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부용각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단공주(백옥담)는 그 동안 제가 '신기생뎐'에서 매우 예뻐하던 캐릭터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젊은이들의 캐릭터가 건실하게 자리잡혀 갔지만, 돌이켜보면 초반에는 다들 좀 이상했습니다. 단사란(임수향)은 너무 얄미울 만큼 여우같은 기질을 보였고, 금라라(한혜린)는 이기적이고 전형적인 공주였으며, 아다모(성훈)는 오갈데 없는 자뻑왕자였습니다. 그래서 단공주의 시원시원한 기질이 더욱 돋보였지요. 그녀의 생모 지화자(이숙)는 팥쥐엄마보다 더 못된 계모였지만, 단공주는 그런 엄마를 전혀 닮지 않아서 더 예뻤습니다. 의붓언니 단사란이 부용각으로 들어가 기생이 되겠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 울며불며 매달리다가, 자기 힘으로 말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급기야 언니의 손등을 물어뜯으면서까지 결사적으로 만류하던 단공주의 모..
저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자극적이고 막장스럽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재미있고 독특해서 좋더군요.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낼 때 식상하지 않게, 뻔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임성한의 드라마는 언제나 소재에서부터 보기 드문 독특함을 자랑합니다. 괴상한 인물들도 참 많이 등장하고,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도 많아서 그때마다 욕을 먹곤 하지만, 어쨌든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온갖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 중에 정말 재미있는 것을 찾기란 백사장에서 금조각 찾기인지라, 맑고 고상하지는 못해도 일단 재미있는 임성한의 드라마를 저는 매번 기다리곤 했습니다. 때로 악역을 맡은 인물이 청산유수로 풀어놓는 대사들은 상당히 억지스럽고 궤변스러워서 기를 막히게 하..
'신기생뎐'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온갖 혹평이 난무하며 막장 논란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톡 쏘는 재미를 기대하며 좀 더 지켜볼 생각입니다. 홈피를 장식한 문구는 "전통을 지켜나가는 자존심 강한 그녀들" 이지만, 아직까지 저의 인식은 "그래봤자 해어화(解語花)"라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야 문화가 그러하니 사정이 달랐다 하겠지만, 이 시대에 자존심 강한 여성이 선택할 직업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소재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가 궁금하기에 저는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막장 드라마답게(?) 초반부터 이 작품 전체를 휘어싸고 있는 것은 '출생의 비밀'입니다. 그것도 단순하지 않게 몇 겹으로 포개져서 좀처럼 그 ..