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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시청자의 극한 몰입을 유도하는 드라마다. 전작인 '나인'과 '더블유' 등에서도 언제나 참신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설정을 시도해 온 송재정 작가였지만, 이번에 더욱 몰입이 강한 이유는 아마도 이 작품의 소재가 '게임'이라서가 아닐까?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손으로 조종하는 주인공(플레이어) 캐릭터에 점점 더 몰입하면서, 그 캐릭터가 상처를 입으면 마치 자신에게 상처가 난 것처럼 움찔하게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현왕후의 남자'라든가 '나인'의 소재인 시간 여행은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더블유'의 소재인 웹툰은 그저 눈으로 보고 읽는 것만 가능하다. 하지만 '알함브라'의 소재인 게임은..
한여름의 지상파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내가 '질투의 화신'을 선택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태양의 후예' 못지 않게 기대해 왔던 이경희 작가의 '함부로 애틋하게'는 도저히 21세기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진부한 설정에다가, 아예 대놓고 "자, 슬프잖아! 펑펑 울어! 울란 말야! 이래도 안 울어?" 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들어서 1회를 보고 나니 2회를 보기가 싫어졌다. 내가 아무리 애틋하고 절절한 드라마를 좋아한다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강요하면 좋던 것도 싫어지고 금세 질리는 법이다. 한 때 시트콤의 거장 김병욱 PD와 콤비를 이루어 정말 소름끼치도록 멋진 여러 작품을 선사해 주었던 송재정 작가의 '더블유(W)' 역시 엄청난 기대작이..
내가 2013년 한 해 동안 혼이 쏙 빠지게 몰입하며 보았던 드라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2편이었다. '너목들'에서는 남주인공 박수하(이종석)의 매력에 홀려 정신을 못 차렸다면 '나인'에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여행의 결과를 궁금해하느라 매 순간 가슴을 졸이곤 했다. 어느 덧 '나인'이 방송된지도 1년이 넘어가는데, 요즘은 그렇게 내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는 작품이 없다. 원래는 '신의 선물'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구성이 너무 복잡 산만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추리할 것이 너무 많아서, 정작 딸 샛별이(김유빈)를 향한 김수현(이보영)의 뜨거운 모성은 정신없는 껍데기 속으로 숨어버린 느낌이..
좀처럼 케이블 방송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던 제가 요즘은 연달아 특정 케이블 방송을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습니다. 뒤늦게 꽂혀버렸던 '슈퍼스타K'가 끝나자 마자,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드라마?)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이하 '생초리')가 야심차게 출발하니 어쩌겠습니까? 집에 케이블 방송이 나오긴 하는데 Mnet 채널이 몇 번인지 tvN 채널이 몇 번인지조차 모르던 저는,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하나씩 넘기면서 해당 방송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쉽게 찾아지더군요..ㅎㅎ 20부작으로 만들어지는 '생초리'는 시트콤보다 오히려 정통 드라마에 가까울 것이라는 제작진의 발표도 있었고, 김병욱 감독은 총괄 기획만 했을 뿐 실제로 메가폰을 잡은 연출자는 김영기, 조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