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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연말연시에 생일과 결혼기념일까지 촘촘하게 몰려있다 보니 경황이 없어 자주 글을 쓰지 못하였다. 그래도 2013년의 마지막 포스팅은 해야 할 것 같아 새벽같이 노트북을 켜고 생각에 잠긴다. 무엇을 쓰면 좋을까? 가장 최근에 방송된 MBC 연기대상 이야기를 써 볼까? 하지만 그러면 도저히 좋은 말을 할 수가 없다. MBC는 총 50부작의 대장정 중 이제 겨우 18회를 마쳤을 뿐이라 2013년에 달려온 길보다 2014년에 달려가야 할 길이 훨씬 많이 남은 '기황후' 팀의 하지원에게 2013년 연기대상을 주었다. 게다가 최우수 연기상을 무려 일곱 명에게, 우수 연기상을 여섯 명에게 주고도 모자란지 황금 연기상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또 6명에게 골고루 나눠 주었다. 수상자들의 기분은 어땠을지 모르나 보는 입장에서는..
사람마다의 취향 차이겠지만, 솔직히 나는 한 번도 쓰레기(정우)에게서 '남자'의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쓰레기는 언제나 '오빠' 중에서도 가장 믿음직하고 든든하고 좋은 '오빠'일 뿐이었다. 그런데 칠봉이(유연석)에게서는 언제나 '설렘'이 느껴졌다. 사실 원래의 내 성격대로라면 일방적인 사랑 고백 이후 일방적으로 키스를 해버리는 식의 제멋대로인 행동은 몹시 싫다고 느껴져야 마땅했다. 더구나 그 때 성나정(고아라)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입술을 마구 들이밀던 스무 살 칠봉이의 행동은 심히 무례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칠봉이가 싫지 않았다. 나정이는 안 그랬지만, 나였다면 그 키스 한 방으로 마음을 바꿔버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칠봉이는 ..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나는 안 봤다. 일부러 안 본 것은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안 봤다. 결혼 전이었던 작년이나 결혼 후인 지금이나, 내가 사는 집은 이상하게 케이블과는 친하지 않은 편이라서 시청이 번거로웠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러 맘 먹고 '응답하라 1994'를 1회부터 꾸준히 보는 중이다. 물론 사정상 본방사수는 불가능하지만..;; 포괄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는 있다. 나 또한 그 시절을 온 몸으로 관통하며 살아왔던 세대인지라, 나름 추억돋는 장면들이나 OST도 꽤 많았다. 중간 중간 미심쩍은 부분들도 있지만 대충 그러려니 넘기면 될 일이고... 무엇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몰입'이었다. 책을 읽을 때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나는 몰입이 되지 않으면 도통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