정도로 강력한 외모를 지녔다면 그것이 강점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개그맨 오디션을 볼 때도 외모는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정종철이 들어서자마자 심사위원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별로 테스트하는 것도 없이 합격시켰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물론 동료 개그맨이 농담반 섞어서 한 말이긴 했지만, 그 세계에서도 역시 외모가 무시할 수 없는 조건임을 나타낸 일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수근의 경우도 작은 키를 소재로 했던 '키컸으면' 시리즈가 대박을 치긴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키만 가지고 울궈먹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중간한 외모를 지닌 그로서는 끊임없는 처절한 노력과 구애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떠나가지 않도록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었던 것입니다.


'1박2일' 초창기, 이수근의 존재감이 무척이나 미미하던 그 때, 지상렬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재빨리 운전대를 거머쥐면서부터 그의 운전 인생은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멤버들이 중간중간 잠도 자고 재미있는 개그도 치는 동안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늘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언뜻 생각해보아도 매우 불공정한 일이었으나, 그 후로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이수근은 한 번도 그에 대해 불평을 토로한 적이 없습니다. 지겨워질 법도 하건만 그의 묵묵한 노력은 그칠 줄을 모릅니다.

그가 대형먼허를 취득할 무렵 '1박2일'의 제작진에게 특별면담을 요구했을 때, 제작진은 드디어 그가 운전 부분에 대한 불평을 할거라 예상하고 긴장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수근은 오히려 더욱 열심히 운전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 대형면허를 땄다고 자랑하며, 약간의 생색을 내줄 것만을 부탁했을 뿐입니다.


'집으로' 편에서도 이수근은 미워할 수 없는 '국민아들'의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하룻밤 동안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 노부부와 헤어지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고 붉어진 눈으로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방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진실했습니다. 험난한 연예계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하느라 숨쉴 틈 없이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지만, 그도 가끔은 부모님의 따뜻한 품에 기대고 싶겠지요.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쉬지않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곳에서는 더욱 처절하게 구애하고 있습니다. 그의 계속되는 구애에, 저같이 무심했던 시청자도 차츰 그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개그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키컸으면'이나 '마빡이'도 제대로 본 적은 없습니다. 버라이어티에서 조금씩 흉내내는 것만 보았을 뿐이죠. 그래서인지 '1박2일'에서도 제 눈에 가장 늦게 들어온 멤버가 이수근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그의 존재감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그가 없는 '1박2일'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수근은 진정 우리의 소중한 '국민일꾼'이며, 외면할 수 없는 매력적인 구애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꾸준한 구애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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