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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정말 고맙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고 멋진 엔딩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스런 엔딩이라면 새드엔딩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행복할 것을 믿기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가 있었죠. 최종회에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혜성과 수하가 민준국(정웅인)을 용서함에 있어 너무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용서를 보여주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요. 이제 '너목들'은 제 인생 최고의 명작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
원래 저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가슴 아릿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새드엔딩의 여운이 저는 무척이나 좋더라고요. 정통 멜로라든가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시트콤에서마저 새드엔딩을 즐기는 저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무척 달라서 외롭기도 했습니다. 시트콤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병욱 PD의 작품이 방송될 때는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종영 이후에는 매번 욕을 먹는 이유도 바로 새드엔딩 때문이었죠. 다수 시청자들의 생각에 시트콤은 가볍게 웃으며 즐기자고 보는 것인데, 실컷 달달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는 갑작스레 슬프고 허망한 엔딩을 선보이니,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거센 비난을 쏟아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사상 최악의 엔딩으로 ..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온갖 추측과 스포일러를 난무하게 만들던 '황달중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와 더불어 그 사건을 맡게 된 장혜성(이보영)은, 때마침 능력을 되찾은 박수하(이종석) 덕분에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됩니다. 26년 전에 사망 처리된 전영자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손채옥이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딸을 찾아야만 했는데, 박수하의 도움 없이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극 중에서는 아무도 상상 못 했던,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26년이나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황달중(김병옥)의 인생은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그 유죄 판결이 잘못..
어춘심(김해숙) 아줌마가 죽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라, 저는 설마 아닐거야, 아닐거야...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요. 아무리 드라마 속의 일이라지만 그래도 정말 믿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민준국(정웅인), 이 나쁜 놈, 천벌을 받을 놈은 스패너로 춘심 아줌마의 머리를 때리고 손발을 테이프로 묶은 뒤 가게에 불을 질러 처참히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선량하고 따뜻하고 용감하고 정의롭던 우리의 국민엄마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혹시 딸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불행해질까봐 "사람 미워하느라 네 인생 낭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자기에게 그토록 잘해주던 아줌마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칠 때, 그 놈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차 있었을까요? 이제 민준국의 과거에 그..
무려 6회가 지나도록 초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스릴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고 있으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하 '너목들')는 점점 더 명작의 향기가 짙어지는 듯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표현함에 가벼운 코믹과 멜로를 섞어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기법이 과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켰기에 매우 훌륭하다 생각되고요. 매력적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서로 어울림마저 좋다 보니 그 달달함에 빠져들기 십상인데, 그러다가 느슨해질만하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보임으로써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합니다. 그러니 한시도 쫄깃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지루해질 틈이 없군요.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는 작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저는 이 작품을 계기로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박혜련 작가의 이름을..
드라마 '너목들'의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사실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 외에는 매우 평범한 인물로서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평범 이하의 부족한 인물이라고 해야겠군요. 워낙 까칠한 성격으로 마음을 닫고 살기 때문에 친구도 거의 없죠. 때로는 괜한 심통을 부리다가 겪지 않아도 좋을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공을 좀 던져 달라는데 일부러 다른 쪽으로 걷어차서 혈기방장한 남학생들의 화를 돋구었던 것도 아무 이유 없이 심통을 부린 거였으니까요. 어두운 밤길에서 세 명의 남학생에게 둘러싸였을 때, 박수하(이종석)가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 괜한 심통 때문에 신세 망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국선변호사 면접시험장에서 차관우(윤상현)와 처음 만났을 때도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